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스트레스·사회적 불만 비정상적 분출

[집중기획] 초기엔 불면·불안증세 심하면 공황장애·우울증으로

일찍이 공황장애를 겪고 있다고 밝힌 개그맨 김구라와 지난해 모든 방송활동을 접은 정형돈 등 최근 많은 스타가 스스로 불안장애를 겪고 있다고 밝히고 있어 정신건강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정신건강에 이상을 호소하는 이들은 비단 연예인 뿐만 아니라 일반인 가운데서도 환자가 증가하는 상황이다. 공황장애와 함께 우울증, 불면증, 분노조절장애 등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 정신질환은 질병이 아닌 스스로의 정신력으로 극복해야 할 문제라는 사회적 분위기 탓에 병을 키우는 사례가 많다. 더욱이 장기화된 경기침체에서 불안감, 사회생활을 하면서 얻는 과도한 스트레스로 현대인의 정신건강에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극단적인 방법으로 표출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사회적으로도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우울증 등 정신질환이 왜 심각한지에 대해 알아본다.

현대인이 느끼는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모든 분야를 망라해 사회와 직장, 가정 등 그 폐해들이 복잡한 환경 속에서 노출되고 있다. 생애주기별로 스트레스의 원인을 살펴보면 대부분이 과잉관심과 경쟁 그리고 욕심에서 비롯된다.

청소년기의 학업문제 친구문제, 진학문제, 청년기의 취업과 결혼, 장년기의 자녀양육, 노후문제, 노인기의 가족관계, 건강문제 금전문제 모두가 환경은 다르지만 이유 불문하고 스트레스의 포로가 되기 쉽다. 문제는 이런 사회 분위기 속에 우울증·불안장애 등의 증상을 가진 젊은이들이 늘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증상이 분노로 표출돼 끔찍한 사건, 사고로 이어지면서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다. 심각한 수준의 정신질환도 처음에는 자존감 상실이나 우울·불안 같은 개인의 사소한 문제에서 시작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층간소음 다툼 ·보복운전 분노 탓
이웃끼리 층간소음 문제로 말다툼 끝에 살인을 하기도 하고, 앞길을 막았다고 몇 킬로미터를 곡예운전을 하며 쫓아가 위험한 보복운전을 감행하기도 하고, 별 거 아닌 사소한 일에도 소리를 지르거나 폭력을 휘두르는 나라. 지금 대한민국은 분노공화국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여기저기에서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는 문제로 연일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20~30대의 경우 이른바 '분노조절장애'를 겪는 경우도 많다. 전문가들은 정신건강의학적 치료 등 개인 차원의 대책도 필요하지만 과도한 경쟁, 스트레스, 사회적 공정성 붕괴 등 구조적 문제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다양한 중층적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국가 중 1위를 달리고 있는 자살도 분노가 타인이 아니라 자신에게 향하게 돼 벌어지는 경우가 많다. 서울대병원의 최근 조사 결과에 따르면 1년간 자살 시도 환자를 대상으로 조사해보니 78.5%가 '충동적으로 자살을 시도했다'고 답했다. 유럽·미국의 경우 자살의 70~80%가 미리 준비해서 이뤄지는 '계획 자살'인 것과는 정반대로 홧김·충동 자살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의 원인 진단과 해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오고 있다. 분노 조절 장애도 엄연히 정신 질환의 하나로 개인이 특별히 신경 쓰고 관리해야 하며, 사회적으로도 치료 시스템ㆍ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자신을 향한 분노 자살로 이어져
우울증은 현대인의 마음의 '감기'라고도 불릴 정도로 흔한 질병이다. 우울증에 걸릴 경우, 삶에 대한 흥미를 급속도로 잃으며 어떠한 일에도 관심을 두지 않으려고 한다. 심각할 경우 정상적인 사회 활동이 불가능하며, 극단적으로 자살을 결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최근 연예인의 잇따른 우울증에 따른 자살이 이를 잘 반증해준다. 또 모든 연구결과들에서 우울증이 자살의 가장 중요하고 흔한 원인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신체질환과 우울증이 함께 있는 경우에는 자살률이 최고로 높아진다.

