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우외환 약사회, 근본적인 재정비 절실

[보건포럼] 이광민 부천시약사회장

“생명”과 “안전”이 최우선 가치인 보건의료분야에 언제인가부터 “시장과 경제”, “고용”을 앞세운 경제논리가 급속히 침투해 들어오며 기존 보건의료체계들은 그 근본부터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 의료서비스의 감시 및 의료의 질(안전) 보장을 위해 설계되어 있는 규제와 법률들은 경제발전의 거추장스러운 걸림돌로 여겨져 그 가치(국민 건강)수호를 위해 만들어진 식약처와 보건복지부가 오히려 선봉에 나서 칼질을 서슴치 않고 해대고 있는 형편이니 가히 돈이 사람보다 앞서 주인인 세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약사회를 둘러싼 외부환경도 사방이 온통 낙담하여 포기하라는 초가로 가득하다. 황당무개한 의약품자판기(원격화상투약기) 허용을 위한 약사법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이 되어 있고, 19대 국회에서 좌절된 서비스산업 발전 기본법도 다시 부활하여 20대 국회에 상정 되어있으며, 규제프리존 특별법과 의약품 안전 관리 책임자의 기준 완화를 위한 약사법 개정안도 당당히 20대 국회에 제출되어 그 통과절차를 기다리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안전상비의약품 확대를 위한 안전상비의약품 지정 고시 개정을 위한 연구용역에 착수하였고, 농림부는 많은 반발과 부정적 여론에도 불구하고 반려동물 자가진료 금지를 담은 수의사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 강행하였다.
반면 만성질환 관리 사업, 한약제제 건강보험 적용 대상에 약사는 배제되어 있으며, 정부와 의사회 간 논의하기 시작한 노인정액제 개선에서도 약사회는 그 존재감이 보이지 않는다.
데이터마이닝을 통해 시시각각 의약품 사용을 감시당하고 있는 약국의 현실 속에서 있을 수 없는 폐의약품 재활용을 침소봉대하여 대다수의 약국이 파렴치한 불법의 온상인 양 고발한 모신문사의 기사를 접했을 때 가히 대부분의 약사들은 황망하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자괴감으로 얼굴조차 들기가 힘들었다.

이렇듯 약사회원들이 철저하게 유린당하고 있을 때, 과연 대한약사회는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외환에 대처하기 위해 힘과 회세를 집중하고 회원들을 하나로 묶어도 쉽지 않은 형국에서 오히려 대한약사회의 내부문제가 시시때때로 불거져 나와 논란을 일으키는 것을 보며, 회원들은 실망과 좌절감을 금할 수가 없다.
2016년도도 중반이 넘어간 7월 말에 아직 구축도 되지 않은 “사이버 연수교육”을 의무화하겠다고 하여 일선 약사회와 회원들의 반발을 초래하지를 않나, 약학정보원의 영리법인 분리를 추진하려다 이사장과 원장이 대한약사회 총회 의결 사안이다, 약학정보원 이사회 의결사안이다 입장을 달리했던 해프닝들이 그런 예들이다.
도대체 내용의 사실이 무엇인지 가늠하기도 힘든 대한약사회 약사지도위원회와 특정대학 동문회, 지역약사회 간 갈등과 논쟁 역시, 약사회의 회세와 회원들의 민심을 불필요하게 낭비시키는 시의부적절한 일들이다.

더 이상 돈과 탐욕이 얽혀 있는 듯 보이는 이런 일들이 반복되어서는 약사회의 미래는 없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어지는 것을 남의 탓으로 돌리거나 그저 재수 없어 생긴 일 정도로 생각하여서는 결코 같은 문제들이 재발되는 것을 막을 수 없다.
회무든 인사든 수행을 할 때 기준이 되는 최고의 가치를 어디에 두고 행하여 왔는지를 다시 깊이 되돌아보아야 한다.
국민의 건강과 회원의 권익을 다른 모든 가치에 앞서 고려해 왔는지, 아니면 언젠가부터 회원 보다 조직의 이익과 가치를 앞세운 것은 아닌지 자문해야 한다.
국민의 건강과 안전보다 돈과 기업이 중심이 되는 정부에 대한 비판에 앞서 약사회가, 약학정보원이 약사 회원보다 조직이 우선이라는 작금의 사고를 벗어나지 못해서는 지금의 내우도 외환도 극복할 수 없다.
시간이 많이 남아있지 않다.
지금부터라도 환골탈태하는 대한약사회를 기대해본다.


홍유식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카카오톡
  • 네이버
  • 페이스북
  • 트위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