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개인별 게놈분석’ 수업

[보건포럼]서정선 서울대 의과대학 유전체의학연구소 소장

지난 5월 서울의대 학생(1)들은 미래 게놈의학의 새로운 도전을 경험했다. 올해부터 개편된 신규 교과과정중 개인게놈분석과목이 한국 최초로 서울의대에 개설됐다. 24명의 학생들이 이 과목을 선택과목으로 수강했다. 과목명은 나의 게놈이야기인데 강의위주의 주입식이 아닌 워크숍 형태의 문제해결식 실습형교육이다. 필자는 과목 책임교수를 맡아서 금요일 오후마다 4시간씩, 16시간의 실행계획을 짜고 교육목표를 설정했다. 학생들은 자기 게놈을 자신의 손으로 직접 분석하고 자신의 질병가능성을 알게 된다.

의대생 게놈분석 수업은 미국에서도 2012년에 처음으로 뉴욕 마운트 시나이 의대에서 시행해 성공적인 출발을 했으나 현재 2-3개 대학만이 실행하는 첨단 미래 의학교육과정이다. 개인게놈분석 과정은 미래의학의 핵심기술을 자신의 DNA로 미리 경험해 보는 것이 주 목적이다. 다른 면에서는 자신의 게놈분석을 통해 자신이 암등의 질병예측과 부딪쳤을 때 받을 수 있는 정신적 충격 등을 알아보는 것이 부차적 목표이다.

학생들 게놈분석에 드는 비용을 마련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1인당 소요되는 150만원 정도의 경비는 필자가 이사장으로 있는 한국 유전체의학 연구재단에서 지원하는 것으로 해결했다.

문제는 방대한 정보를 대부분 컴퓨터 초보수준의 학생들에게 어떻게 전달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리눅스방식의 데이터 분석도 짧은 시간에 따라 하기에는 상당한 무리가 따를 수 있었다. 또 의대1학년 수업의 양이 방대한데 여기에 추가로 새로운 자율형 스타일의 수업을 시행한다면 학생들이 잘 따라 올 수 있을까 하는 우려 또한 만만치 않았다.

결국 나는 튜터형 교육으로 하기로 하고 대학원생 6명을 선발해 1인당 학생 4명을 담당케 해 학생들 스스로 문제해결을 할 수 있게 했다. 첫쨋날 4시간동안 학생들은 리눅스의 기본 명령어에도 익숙치 않아 고전했으나 둘째날이 지나면서 인간게놈정보의 구조에 조금씩 흥미를 보이고 있었다.

셋쨋날 드디어 자신의 게놈 데이터가 주어졌을 때 학생들은 흥분상태에서 자신의 게놈을 처음 대면한다는 사실과 게놈분석을 직접 해보고 싶어하는 열의를 엿볼 수 있었다. 자신의 게놈에 대한 학생들의 호기심은 어느덧 세상에서 자신의 설계도를 알고 있는 소수의 인간으로서의 만족감으로 바뀌어 있었다.

네쨋날 마지막 조별 발표를 앞두고 학생들끼리 협동하는 모습, 조교 선생님들과 일체가 돼 움직이는 모습은 16시간의 게놈교육이 학생들을 변화시켰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게놈으로 새로운 무엇인가를 전달하려는 마음이 학생들에게 전해진 때문일까. 불가능한 일처럼 보였던 컴퓨터초보들과의 게놈분석수업은 거의 완벽한 성공으로 마무리 되고 됐다. 자율학습답게 평가도 조별로 학생들끼리 평가하게 했다.

의과대학 주입식교육에서 학생들 스스로 자율형 교육으로 진행된 게놈분석수업은 의대교육이 이제는 바뀌어야 할 시간이 왔음을 실례로서 보여주고 있었다.

게놈천불 시대의 주역이 될 미래의사들에게 게놈의학 개념을 알려주고 정보를 다루는 방법과 자신의 미래를 게놈에서 읽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준 것에 나는 정말 만족한다. 우리나라 의과대학들이 개인 게놈의학 교과과정을 시작해 새로운 미래의사들이 한국의 첨단의학을 세계에 떨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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