우울증 역시 공황장애와 마찬가지로 심리적인 문제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특정 사건에 대해 충격을 겪거나, 사회생활에서 겪는 어려움이 그 원인일 수도 있다.
치료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 약물 치료를 추천하지만, 굳이 물리적인 요법이 아니어도 스트레스를 조절, 원만한 대인관계를 가지기 위한 노력, 대화 등이 중요하다. 우울증을 겪는 사람의 주위 도움과 관심이 매우 필요하다. 우울증에 걸린 사람은 알코올이나 약물에 의존하기 쉬운데, 이는 우울증을 더욱 악화시키는 지름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정신분열·조울증 조기치료 중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우울증 외에도 조기치료가 특히 중요한 대표적인 정신질환은 정신분열병과 조울증이다. 정신분열병은 망상, 환청을 비롯해 정신기능의 다양한 영역에 광범위한 이상을 초래하는 정신질환이다.

대부분 젊은 나이에 발병하고 적절히 치료하지 않으면 사회적·개인적 기능을 심각하게 저하시키게 되므로 조기 진단과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조울증은 우울한 시기도 있지만 반대로 감정이 고조돼 쉽게 흥분하고 비현실적으로 과대한 생각에 집착하며 막무가내로 억지를 부리는 등의 증상을 보이는 ‘조증’ 시기도 나타나는 기분장애다. 특히 조증 시기의 환자는 자신의 감정과 행동을 통제하지 못해 자기 자신은 물론 가족과 주변사람들에게도 심각한 고통을 주게 되는 경우가 많아 조기발견과 치료가 중요하다.

시스템·예산 부족 예방대책 미흡
보건복지부 정신질환 실태조사에서 2015년도에 진료받은 정신장애 환자 수는 외래 환자 250여만명, 입원 14만명에 이르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고등학교 우울증 경험률 38.8%, 자살 사고율은 18.9%, 심한 형태의 증상을 보이는 학령기의 아동은 전체 일반 아동의 8~10%에 이르는 등 대한민국 아동청소년 정신건강을 생각하면 대한민국 정신건강 위기이다.

국내 의료에서는 생의학적 모델(Biomedical)에만 근거해 정신건강 및 정신장애 진료를 소홀히 다뤄왔다. 그 결과 우리 사회는 OECD 국가 중 최고의 자살률, 폭력(가정폭력, 학교폭력, 묻지마 폭행 등), 중독(게임, 술, 도박 스마트 폰 등), 재난(세월호, 태풍, 지진, 전염병 등) 등에  의한 정신건강 문제가 나날이 증가되다. 하지만 체계적인 시스템이 부족하고, 이에 대한 예산도 극히 미비한 실정이다.

이에 정부는 보건복지부, 교육부, 고용부, 법제처 등 관계부처가 참여하는 '정신질환 차별 개선 TF'를 구성해 행복한 삶, 건강한 사회를 위한 ‘정신건강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를 두고 의료계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법'이라는 지적과 함께 사실상 행정비용만 낭비하는 탁상행정식 조항이 대거 포함됐다는 비판을 내놨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와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심사위원회 인력 구성 및 재정 등 구체적 대안 마련도 없이 조직을 새롭게 만드는 것은 오히려 재정과 인력 낭비 뿐만 아니라 정신질환자의 입원치료도 어렵게 한다. 이번 개정안은 임상현장의 현실을 무시한 내용이 많아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고 비판하며, 하위법령을 통해 문제점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정신질환자의 범위 축소에 따라 경증 정신질환자 및 일반국민을 대상으로 정신건강서비스 제공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 정신질환의 예방치료 재활, 사회복지·교육·주거 근로 환경개선 등의 사업을 실시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정작 입원이 필요한 조현병이나 알코올 중독 환자들의 경우 입원치료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에 대한 지역사회의 관리방안 등 정책적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정신질환 종류와 주요 증상>

◇조현병
망상, 환청, 와해된 언어, 정서적 둔감 등의 증상과 더불어 사회적 기능에 장애를 일으킬 수도
있는 정신과 질환이다.

◇과대망상
자신의 지위·재산·능력·용모·혈통 등을 과장하고 그것을 사실로 믿는 증상. 자신이 아주 위대한 인물이거나 특별한 능력(돈·권력)을 가졌다고 여기는 증상이다. 자신이 초능력 인간이 됐다거나, 또는 영적인 힘을 지니게 되어 무슨 일이든지 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을 말한다.

