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계는 전쟁 중…정부는 뭐하나

[기자수첩]

현재 보건의료계는 마치 전쟁을 벌이는 것 같다. 진료영역을 둘러싸고 갈등이 끝이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에도 진료영역을 두고 끊임없는 싸움을 해왔지만, 시간이 갈수록 더 치열해지고 있어 문제다.

의사와 한의사, 의사와 치과의사가, 약사와 한의사 등은 각자의 영역을 지키기 위해 양보 없는 싸움을 펼쳐나가고 있다. 외부에서 지켜보는 국민들은 '밥그릇 싸움'이라고 싸잡아 비난하지만 당사자들은 그 어느때보다 심각하다.

이 중에서도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한의사협회의 갈등은 날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먼저 의협과 치협. 이들은 현재 미용보톡스 시술 범위를 놓고 격돌하고 있다. 의협은 치과의사의 미용 보톡스 시술 문제점과 위법성을 지적하고 있지만, 치협은 안전하고 합법적인 진료라며 맞불을 놓고 있다.

양측 간 공방은 8월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한의협과 관계는 더 심각하다. 지난해부터 현대의료기기 허용 여부를 두고 치열할 공방전을 벌이고 있으나 이 역시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직역 간 갈등 뿐만이 아니다. 의료계 내부 환자쟁탈저도 그 끝이 보이지 않는다. 의사수의 과잉은 불황을 더 부채질 했고, 급기야 영역싸움으로 번지게 했다. 이 때문에 진료영역이 파괴된지는 오래다.

너도 나도 잘되는 과의 진료를 표방하고 있으며, 전문과목과는 전혀 다른 곳에서 수익의 대부분을 올리는 경우도 많다. 더 나아가 의협과 병협간 갈등으로 대변되는 의원과 병원의 다툼, 대형병원과 중소병원간의 생존경쟁 등도 대립구도로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갈등이 생길 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데 있다. 즉 의사 과잉 배출에 따라 예견됐던 부작용이 현실화 됐으며, 앞으로 더욱 심각한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런 문제들을 이해 당사자들이 직접 해결하기에는 너무 예민하다.

그렇다면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어떠한가. 수십년간 보건의료단체의 갈등해소에 제 역할을 못해내고 있다. 복지부가 애매모호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동안 진료영역 범위의 벽은 계속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더 이상의 갈등은 결국 환자 피해로 귀결된다. 마냥 손 놓고 지켜보고만 있을 때가 아니다. 명쾌한 해답은 아니더라도 문제해결을 위해 좀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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