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질환관리제’ 위기의 동네병원 살릴까

[데스크칼럼]

9월부터 의원급 만성질환관리제 시범사업이 실시된다. 새롭게 시행되는 이 제도는 고혈압·당뇨환자 중 재진환자를 대상으로 하며 전화상담도 병행한다. 환자들이 동네의원에서 지속적인 치료를 받음으로써 만성질환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일차의료를 활성화한다는 것이 주 목적이다.

만성질환 관리제는 이미 지난 2012년 처음 시범사업이 실시됐으나 큰 효과를 보지는 못했다. 환자 진료비 경감과 의료기관 인센티브 제공에도 불구하고 실질적 주체인 환자들의 참여가 일단 저조했다.

당시 정부는 제도 시행 이후 만성질환자의 치료지속성이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환자 참여가 저조해 실효성 문제가 과제로 남았다. 실제 2014년 말까지 만성질환관리제에 등록한 환자는 전체 고혈압·당뇨환자 798만명 중 162만명에 그쳤다. 20%를 간신히 웃도는 수치다. 

이 제도는 2014년 말 '지역사회 일차의료 시범사업'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별도의 ‘일차의료 지원센터’에서 만성질환자의 교육과 상담을 시행하고 그 결과는 담당의사와 공유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 또한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의사가 지원센터에 환자상담을 의뢰하기 보다는 직접 상담하는 경우가 훨씬 많았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다시 시행되는 이번 만성질환관리제도 시작부터 삐걱거린다. 실질적인 원격의료의 시발점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일차의료 활성화라는 미명하에 의사-환자 간 전화상담을 허용하는 것은 결국 원격의료의 확산으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의사협회에 대한 의료계의 불신도 만만치 않다. 의협이 정부와의 협상과정에서 만성질환자를 일차의료로 끌어들이는 대신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빌미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의료계 내부 반발도 잠재우지 못한 가운데 의사협회는 만성질환관리제를 적극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또 한 번의 갈등이 예고되고 있다. 

추무진 회장은 이번 시범사업이 ‘의원급 의료기관 중심의 사업’임을 재차 강조했다. ‘대면진료 원칙이 훼손되지 않고 원격의료는 배제한다는 것이 기본원칙’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또 이와 더불어 이번 시범사업을 통해 동네의원 지원책도 적극 마련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전히 갈등의 불씨는 남아있다. 일차의료 활성화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절대과제임은 분명하다. 체계적인 의료시스템의 확립은 의료 소비주체인 국민 건강과도 직결되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도 준비 없는 제도 시행은 자칫 더 큰 화를 부를 수도 있다. 

9월이면 시작되는 이번 시범사업을 통해 보다 체계적이고 실효성 있는 정책적 보완이 이뤄져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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