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연된 한약 불신 이대로 둘 것인가

최근 한약으로 인한 사건들이 연이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한약에 대한 국민들의 의구심과 불신은 날로 커지고 있다.

한약을 먹고 치료는 커녕 없던 부작용을 호소하는 사례를 접하는 일은 이젠 낮설지도 않다.

얼마전 한 유명 한의원에서 처방한 한약을 먹은 3살짜리 어린아이가 머리카락과 눈썹까지 다 빠졌다는 모 지상파 보도는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한의원에서 '도적강기탕'이라는 한약을 처방받은 아이가 약을 복용한지 3일째 되는 날부터 머리가 빠지기 시작해 현재 대부분의 머리가 빠쪘다. 이 유명 한의원은 아이가 먹은 한약의 처방을 알려달라는 부모의 요구를 무시하다 8개월이 지나서야 처방 이름을 알려주는 등 의료 정보 제공에도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불신감을 키웠다고 한다.

이같은 사실에 해당 한의원은 한약이 원인이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탈모가 진행된 아이는 나이가 어려 정밀한 원인 검사가 아직 시행되지 않았고, 현재 탈모의 진단명은 '상세불명의 원형탈모'로 약을 먹고 발생하는 약인성탈모와는 달라 탈모의 원인이 한약에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게 한의원측의 주장이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한의계는 언론의 한방에 대한 편파보도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며 언론탓을 하고 있다.

때마다 반복되고 있는 한약의 안전성 문제 제기에 대해 이러한 보도의 행태는 많은 선량한 한의사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뿐 만 아니라, 국민들에게 불안감만 조성하는 행위일 뿐이며 정부 차원에서의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뒤집어 생각해 보면 한약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그 만큼 팽배해 있다는 데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최근 국내 대표적 한방병원인 경희대한방병원이 한방병상을 대대적으로 축소하기로 한 것도 그 같은 맥락에서 찾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한약을 단순히 치료군 대조군 나눠서 약을 썼더니 효과있고 부작용이 적더라는 식의 한의학 논문이 아니라 데이터가 누적되어 안전성 검증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과학중심의학연구원이 코크란 데이터베이스에서 한약 관련 키워드로 검색된 총 67가지의 논문의 결론을 분석한 결과, 한약의 효과가 입증됐거나 추천할만한 수준의 근거가 있다는 결론은 단 하나도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67개의 결론을 보면 효과가 있다는 보고가 일부 있지만 연구방법에 결함이 많아서 신뢰할 수 없으며, 제대로 설계된 연구들을 통해 입증이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효과를 믿을 수 없다는 결론이거나 효과를 뒷받침할 근거가 전혀 없다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한약 성분에 대한 철저한 공개와 현대적 차원의 엄격한 안전성 검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가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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