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가 제 몫을 다하기까지

[보건포럼] 동의과학대학교 간호학과 서영승 교수

학생들을 키우는 과정은 수없이 인내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어느 책에서 본 탄산음료 ‘세븐업(7up)’에 관한 일화 하나를 소개한다.

어떤 사람이‘3up’이라는 사이다를 만들어 시장에 출시했지만 팔리지 않아 사업에 실패했다. 이 사람은 4up, 5up으로 이름을 바꿔 다시 내놓았지만 실패를 거듭했다.

결국 6up에서 그만 두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를 지켜보던 사람이 7up으로 내놓자 공교롭게도 선풍적 인기를 끌며 성공한다. 어쩌면 우스운 얘기지만 중요한 것은 물이 끓기 위해서는 99도에서 마지막 1도가 더해져야만 한다는 것이다.

학생들도 어느 정도의 궤도에 이르기까지는 여러 사람들의 끊임없는 정성과 관심이 필요하다. 교직에 몸담은 지 15년 가까이 되다 보니 웬만한 학생 문제는 다 겪어 본 필자지만 아직까지 졸업생들의 취업 적응 문제에는 자신만만함이 떨어진다.

얼마 전, 4년간의 학교생활 동안 성적도 우수했고 인성 측면이나 생활 태도면 또 가정적으로도 안정적이었던 한 여학생이 대학병원에 취업한지 한 달도 안돼 사직을 하겠다고 해 간호부서장으로부터 전화가 온 적이 있다. 졸업생을 만나서 면담을 해 달라는 것이었다.

그 졸업생을 만나 사연을 들어보니, 자신감이 떨어지고 일이 무서우며, 혹시라도 자신의 실수로 소중한 생명이 다칠까봐 도저히 출근할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겨우 차 한잔을 건네고 신규 간호사의 성장통에 대한 대처방법을 얘기하면서 다독거렸다. 그리고 앞으로 한 달만 견디면서 매일 필자에게
카톡으로 그날 있었던 일들을 하소연하라고 했다. 한 달이 지난 후에도 전혀 생각의 변화가 없으면 그때 사직하자고 타일렀다. 다행히 그녀는 두 달이 지나가는 지금까지도 그만둔다는 말없이 잘 적응하고 있다.

요즈음 우리 간호계에서는 신규 간호사 병원적응이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과거에 비해 경제적이나 사회적으로 큰 어려움 없이 자란 요즘 세대들은 입사한 지 몇 개월도 되기 전에 중도 퇴사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신규간호사에게 몇 개월 동안 ‘preceptor’를 두어 업무에 잘 적응하도록 도와주고, 백일잔치, 돌잔치 등을 열어주며 축하해주는 이벤트를 실행하기도 한다.

대학에서도 예전과 달리 졸업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follow-up care’를 하며 이들을 격려하고 지지해준다. 가정과 학교, 사회의 이런 모든 노력들이 한 사람이 성장해 제 몫을 하게 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조금 더디고 여릴지라도 한 사람의 몫을 제대로 하기까지 선배들, 친구들, 직장 상사들, 교수들이 힘을 합해 끌어주고 지지해준다면 정말 활기 넘치고 건강한 세상이 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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