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이트와의 전쟁 선포한 ‘이경호-이행명號’

[데스크칼럼]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요즘 제약업계에 딱 들어맞는 말이다. 

최근의 국내 제약업계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여러 가시적인 성과들로 인해 한껏 달아오른 상태다. 한미약품의 대규모 기술수출이 가져온 따뜻한 기운은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긍정신호로 작용했다. 그로 인해 업계 내부는 제약산업의 허약체질을 이제는 바꿀 수도 있다는 희망으로 들썩이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호재 속에서도 여전히 칼바람은 불고 있다. 불법 리베이트 때문이다. 봄은 왔는데, 그저 즐길 수만은 없는 이유인 것이다. 이러한 때, 제약협회가 고질적인 불법 리베이트를 근절한다며 보다 강력한 칼을 빼들었다. 

이경호 회장과 신임 이행명 이사장은 지난 22일 열린 이사회에서 리베이트 의심업체를 내부적으로 공개한다는 초강수를 뒀다. 또한 이사사들이 참여한 의심업체 설문조사 결과를 당일 즉석에서 공개한다고 밝혔다. 이는 명단 공개 후 불거질 수도 있는 논란을 최대한 줄이려는 것이지만 후폭풍을 배제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명단이 공개된 업체 CEO에게는 해명의 기회가 주어진다고는 하지만 어쨌든 지금까지와는 사뭇 다른 강공인 셈이다. 이처럼 이행명 이사장의 첫 행보가 리베이트에 쏠리다 보니 업체들도 긴장하는 분위기다. 

이사장단은 차기 회의에서 세부적인 개선방안을 확정하고 이르면 다음 달부터 의심업체 명단 공개에 뜻을 모았다. 물론 내부 공개이기 때문에 법적 효력은 없다. 하지만 업체 자율적으로 실시하는 자정운동에 힘을 실을 수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간 세 차례의 무기명 설문조사가 있었지만 모두 이경호 회장 단독으로 확인 후 개별 고지하는 선에서 마무리했다. 그래서 효과도 미미했다는 평가다. 

이번 리베이트 의심업체 내부공개 방침에는 불법유통 관행을 더 이상 두고 보지 않겠다는 제약협회의 강력한 의지가 실려 있다. 리베이트 혐의로 검찰조사를 받는 제약사가 여전히 존재하는 한 업계의 윤리경영 실천 의지는 빛이 바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어찌됐든 불법 리베이트는 근절되는 것이 옳다. 품질보다 가격경쟁을 부추겼던 제약업계 불법리베이트는 그간 건강보험 재정악화의 주범으로 인식돼왔다. 뿐만 아니라 제약업계에 대한 뿌리 깊은 국민 불신을 초래했다. 

일단 협회 차원의 고강도 자정운동에 박수를 보낸다. 우리 모두가 원하는 대로 이 같은 조치가 리베이트 근절을 위한 보다 당당한 행보로 이어지길 바란다. 그래서 국내 제약산업이 ‘글로벌 강국’으로 우뚝 서는 다리가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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