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 표준게놈 성공 의미

[보건포럼]서정선 서울대 의과대학 유전체의학연구소 소장

지난 달 10월 6일은 필자가 소장으로 있는 서울의대 유전체의학 연구소(GMI-SNU)과 생명공학기업 (주)마크로젠으로서는 매우 경사스러운 날이었다. 그것은 22개월간의 아시안 표준게놈연구를 성공적으로 끝내고 네이처에 논문으로 첫 선을 보인 날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게놈염구가 그렇듯이 이 논문도 부록까지 합치면 약7천쪽이 넘는 초대형 논문이다.

2년 전 필자는 서양인 중심의 기존 인간표준게놈 도움없이 독립적으로 새로운 긴가닥 서열분석기술과 누구도 제대로 사용한 적이 없는 신생조합 알고리즘을 사용하여 아시아인 표준게놈을 만들기로 하고 기술적 검토를 시작하였다.

GMI연구팀은 7년전 8월 이미 네이처에 북방계 아시아인 게놈분석을 하여 출판한 적이 있는 전장게놈 연구분야에서는 이미 잘 알려진그룹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팀에게도 이 도전은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도박과도 같은 일이었다. 성공하면 세계 최초로 한 일로 찬사가 쏟아지겠지만 실패하면 적어도 20-30억의 돈과 2-3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일이다.  

가끔은 연구책임자로서 결과를 모르는 채로 고독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연구는 포커게임과 같아서 2등은 의미가 없다. 특히 게놈 연구와 같은 초대형 논문의 경우에는 경비와 시간측면에서 실패에 대한 부담이 커서 신중할 수 밖에 없다. 새로운 방법론을 써야 만하는 미래형연구에서는 아직 기술이 성숙되지 않아 참가자 모두가 실패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2011년에도 필자는 신생조합 분야에 한번 도전해 보려고 하다가 포기한 적이 있었다. 중요 기술이 아직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당시 섣부른 도전을 한 경쟁팀들은 초라한 성적을 거두고 모두 원점으로 되돌아 갈 수 밖에 없었다. 당시 우리는 운이 좋았다.

그러나 3년동안 상황은 많이 변했다. 긴가닥 서열 분석기술이 안정적으로 개발되어 한번 분석에 만오천개의 염기를 알아낼 수 있었다. 짧은 가닥 기술이 150개 염기인 점을 감안하면 100배나 길어진 것이다.

2개월의 고민 끝에 나는 거대한 도박판에 서기로 하였다. 한번 시작하면 다음은 속도다. 한 대 100만불짜리 PacBio기계 2대를 구입하고 1주만에 셋업하고 2주만에 정상가동하여 12월 10일경에 72번 반복한 전게놈서열분석을 끝낼수 있었다. 약 4개월정도 남은 2015년 2월 AGBT 게놈학회에 초벌결과를 발표하기로 하고 토요일 일요일도 없이 풀가동한 결과이었다. 12월 15일까지 1차 서열분석실험이 끝났고 크리스마스까지 신형 알고리즘를 이용한 첫 번째 신생조합이 시도되어 완벽하지는 않아도 상당한 성공을 거둘수 있었다.

마크로젠 BI 연구소(소장 김창훈)에서는 다른 생물게놈의 신생조합 경험을 갖고는 있었으나 인간게놈에서는 처음하는 일이라 시행착오를 피할 수는 없었다. 서울대 대학원생들과 마크로젠 연구팀들은 불철주야 문제를 풀어 당당히 세계적인 결과를 내놓았다. 대용량서버를 이용한 신생조합 과정단계는 이 연구의 핵심이다. 한가지 다행한 일은 마크로젠의 대용량서버가 이 일을 하기에 충분하였고 동시에 여러번 실험을 진행할 수 있었던 점이다.

논문출판과 동시에 Nature측에서 ‘세계에서 가장 정확한 인간게놈’이라는 찬사를 들은 것은 정말 뜻밖이었지만 너무나 자랑스러운 일이었다. 2주후에 미국유전체학회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칭찬을 들으면서 이제 한국이 아시아의 게놈주도 국가가 된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특히 학회에서 SMRT기술을 개발한 Steve Turner박사가 “이번에 한국팀의 아시안 표준게놈의 성공은 미래 정밀의학분야의 중요한 씨앗(seed)을 뿌린 것이다”라고 한 말은 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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