◇공화증
사실에 근거가 없는 일을 말하는 병적 상태. 없었던 일을 마치 있었던 것처럼 확신을 가지고 말하거나 일어났던 일을 위장하거나 왜곡하는 신경병적인 증상을 공화증이라고 한다. 이 밖에도 자신의 망상을 병적으로 과장되게 나타내며, 사실을 오해하고 왜곡한다.

◇공상적 허언
심리학 용어로 병적 허언이라고도 한다. 주요 징후는 공상력이 비정상적으로 왕성한 데에 있고, 공상과 현실의 차이에 대한 식별력이 부족하거나 불가능한 것같이 보이나, 그 밖의 행동에서는 일반적으로 정상적이다.

◇피해망상
자신이 타인으로부터 부당하게 박해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증상. 조현병(정신분열병)이나 편집장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증상으로,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부당하게 괴롭히고 속이며 고통을 주고 피해를 입히려 하고 인생을 비참하게 만들려 하며, 심지어는 자신을 죽이려 한다고 믿는다.

◇관계망상
아무 근거도 없이 주위의 모든 것이 자기와 관계가 있는 것처럼 생각하며 자기에게 어떠한 의미를 가진 것이라고 생각하는 망상. 정신분열병에서 전형적으로 나타나는데 우울증 ·인성반응

◇신경증
기능성 장애 중에서 발병 과정을 심리학적으로 더듬어 조사할 수 있는 심인성(心因性) 질환.

◇코르사코프증후군
기억력 장애, 시공간적 짐작이 곤란한 짐작 의식의 장애, 건망·작어증 등의 여러 증세를 나타내는 증후군. '건망증후군이라고도 한다. 환자는 시일은 물론 지금 막 지나온 길도 잊으며, 그날의 식사의 내용이나 면회자 등도 잊고 생각해내지 못한다.

◇감정둔마
조현병자(정신분열병자)가 특징적으로 보이는 감정의 장애. 감정의 반응성이 심하게 저하하거나 소실한다. 조현병자(정신분열병자)의 경우 극도로 심하면 감정이 황폐하게 되고, 의지의 발동이 고도로 장애를 받는다.

◇기분장애
기분 조절이 어렵고 비정상적인 기분이 장시간 지속되는 장애. 뇌의 기분을 조절하는 부위에 이상이 생겨 발생하는 증상이다. 우울증과 조울증이 대표적이다.

◇이인증
이인증이란 자기가 낯설게 느껴지거나 자기로부터 분리, 소외된 느낌을 경험하는 것으로 자기 자신을 지각하는 데에 이상이 생긴 상태를 가리킨다. 이로 인해 명백한 고통을 느끼거나, 사회생활 또는 대인관계에서 문제가 발생할 정도일 때 진단할 수 있다.

◇해리성 장애
해리성 장애는 평상시에는 통합되어 있는 개인의 기억, 의식, 정체감, 지각 기능 등이 붕괴하여 와해된 행동 상태를 말한다. 여기서 ‘해리’라는 것은 연속적인 의식이 단절되는 현상을 말한다.

◇중기증
히스테리성 발작이나 정신적 흥분 또는 쇼크로 졸도하여 기절하는 증세로서 일종의 정신질환이다. 전신의 경련과 함께 손발이 싸늘해지면서 의식이 흐려지나 희미한 기억이 남는 수도 많다.

◇간저증후군
무의식의 소망이 표면화하는 연희적 정신증세. 의식은 대개 분명하지만 자명(自明)한 잘못을 저지른다. 예를 들면, ‘당신은 누구냐’라고 물으면 ‘나는 석가모니다’라고 즉시 대답하는 등이다.

◇감응정신병
한 사람의 정신이상자의 증세가 타인에게 감염되어 야기되는 정신장애. 감응반응 또는 2인정신증이라고도 한다. 광신적인 정신병질자나 조현병자(정신분열병자)의 환각망상, 또는 종교적 환각·실신·황홀상태·경련 등이 그것을 믿는 미신적이고 지능이 낮아 암시성이 강한 사람에게 전염되어 같은 증세를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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