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내린 '한미 신화' 신약 출시로 위기 탈출

보건산업 결산·전망, 제약업계

올해 하반기 제약·바이오산업의 최대 이슈는 한미약품 계약 해지 사태였다. 이로 인해 제약주 투자에 제동이 걸렸으며, 마일스톤 계약의 위험성 등이 알려지는 계기가 됐다. 한켠에서는 바이오와 제약 간의 경계가 점차 무너지고 있다. 바이오업체 셀트리온은 영업이익부문에서 전 제약사를 통틀어 1위 실적을 기록했고, 최근에는 피인수 대상으로만 여겨졌던 벤처 바이오업체가 중견 제약사를 인수합병하는 일도 늘어나고 있다.

국내 업체의 높아진 역량도 점차 실체를 갖출 예정이다. 2017년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CMO 제3공장이 완료되며 세계 1위 규모의 생산시설을 갖추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오시밀러 분야 역시 내년 황반변성질환 치료제 ‘라니비주맙’ 특허 완료와 셀트리온의 미국 렘시마 허가를 시작으로 성장이 돋보일 것으로 보인다.

신약출시 활기 띌 전망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에 따르면, 올해 국내에서 혁신성을 인정받아 허가를 받은 신약은 한미약품의 표적항암치료제 ‘올리타정(성분명 올무티닙)’ 1종 뿐이다.

올리타정은 당초 임상 2상 후 조건부 허가를 받았으나, 임상 3상 도중 환자 사망사건이 발생하면서 조건부 허가를 취소하고 제대로 된 임상시험을 통해 안전성을 입증하게 해야 한다는 반대 의견에 시달리는 중이다. 조건부 허가를 제외하면, 2009년 이후 7년 만에 허가를 받은 국산 신약이 한 건도 없는 해로 기록됐다.


지난해 신약 허가 건수와 비교해 보면 이는 더욱 초라해 보인다. 2015년 신약 허가를 받은 제품은 총 5종으로, 아셀렉스캡슐(크리스탈지노믹스, 2015.02.05), 자보란테정(동화약품, 2015.03.20), 시벡스트로정·시벡트로주(동아에스티, 2015.04.07), 슈가논정(동아에스티, 2015.10.02) 등이다. 수치상으로는 국산 신약개발이 장벽에 부딪힌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국내 제약사들의 R&D 투자가 줄어들어서가 아니라, 단순히 신약 출시 사이클 상의 결과라는 분석이다. 올해 역시 임상 3상까지 최종 허가가 완료된 신약이 나오지 않았을 뿐, 임상 단계 별 승인은 수백 건에 달한다. 실제로 올 들어 국내에서 승인된 임상 건수는 500여건으로, 임상 2~3상만 200건이 넘는다. 이 중 제네릭을 제외해도 수십 건이 넘는 신약이 임상 2~3상을 진행 중이다.

특히 지난해 한미약품의 8조 원대 기술수출 '대박' 이후 수백억 원의 매출을 바라보는 국내 출시보다는 수조 원 단위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글로벌 시장을 먼저 겨냥하는 업체들이 많아지고 있어 제약사들의 임상 과정이 더 복잡해진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올해는 유한양행 등 중국이나 미국, 유럽 등에 신약후보물질 수출 계약을 맺은 제약사들이 속속 등장했다.

내년 기대되는 국산 신약 프로젝트로는 한미약품 당뇨병 신약 '에페글레나타이드'의 미국 임상 3상 돌입, 주 1회 투여하는 지속형 당뇨-비만치료제 'HM12525A' 미국 임상 2상 등이 예정되어 있으며, 일동제약의 B형간염치료제 ‘베시포비르’ 국내 및 녹십자의 'IVIG-SN' FDA 허가, 동아에스티의 슈퍼항생제 '시벡트로'의 폐렴 적응증 임상 3상, JW중외제약의 만성골수성백형병치료제 'CWP291'의 미국 임상 1b상 등이 주목받고 있다.

