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과 양치기소년

한미약품의 주식불공정 거래 의혹을 조사 중인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이 한미약품 직원들을 대상으로 강도 높은 조사를 벌이면서 한미약품 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이들 자본시장조사단이 직원들의 통화내용과 메신저 내용 등을 확인하고 있는 것은 한미약품이 공시를 내기 전 공매도 된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당시 악재성 공시 직전 공매도 거래는 5만471주, 320억원어치로 알려지고 있다.

결국 악재성 공시 내용, 즉 베링거인겔하임과 맺은 기술수출 계약 취소가 공시전에 유출됐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한미약품은 지난달 29일과 30일 호재와 악재를 공시하는 과정에서 공매도 세력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초기부터 받아왔다. 한미약품은 지난달 29일 제넨텍과 1조원 규모의 폐암 표적항암제 기술수출 계약 체결 공시로 인해 지난달 30일 개장과 동시에 주가가 65만4000원까지 올랐다. 그러나 30여분후 지난해 베링거인겔하임과 맺은 기술수출 계약이 취소됐다는 악재성 공시가 나가면서 상황은 역전됐다. 이후 주가가 크게 하락하면서 6일 45만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가장 고점일 때 주식을 산 투자자라면 최대 32%가량 손실을 보게 된 셈이다.

한미약품이 주식시장 개장 이전에 공시를 했다면 투자자들의 손실을 방지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늑장공시 의혹을 받아왔다. 의혹이 갈수록 증폭되자 이관순 한미약품 사장은 일요일인 지난 2일 서울 송파구 한미약품 본사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갖고 “공시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지연됐을 뿐 결코 다른 의도는 없었다”며 공시 시점을 둘러싼 의혹 해명에 나섰다.  

그러나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의심의 눈초리는 쉽사리 가시지 않을 것 같다. 사실 한미약품은 불공정거래 논란에서 자유로울수 없다. 과거에도 이와 비슷한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베링거인겔하임과의 8500억원 규모의 기술수출을 했다는 호재성 공시를 발표했다가 당일 오후 부진한 2분기 실적을 공시해 주가가 급락, 많은 투자자에게 손실을 안겼다. 뿐만 아니라 한미약품의 한 연구원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자신은 물론 지인들까지 부당이익을 챙기게해 실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한미약품 사건을 보면서 어린시절 읽었던 이솝우화 ‘양치기소년과 늑대’가 떠오른다. 양치기소년이 늑대가 나타났다고 상습적으로 거짓말을 한 탓에 나중에는 주위 사람들이 이 소년의 말을 믿지 않아 양들이 모두 늑대에게 잡아먹혀버린다는 줄거리다. 설마 한미약품이 거짓말을 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오얏나무 아래와 참외밭에서는 갓끈과 신발끈을 고쳐 매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오해를 살 행동은 애초부터 하지 않는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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