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 임상시험' 의무화 하라

"도대체 한약을 먹어야 하나 말아야하나” “어쩌다 한의사들이 이 지경까지 갔는가."

지난 몇일 간 ‘가짜 당뇨치료제’ 팔아 38억 챙긴 한의사들을 비난하는 글이 언론과 SNS를 뜨겁게 달궜다. 많은 국민들은 충격에 휩싸였고, 한의사와 한약의 신뢰도는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이 사건을 접한 의사협회는 한방의약분업과 시중에 유통되는 한약에 대한 전수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한의사와 한약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한의사협회도 확산을 우려 한 듯 “회원이라 할지라도 일벌백계로 엄단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의사들의 일탈행위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일부 한의사의 비도덕적 행위로 이해하기에는 크고 작은 사회적 문제가 너무 많이 터졌다. 그때마다 의협과 한의협이 설전을 벌이다 결국 유야무야 끝났다. 결국 이런 논쟁의 반복들이 ‘가짜 당뇨치료제’사건으로까지 나타난 것이다.

이래서는 안 된다. 지금 우리사회는 가습기 살균제 문제로 큰 몸살을 앓고 있다. 나 몰라라 하던 정부와 정치권이 수많은 사람이 희생된 뒤에야 난리법석을 떨고 있다. 조금만 관심을 가졌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것을 탁상공론만 하다 보니 수백 명의 아까운 국민의 생명만 희생시켰다.

가습기 살균제 문제나 가짜 당뇨치료제 문제나 별반 다를 바 없다. 한심한 정부와 한의사들이 실질적인 문제해소에 손을 놓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한방의 경우 이 상태를 그대로 두고 간다면 이 보다 더한 문제가 터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제라도 모조리 뜯어 고쳐야 한다. 미뤄두고 있을 문제가 아니다.

국민들의 사건 사고에 임하는 인식이 예전과는 180도 달라졌다. 묻지마 살인의 20대 여성 피해자, 구의역 19세 청년의 죽음에서 보듯 많은 국민들이 적극적인 예방책을 요구하고 있다. 만약 한약 문제를 현 상태로 방치 한다면 더 큰 국민적 공분을 살 수 있음의 경고다.

본지는 수년 째 한약재와 한방약의 문제를 지적해왔고 개선을 촉구했었다. 그럴 때마다 한의계와 한약계는 채찍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앙금을 만들어 왔다. 쓸데없는 분란을 일으키지 말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런 지적을 멈출 수 없다. 국민건강을 위해서도 용서와 이해가 될 수 없는 사안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본지가 한약재의 ‘아리스톨로킥산’ 성분의 위험성을 거론했을 때 누구하나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 결과 지난 2012년 경남의 한 한의원에서 조제된 한약을 먹고 중증 만성 신부전증 진단을 받은 환자가 발생했다. 복용 2개월 뒤부터 구역과 구토 등의 증상을 보여 서울의 한 대형병원을 방문해 진료를 받은 이 환자의 결과는 ‘아리스톨로킥산 섭취에 의한 만성 신장질환’ 진단이었다. 법원으로부터 “한의사와 한의원 프랜차이즈 업체는 약 2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지만 이 환자는 건강을 망친 뒤였다.

따져보자. 그동안 한약재로 인한 중독사고 등이 끊이질 않았던 것은 사실상 거의 모든 한약이 안정성, 유효성 심사대상에서 제외된 탓이 아닌가. 그뿐만이 아니다. 한약 역시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분야인데 어떤 성분이 얼마나 들었는지 모른다. 이마저도 표준화돼 있지 않다. 그러다 보니 사건만 터지면 주무부처는 물론 관련업계도 횡설수설한다.

의협의 편을 들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요구가 이런 문제를 해소하는 유일한 방안이라 생각한다. 한방의약분업 시행은 물론이고 시중에 유통되는 한약에 대한 전수조사는 당장 시행해야 할 일이다. 이와 함께 모든 한약의 성분 및 용량의 표기 의무화, 모든 한약의 원산지 표기 의무화, 모든 한약에 대한 안정성ㆍ유효성 평가를 시행해야 한다. 유럽에서는 200년 전 이미 모든 치료법과 약의 성분을 공개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비방이 허용되는 시스템에 편승해 이를 거부하는 것은 국민의 생명을 좀먹는 것이나 다름없다.

하나 더 추가한다면 한약에 대한 임상시험 역시 의무화해야한다. 한약에 대한 임상시험 면제라는 특혜는 정부 스스로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외면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참에 5천년 전통에 매몰된 한의계의 사고 역시 뜯어 고치자. 이러한 근본적인 조치를 취해야만 한약의 표준화 및 과학화를 통해 국민의 불안을 해소하고 국민 건강증진에도 기여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문제점을 그대로 간직한 한의계가 “한의사들도 현대의료기기를 사용 할 수 있게 하라”고 정부에 요구하는 것 자체가 우스운 것 아닌가.

이번 가짜 당뇨약 피해자들은 한 둘도 아닌 무려 1만 3,000여 명에 달한다. 꼭 누군가는 죽어야 호들갑을 떨 때는 지났다. 제도와 현실적 문제점을 해소하면 예방이 가능한데도 이를 방치하는 것은 직무유기다. 박근혜 대통령의 척결 지시가 내린 관피아의 전횡이 될 수 있음을 경고하고자 한다.

한약만 뜯어고친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그에 앞서 한약을 다루는 한의사들의 윤리도 수술해야 한다. 국민의 건강권 보호에 대한 윤리적 책임이 있는 한의사의 비도덕적 행위는 국민들의 목숨을 위협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3년간 발생한 한의사 등이 개입 한 대표적 사건들 몇 가지만 보면 기가 찰 노릇이다. 2014년11월12일 ‘중금속 한약재 대량 유통한 국내 최대 한약재 업체 적발’, 2015년 9월14일 ‘중금속 한약 유통 심각’, 2015년 10월 22일 ‘효능 없는 한약 불법 제조·유통해 100억원 상당 챙겨’, 2016년 2월12일 ‘유명 한의원 조제 한약 먹고 중증 만성 신부전증 진단’, 2016년 5월 25일 ‘사무장이 면허 빌려 한의원 등 운영…요양급여 500억 챙겨’, 2016년 5월 26일 ‘효과 검증되지 않은 식품 만병통치약으로 속여 팔아’. 그리고 이번에 ‘가짜 당뇨병 치료제’사건이 터진 것이다. 이러고도 할 말이 있는가.

현실이 이 모양인데 또 눈을 감는다면 의사들의 주장처럼 한방 폐지가 국민의 힘에 의해 앞당겨지는 결과를 초래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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