전공의법 개정안 의결… 환자 안전·노동권 보호 '첫걸음'

주 80시간 노동 총량 유지·솜방망이 제재 한계… "실효성 담보할 추가 논의 필요"

김아름 기자 2025.09.23 15:44:53

보건의료 현장에서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을 위한 제도적 변화가 시작됐다. 그러나 현장의 기대와 달리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 9월 22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이하 전공의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번 개정안에는 수십 년간 이어져 온 '36시간 연속근무' 제도를 폐지하고 '연속근무 24시간 상한'을 도입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에 전국전공의노동조합(이하 전공의노조)은 "비록 불충분한 내용이 많지만 의미 있는 전진"이라며 이번 결정을 환영했다.

전공의노조는 개정안에서 임산부 전공의 보호 조항 신설과 근로기준법상 휴가 규정의 명확화가 이뤄진 점을 높이 평가했다. 전공의가 단순히 '피교육자'가 아니라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법률로 보장받게 되었다는 것이다.

전공의노조는 "전공의의 생명권과 환자 안전을 위해 최소한의 장치가 마련됐다"며 "근로기준법 정신에 부합하는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현장에서는 개정안이 '반쪽짜리 개선'에 불과하다는 목소리도 크다. 연속근무 시간은 24시간으로 줄었지만, 주당 총 근무시간은 기존과 마찬가지로 80시간 상한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부가 시범사업으로 추진 중인 '주 72시간 근무'는 전면 반영되지 않았다. 전공의노조는 "노동시간 단축이 세계적 흐름임에도 불구하고 주 80시간이라는 비상식적인 노동 총량을 고수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2차 개정을 통해 반드시 수정돼야 할 핵심 과제"라고 강조했다.

법 집행의 실효성 문제도 지적됐다. 2007년부터 전공의법이 시행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상당수 전공의가 법정 기준을 초과한 근무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최근 근로실태조사에서 확인됐다. 조사 결과, 전공의의 24% 이상이 주 80시간을 넘어 근무하고 있으며, 일부는 주당 104시간 이상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주 72시간 시범사업을 시행 중인 의국에서도 약 20%가 기준을 지키지 못했다.

전공의노조는 법 위반에 대한 제재 수위가 낮다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현행법상 전공의법을 위반한 수련병원은 동일 수준의 과태료 처분만 받는다. 이 때문에 병원 측이 법 준수보다 '과태료 납부'를 선택하는 기형적인 관행이 지속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공의노조는 "법 조항을 아무리 손질해도 처벌이 단순 비용으로 전락한다면 제도 개선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며 "전공의법이 사실상 근로기준법의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강력하고 세밀한 관리·감독 체계 구축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전공의노조는 이번 개정안 통과를 계기로 정부와 국회에 두 가지를 공식 요구했다.

첫째, '72시간 시범사업'과 '연속근무 24시간 상한'의 실질적 준수를 위한 즉각적이고 철저한 모니터링 시스템을 가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한 서류 점검이 아니라 EMR 접속 기록, 당직표 교대 시간 등 실질적인 데이터를 활용한 현장 점검이 필요하며, 그 결과는 사회에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둘째, 이번 개정이 끝이 아닌 '2차 개정 논의'로 이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주 80시간 상한선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병원 준법을 강제하기 위한 강력한 제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공의노조는 정부와의 대화 의지를 재차 확인하며, 이번 법 개정이 수련환경 정상화의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전공의노조는"우리의 목적은 갈등이 아닌 정상화"라며 "전공의의 안전한 노동환경이 곧 환자의 안전과 직결되는 만큼, 실효적 이행과 추가 논의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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