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소비침체 '최악의 해'…할랄식품 인증 돌파구

[2016 보건산업 결산-전망 / 식품업계] '김영란법'시행 요식업체·유통업계 직격탄

올해 식품산업은 경기침체, 소비부진으로 어느 해보다도 힘든 시기를 보냈다. 그러나 내년은 적어도 기저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내년 식품산업을 다소 보수적으로 보고 있다. 곡물과 하락, 원화강세, 가격인상, 수출 증가 등 주요 이익결정 변수가 모두 우호적인 방향으로 움직였던 2012년과는 달리 내년에는 이익결정 변수의 변화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권 교체시 식음료제품 인상 추이

OK증권 김 승 에널리스트는 “내년 음식료 업종의 투자환경은 점차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정권 교체기 도래와 함께 업체별 가격인상 시도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며 원화도 현재 수준에서 보합 혹은 소폭 강세가 예상된다”고 점쳤다. 그는 또 “곡물가격이 상승세로 전환한 것은 소재식품 부문을 포함해 전반적으로 음식료 업체에 부정적인 이슈”라며 “곡물가격의 급격한 상승이 아니라 점진적 상승이 예상되는 만큼 가격전가력이 높은 기업은 이를 가격인상의 근거로 활용할 수 있어 부정적 이슈가 상쇄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1990년 이후 현재까지 식품업계는 4번의 어려움을 겪었다. 첫 번째가 1997~1998년 IMF 시기, 두번째는 2000~2001년 버블시기, 세 번째는 2008~2009년 리먼사태를 시작으로 한 글로벌 경제위기, 네 번째가 바로 2016년 올해이다.

최근 몇 년동안 지속되어온 저성장, 소비침체로 인한 한파가 올해도 산업계를 휩쓸면서 식품업계가 고통의 늪에서 좀처럼 헤어나질 못하고 있다. 특히 급격한 출생률 저하는 제과업계를 중심으로 식품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면서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엎친데 덥친격으로 김영란법 시행으로 요식업체는 직격탄을 맞았다. 유통업계도 5만원 미만의 명절 선물세크를 늘리며 대응에 나서고 있다.

특히 백화점의 경우 기존에 5만원 미만의 명절 선물세트가 전체 비중의 5~10%도 되지 않아 이를 확대하는데 노력을 집중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김영란법 시행으로 선물 관련 산업이 연간 2조원 가량의 매출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더불어 소비심리 악화로 인한 내수 위축도 어려움을 가중시킬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 주요 식품업체들이 부진한 내수를 탈피하기 위해 중국 및 해외 비중이 꾸준히 늘리고 있다. 올 한해 오리온은 인도네시아 델피와 JV를 설립했으며 빙그레는 미국법인을 설립하는 등 불황의 늪에서 탈출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신성장동력을 위한 M&A도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동원시스템즈는 베트남 법인을 인수했으며 CJ프레시웨이는 베트남과 중국업체를 인수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은 올해 음식료 업체들의 해외영업 경쟁력이 어느해 보다도 강하니 만큼 수출호조에 힘입어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로 인해 음식료 업체의 2016~2018년 예상 매출·영업이익·순이익 성장률은 13.2%, 23.3%, 21.7%로 코스피시장의 8.2%, 18.0%, 18.4% 대비 더 높은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점쳤다.

유진투자증권 오수민 에널리스트는 “중국 내수시장 성장이 우리 식품업계에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직까지 중국의 도시화율이 58.5%에 불과한데다가 중국이 내수진작 정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기업의 대 중국 진출문호가 다소 여유롭다는 것이다. 중국의 가계부채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추세이긴 하지만 타 국가에 비해 여전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우리에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침울한 내수, 수출로 위안 찾아

식품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으나 아직까지 타 산업에 비해 수출비중은 작은 편이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어 향후 국내외 시장은 크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단기적으로 농수산식품산업은 경쟁력이 있는 안전한 먹거리를 중심으로 대중 수출을 확대하고 할랄식품 등 신규 시장 개척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식품시장은 지난해 5조6000만달러에서 오는 2018년 6조3000만달러로 늘면서 연평균 4.2%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2014년 유럽 식품시장을 제치고 1위를 달성한 아시아태평양 식품시장은 2015~2018년 중 연평균 6.3% 성장할 것으로 보이며 중남미, 중동·아프리카 식품시장도 각각 7.2%, 4.3%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 식품시장의 경우 3.3% 성장에 그쳐, 세계 식품시장 성장률에 크게 못미칠 것으로 예상되지만 유럽(2.5%), 북미(1.6%), 일본(0.2%) 등과 비교하여 높은 성장율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식품시장은 인구·경제규모 대비 규모의 영세성, 수출 비중이 작은 점 등의 이유로 성장잠재력이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한 맞춤형 전략 수립을 지적한다. 경쟁력 있는 안전한 먹거리로 대 중국 수출 확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세계 최대인 중국시장은 향후 고성장 전망 뿐 아니라 지리적으로 가깝고 한국 식품에 호의를 갖고 있어 업계의 큰 기회요인으로 작용한다. 최근 중국의 식품 소비성향이 안전을  중시하나 자국산에 대한 신뢰는 낮기 때문에 유제품, 제과, 면류, 인삼가공식품 등 경쟁력 있는 품목을 중심으로 안전성 강조 및 맞춤형 제품개발을 토해 수출 확대를 기해야 할 것이다. 

중동·아시아 등 신시장 개척해야

또 할랄식품 인증 및 개발을 통한 중동·아시아지역 개척이 식품업계의 생사를 결정짓는 중대한 잣대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할랄 식품시장 규모는 1조1000억달러로 세계 식음료 시장의 16.7%를 차지하는 거대시장이며 향후 무슬림 인구 증가와 함께 지속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유럽 등에서는 할랄식품 소비가 비무슬림까지 확대되고 있어 수출시장으로의 개척이 필요한 실정이다. 할랄시장의 특성 및 최근 트렌즈를 반영한 전략 수립을 통해 수출품목의 다각화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 젊은 무슬림 인구 증가로 외식문화의 확산이 전망됨에 따라 외식, 배달업 등 연관산업에 대한 지출 확대도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SK증권 김 승 에널리스트는 “올해 경기침체, 소비부진으로 최악의 한해를 보냈다”면서 “내년에는 식료업종의 투자환경이 점차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 에널리스트는 “내년 음식료 업종의 최대 화두는 단연 가격인상이다”면서 ”담배와 아이스크림, 빙과류를 중심으로 가격 인상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했다. 아울러 디저트 시장의 성장세를 점쳤다.

농식품부가 최근 발표한 디저트외식시장 조사결과에 따르면 2014년 디저트 외식시장 규모는 전년에 비해 13.9% 증가한 8조976억원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20~30대가 다른 연령층에 비해 가장 많은 디저트를 구입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디저트 시장 확대는 디저트의 종류와도 무관하지 않다. 과거에 디저트라고 하면 커피나 음료가 전부였는데 최근 들어서는 케이크, 빙과, 생과일쥬스, 차 등으로 확대되면서 디저트 카페가 붐을 일고 있다. 블로그 등 SNS도 디저트 카페 시장을 확장하는데 일조를 하고 있다. 인터넷을 타고 화려하게 치장한 케이크 등 각종 디저트류가 네티즌에게 전파되면서 확대 재생산되고 있는 것이다. 디저트 카페가 새로운 업종으로 부상하자 빙그레 등 제과업체를 비롯해서 식품업체, 유업체, 유통업체가 속속 진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올 한해는 어려움의 연속이었다”면서 “다변화하는 소비자의 트랜드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업체 스스로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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