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밀의학, 치밀한 계획이 필요하다

[보건포럼] 서정선 서울대 의과대학 유전체의학연구소 소장

의학 앞에 ‘정밀‘이란 말을 붙이는 것이 가능할까? 2013년 미국 암학회 기조강연 세션제목으로 '정밀의학'이 나왔을 때 나는 잠시 의문을 가졌다. 2015년 오바마 연두교서에 다시 사용되면서 이 말은 대세가 되었다. 2005년에 논문에 단 1번 사용된 정밀의학은 2016년 1730번 이상 사용되면서 의학의 흐름이 혁명적으로 바뀌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150년 유전학연구와 15년간 축적된 인간게놈정보가 보수적인 의학의 개념을 과학적 의학으로 바꾸어 놓았다. 더 절박한 것은 게놈정보을 이용한 예측의학 없이는 노인인구의 증가에 따른 의료비의 상승을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이다. 정밀의학만이 답이다.

혁명은 작년 1월 미대통령 연두교서에서 정밀의학을 미래의학의 새로운 축으로 발표하면서 시작된다. 인간수명 120세 시대와 암,당뇨등 만성병에 대한 도전을 정식으로 선언하였다. 백만명의 거대연구집단을 구축하고 유전체정보를 함께 분석한다는 계획만으로도 세계적인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였다. 게놈천불시대가 된 지 1년만에 의료선진국인 미국에서 나온 반응이었다.

정밀의학의 대부는 프랜시스 콜린스 미국 국립보건원장이다. 2015년 2월에 열린 AGBT미팅에서, 콜린스팀의 중요멤버인 미국 NHGRI연구소의 E.그린 소장은 정밀의학계획에 대해 열정적으로 얘기하여 아직도 그때의 흥분이 채 가시지 않은듯 보였다. 콜린스박사를 위시한 미국 의료의 집단지성들은 정밀의학계획이 너무 거대한 장기계획이 되면 정부의 부담이 커질 것을 우려하여 단기계획으로 암을 선택하여 구체적인 성과를 단시간내에 보여주기로 한다. 암 치료목표를 완치에서 만성병으로 전환하고 암환자를 개인별로 (longitudinal study) 치료하고, 치료DB에 연결시켜 빅데이터 예측을 시작한다.

또 중장기적으로는 이미 2004년부터 시행된 질병코호트계획을 백만명 집단으로 대형화하여 정보예측의학을 구축한다는 전략을 선택한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자발적인 참여자로 구성된 코호트를 만든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서 건강인이나 환자가 자신의 정보를 갖고 코호트에 자발적으로 관여하여 적극적인 피드백이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이것이 바로  참여의학이다. 4차산업혁명의 물결과 함께 고객(환자)을 연결시켜 갑과 을이 뒤바뀌는 의료혁명이 일어나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개인생활정보(lifelog)분야에서도 핸드폰등을 이용하여 수집된 모든 정보와 DNA 검사가 환자의 전자동의서 기반으로 연결되어 거대한 DB가 구축되고 예측의학의 문이 열리게 된다. 그리고 약물유전체정보를 개인별로 구축하여 약물부작용과 불필요한 의료비 지출을 축소시킨다. 또한 파킨슨질환, 치매등 뇌질환과, 비만, 당뇨, 고혈압등 만성병을 예측해서 치료비를 절감시킨다.

이러한 정밀의학계획은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국가전략과제로 채택되었다. 그러나 미국과는 달리 예산이 너무 적고 유전체 서열분석에 대한 계획이 구체적이지 않고, 코호트부문에서도 볼런티어방식이 아닌 정부주도 방식으로 계획되는 등 정밀하지 못한 부분이 많다. 미국이 오랜 고심끝에 만든 정밀의학 계획의 세부 포인트를 간과하고 대충 흉내만 낸다면  많은 시행착오를 일으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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