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싼 소화기내시경 수가, 의료시스템 망친다"

위내시경, 유방초음파 절반, 심장초음파 가격의 3분의 1 수준

값싼 소화기내시경 의료수가 체계가 의료시스템을 망가뜨린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가톨릭의대 정대영 교수는 최근 열린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제55회 세미나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정 교수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내시경 가격은 영국의 14분의 1, 인도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구체적으로 한국 위내시경검사와 관련해 정부에서 책정한 가격은 병원 기준으로 4만2360원으로 ▲일본 12만6877원 ▲인도는 16만6470원 등에 비해 낮은 수준을 보였다.

정 교수는 "국가가 의료를 책임치는 유럽형 공공의료의 대표격인 영국에서 조차 60만7392원으로 조사됐다.이 비용은 조사된 국가 중 최하위 가격"이라며 "이렇게 국제적 망신이 될 낮은 가격으로 의료산업화나 의료의 질을 유지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또 디지털 영상에 대해서는 아직도 비용을 인정하지 않는 체계라고 지적했다.

심평원에 따르면 상부소화관내시경 검사의 원가는 10만 66원이며 이 원가도 지난 2003년 만들어진 것. 이후 16년이 지난 현재 의료기관에 보상하는 의료 수가는 원가의 반도 채 되지 못하는 4만2360원에 불과하다.

정 교수는 "심지어 내시경의 소독 비용 원가 약 1만9000원은 단 한 푼도 보상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다른 임상 분야와는 달리 내시경검사는 결과에 대한 판독도 비용을 보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비용 보상 구조에서 의료기관은 진료량을 늘이고, 의료인력 감축, 장비와 재료 저가화, 노후 설비의 사용기한 연장과 같은 방법으로 의료의 질을 낮춰 비용을 줄이는 수 밖에는 없다"고 꼬집었다.

이를 뒷받침 하듯이 올해 OECD 보건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의료 인력이 OECD 평균에 비해 1/2의 인력으로 2배의 병상을 운영하며, 의사의 진료 양은 평균의 3배에 달했다.

우리나라의 의료수가 체계 중에서도 특히 소화기 분야의 수가 저평가 상황은 심각했다.

유방초음파검사의 상대가치 점수는 1,037.52점 ▲경흉부심초음파 1479.23점 ▲경식도심초음파 2,427.91점 ▲방광경검사 1,618.26점이지만 상부소화관내시경검사의 상대가치점수는 596.66점이다.

정 교수는 "위내시경이 유방초음파 가격의 절반이고, 심장초음파 가격의 3분의 1, 방광내시경의 3분의 1이란 것"이라며 "이것이 상대적으로 정의로운 가격결정 정이었는지 되짚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또 "의료의 각 분야가 균형 발전 하지 못한다면, 그 해악은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된다"고 강조했다.

결국 감염 등의 사고로부터 안전과 의료 질의 보장을 위해서는 제대로 된 수가를 인정해줘야 한다는 것.

정 교수는 "적절한 요금을 지급하지 않는 시스템에서 운송수단의 안전은 추락할 수 밖에 없듯이, 의료서비스도 그러하다"며 "현재 대한민국의 높은 내시경 수준을 유지하고 각종 감염병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내시경 세척소독 수가의 신설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아울러 "각종 내시경 시술, 수술행위에 대한 합리적 가격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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