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치약' 재발 막아야

[데스크칼럼]

최근 몇 년간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인체에 치명적인 CMIT/MIT(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메틸이소티아졸리논) 성분으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폐가 굳어 죽어갔지만 원인을 밝히는 데만도 10년 가까이 걸렸다. 2011년 사망원인이 밝혀진 지 5년여가 흘렀지만 뚜렷한 대책이나 보상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올해 초에나 검찰 조사가 시작됐고 그제서야 발뺌하던 업체들도 형식적인 사과를 했을 뿐이다.

정부도 그간 모르쇠로 일관했고 책임을 회피하기에만 급급했다. 해당 업체에 대한 처벌도 미흡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 같은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는 결국 제2, 3의 피해자를 만들고 있다. 물티슈, 화장품, 치약 등 각종 생활용품에서 동일한 성분이 검출되는 사태를 불러온 것이다.

지난달 2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정미 의원(정의당)은 아모레퍼시픽이 가습기살균제 성분이 들어간 원료물질을 미원상사로부터 납품받았다고 밝혔다. 더 심각한 것은 미원상사가 납품한 업체가 아모레퍼시픽 외에도 30여개사에 달한다는 사실이다. 이 원료물질은 치약이나 구강용품, 샴푸, 바디워시 등을 제조하는데 쓰여진 것으로 알려졌다.

아모레퍼시픽은 즉각 대 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메디안·송염 등 전 국민이 알만한 제품 12개품목을 회수조치(반품-교환) 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부적절한 원료사용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향후 전 생산과정을 철저히 관리할 것을 약속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해당 치약제의 안전성에는 일단 문제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식약처는 27일 보도자료를 통해 “CMIT/MIT는 미국에서 제한없이 사용하고 있고 유럽에서도 씻어내는 구강 제품류에 15ppm까지 허용하고 있다이번에 회수되는 치약제품의 CMIT/MIT 잔류량은 0.0044ppm으로 매우 낮은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해당제품을 회수키로 한 것에 대해서도 국내 법규상 치약의 보존제로 사용 가능한 것은 벤조산나트륨, 파라옥시벤조산메틸, 파라옥시벤조산프로필의 3종만으로 규정하고 있어 제조업체의 자진 회수계획을 수용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코리아나화장품·애경 등 해당 원료물질을 납품받은 또 다른 업체들도 자사 치약제품에는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며 안전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하지만 국민들은 여전히 불안하다. 아무리 극미량이라고 해도 이름만 대면 알만한 생활필수품에 자칫 목숨을 위협할 수도 있는 유해성분이 함유돼 있다는 사실은 어떻게 해석해도 불편하다.

생활용품들은 의약품이나 의료기기처럼 유해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미흡하다. 또한 전성분 표기도 안 돼 있어 소비자의 알 권리도 외면당하고 있다.

향후 보다 강화된 법규 마련이 시급하다. 국민불신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업계도 원료부터 완제품까지 생산 전 과정을 통해 위해요인을 제거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래야만 같은 사고가 되풀이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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