비록 한미약품 기술수출 신화는 임상 중단으로 막을 내렸지만, 이를 대신할 새로운 신약물질의 등장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 중론이다.

내수 줄어들지만 수출 증가로 제약산업 성장 예상

제약산업에서는 다수의 블록버스터 의약품의 특허가 만료되고, 바이오시밀러 의약품의 시장진입이 본격화되며 큰 성장이 예상된다.

2016년도에는 유럽지역에 대한 바이오의약품 수출 지속 확대로 인해 제약산업 수출이 12.5% 증가했다. 對 스위스 수출액이 전년대비 612% 급상승했으며, 對 아일랜드 수출 규모도 43% 증가했다. 바이오의약품의 유럽 EMA, 미국 FDA 등 허가품목 역시 증가세로, 특히 바이오시밀러 시장진입이 본격화 됨에 따른 효과가 크다.

2017년 국내 의약품 생산 규모는 전년 대비 3.8% 증가한 18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제작년(3.5%), 작년(3.3%)보다 소폭 늘어난 수치다. 제네릭을 중심으로 한 내수 매출은 정체 혹은 감소하겠지만, 고령화 및 성인병 증가에 따른 만성질환의약품 수요가 증가하고 고가 항암제와 희귀의약품 등 전문의약품(specialty drug) 수요가 증가함에 따른 것이다.


2017년 제약산업 수출액은 유럽과 미국 등 선진시장 진출이 본격화됨에 따라 전년 대비 17.3% 증가한 40억달러(4조7430억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국산신약 및 개량신약의 아시아지역 및 신흥 국가 수출이 확대됨과 동시에 제네릭 사용 장려 정책과 맞물려 고부가가치 원료의약품 수출이 증가되는 등의 정세에 따른 분석이다. 또한 다국적 제약사의 일부 고가 의약품 수입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국내 제약사들도 이에 대한 혜택을 일부 입을 것으로 풀이된다.

2017년 제약정책 트렌드-신약개발, 세계시장 개척, 인프라 조성

초고령 사회의 도래 및 질병 구조의 변화에 따른 국민 의료비 증가에 대비하기 위해 지난 9월 8일 관계부처 합동 총리주재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논의 확정된 2016 보건산업 종합 발전전략에 따르면, 제약산업의 발전 전략은 신약개발과 세계시장 개척, 인프라 조성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올해 제약정책은 작년 시작됐거나 추진하던 정책의 연속성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선도 제품을 개발하고, 첨단의료 전략적 투자를 강화함과 동시에 혁신 생태계를 조성하고 보건산업진흥법과 의료기기산업육성법 등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 제약산업 발전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제약기업 대상 기술이전 활성화 및 유망벤처기업 특화 R&D를 추진하는 기초연구성과 이전·상용화 지원 전략과, 글로벌 항체신약개발지원과 4대 중증질환 국가신약개발 추진, 공공백신 개발·지원센터 설립 등을 안으로 담은 신약 연구개발 지원이 확대된다.

약가·세제 지원정책의 경우 글로벌 혁신신약과 바이오의약품에 대해 혜택이 커진다. 글로벌 혁신신약의 경우 대체약제 최고가의 10%p를 가산해 약가를 산정하며, 약가협상기간도 기존 60일에서 30일로 단축한다. 바이오의약품의 경우 특정 바이오의약품에 대해 최초 진입하는 바이오시밀러는 약가 10%p를 가산해주며, 약가인하주기도 기조 1년에서 2년으로 늘린다.

이밖에도 혁신형 제약기업과 해외 협력기관을 연계해 벌이는 글로벌 공동연구를 확대하고, 수출전략국 현지 수입과 유통법인 설립을 지원해 국내 제약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고, 제약산업 수출지원센터를 통한 정보제공 등 제약업계 인프라 조성도 활발히 이루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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