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건강과 화장품의 패러독스

[보건포럼] 윤수진 수원시 약사회 상임이사

현대 사회에서 화장품은 피부 건강을 지키는데 있어서 가장 핵심적인 소비재다. TV에 등장하는 연예인은 물론이고, 시골에 있는 할머니들도 화장품을 사용한다. 그만큼 화장품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소비하는 필수 소비재로 자리잡고 있다. 그렇다면 화장품이 피부 건강에 좋기만 한 것일까?

한국의 화장품법에 규정된 화장품이란 “인체를 청결·미화하여 매력을 더하고 용모를 밝게 변화시키거나 피부·모발의 건강을 유지 또는 증진하기 위하여 인체에 사용되는 물품으로서 인체에 대한 작용이 경미한 것”을 의미한다. 이 정의에 의하면 화장품은 분명 인체에 대한 작용을 가지고 있다. 물론 의약품만큼은 아니지만, 인체에 영향을 주어 변화시키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최근에는 기능성화장품이 등장하면서 약은 아니지만, 피부의 주름을 경감시켜주거나 피부를 하얗게 해 주고, 자외선을 차단하는 등의 기능을 강조하는 화장품의 시대가 열렸다. 점차 화장품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구체화하고 강조하면서, 다양한 화장품의 개발이 되고 있는 것 역시 현재다. 이는 화장품이 어떤 방식으로든 피부에 영향을 미치며, 이것이 반드시 좋은 방향으로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님을 시사하기도 한다.

이를 화장품의 역설, 패러독스라 부르고자 한다. 화장품 관련 회사에서 근무하던 한 중견 임원이 한 이야기가 아직도 귓가를 때린다. “피부가 진짜 건강해지는 방법은 화장품을 사용하지 않는 것입니다.”

공장에서 생산되는 대부분의 화장품들은 화학물질을 포함하고 있다. 여러 성분을 잘 섞기 위한 계면활성제와 오랜 기간 변질되지 않도록 하는 방부제, 여러 성분들이 침전되어 층이 분리되지 않도록 하는 각종 응고제와 pH 유지를 위해 사용하는 산성 혹은 염기성 물질들, 향료, 그 이외에도 다양한 이유로 화학물질들이 화장품 안에 들어 있다. 이런 성분들은 사람의 피부에 마냥 좋게만 쓰이지 않는다.

가장 대표적인 성분이 실리콘의 일종인 디메치콘(dimethicone)이다. 이 성분은 기포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고, 독성이 거의 없으며, 염증을 일으키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부 화장품에는 PDMS (polydimethylsiloxane)으로 표기되어 있기도 하다. 디메치콘은 “피부 보호”라는 목적으로 사용되는 대표적인 화학물질이지만, 자연적으로 분해되지 않고 하수로 흘러 들어간다. 하수로 흘러 들어간 디메치콘과 같은 물질들이 다시 인간의 식수와 생활용수로 흘러 들어와 우리 몸 속에 쌓이게 된다. 이런 과정들을 거치면서 과연 이런 화장품들이 우리의 피부를 정말 건강하게 하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가지게 한다.

결국 각종 화학물질로 만들어진 화장품은 사용하는 순간 피부를 돋보이게 할지는 모른다. 순간적으로 얼굴을 빛내게 하고, 잡티를 살짝 가려주고, 윤기가 흐르는 건강한 피부처럼 보이게 한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화장품이 우리 몸, 그리고 인체에 화살을 돌려 독으로 돌아오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방법도 없다. 그것의 화장품의 역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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