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잃고도 외양간 안 고치는 정부

[기자수첩]

'두 살 배기 김 모군의 교통사고 사망사건을 계기로 또다시 국내 응급의료 시스템이 도마위에 올랐다. 특히 200억원이 넘는 예산을 쏟아 부었음에도 불구하고 권역응급의료 및 외상시스템이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김 군은 외할머니 김모씨와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 후진하던 대형 견인차에 치여 골반뼈와 발목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다. 김군을 실은 구급차가 사고 후 15분 만에 전북대병원에 도착했지만 수술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의료진은 다른병원으로 전원을 의뢰했다.

먼저 원광대 병원이 치료를 거부했고, 두 번째 의뢰를 받은 전남대병원도 마찬가지였다. 골반 골절 등 환자 상태에 대해 전달받았지만 중증 외상환자로 판단하지 않고 입원을 거부했다.

이후 을지대병원, 충남대병원 등 13곳의 병원에 수술을 의뢰했지만  "수술실이 이미 다 찼다", "수술할 의사가 없다", "소아 외과 전문의가 없다" 등의 이유로 치료를 받지 못했다. 결국 김 군은 7시간이 흐른 후에야 구급 헬기를 타고 아주대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사망했다.

문제는 김 군의 치료를 거부한 병원 중 복지부로부터 권역외상센터 지정을 받은 곳이 6군데에 이른다는 점이다.

권역외상센터는 중증외상 환자의 ‘골든타임’이 낭비되지 않도록  지역에 관계없이 신속히 치료받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2017년까지 17개 권역외상센터를 배치하는 게 정부의 최종 계획이다. 현재까지 15개 기관이 선정된 상태다. 시설 건립 지원 등을 위해 지난 3년 간 2000억원이 넘는 국비가 투입됐다.

최근 복지부가 나머지 두 곳을 추가 선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100억에 가까운 국고지원이 보장되는 해당 사업에 선정되기 위해 각 병원이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이었다.

따라서 막대한 지원금을 받고 있던 기존의 권역외상센터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면 ‘유명무실’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의료계는 외상센터 설립이나 단순한 재정적 지원을 넘어 응급의학 및 소아외과 전문의와 간호사 등 인력 수급, 의료수가 개선, 응급의료 및 중증외상시스템의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일선 의료기관에서는 복지부 지원금이 인건비를 충당하기에 빠듯한 수준이라고 토로하고 있는 것.

이 때문에 응급센터에 배치된 의사들이 응급환자가 없을 시에는 본원에서 진료를 보고 있는 게 현실이다.

당국은 매번 사태가 벌어진 후 수습을 위한 정비에 들어간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비난을 꾸준히 들어왔음에도 어떤 정책이건 허술하기 그지없다.

재발 방지를 위한 보건당국의 시스템 개편도 시급하다. 이를 위해선 응급의료체계 구축을 위한 인력확충과 관련, 정부의 장기적 계획이 필요하다. 특히 센터로 선정된 병원에는 수백억원의 국고보조금이 투입된 만큼 제 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당국의 관리, 감독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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