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는 직역다툼에 최순실 의료농단 의혹까지

[2016 보건산업 결산-전망 / 의료계]

2016년이 저물어가는 가운데 의료계는 직역 간 갈등과 내부 충돌로 인해 시끄러운 한해가 됐다. 특히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촉발된 대통령 탄핵정국으로 어수선하다.
병신년 첫 달부터 의사와 한의사는 '의료기기 사용'을 놓고 정면 충돌했으며, 이 논란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또 치과의사의 보톡스·프락셀 레이저 판결, 한의사 뇌파계 사용 등은 보건의료계의 직역 갈등으로까지 이어지게 했다.
이 외에도 국민들의 간병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대, 말기 암환자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한 호스피탈리스테 제도, 의료분쟁조정법 개정, 동네의원 활성화를 위한 ‘만성질환관리제도’ 등 의료계는 많은 변화의 격량에 휩쓸렸다. 의료계 내부적으로는 대리수술, 성범죄 등 의료인의 윤리문제가 불거지면서 의사들이 서로를 감시하는 ‘전문의평가제’가 도입되기도 했다. 올 한해 의료계를 강타했던 각종 이슈들을 짚어본다.   

최순실 사태로 '의료계 민낯' 노출

올해 최고의 이슈는 단연 '최순실 게이트'다. 문화계에 각종 의혹을 비롯해 의료계까지도 최순실의 손길이 드러났다. 대통령 주치의를 배출했던 굴지의 대학병원들이 최순실 게이트의 중심에서 연일 포화를 맞았다.

또 대통령 대리처방과 진료기록부 허위작성, 줄기세포 불법시술, 각종 미용주사제의 무분별한 사용 등 최순실 사태로 드러난 의료계의 부도덕한 폐단이 그대로 공개됐다. 이에 더해 비아그라 처방, 최순실 단공의사인 김영재 씨의 특혜 등 아직도 풀리지 않고 있는 의혹들로 난무하다.

이 같은 의혹으로 원격의료, 규제기요틴 등 그동안 복지부가 야심차게 추진해 온 사업들이 좌초될 위기에 처해있다. 연구중심병원 사업도 최순실 게이트와 연관성이 지적되면서 비지정 병원들의 불안감이 커져가고 있는 상황. 의료계로 확대된 '최순실 게이트'는 정치 상황과 맞물려 장기화 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의료계는 향후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헌재 판결로 무너져버린 의사 면허

올 한해 의료계는 진료 영역이 무너지는 크나큰 아픔을 겪었으며, 이와 관련된 갈등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대법원의 '치과의사 안면부 보톡스 시술은 위법이 아니다'라는 판시와 '한의사의 뇌파계를 사용한 파킨슨병 및 치매 진단을 허용'한 고등법원의 판결 등으로 진료영역은 무너지고 말았다.

▲피부과의사들 1인 시위.

의료계는 여전히 "의료인 면허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여전히 모호한 의료법상의 면허범위를 유지하는 사법부로 인해 내년에도 직역간의 영역 다툼은 끊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의료분쟁 자동개시 시행

일명 '신해철법'으로 불려온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이 의료계의 반대에도 11월 30일 시행됐다. 그러나 의료계는 개정안이 '중환자 기피법'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놨다.

대한의사협회는 "의료분쟁조정이 일상화되면 의사들은 적극적으로 진료하기 어려워 방어 진료를 할 수밖에 없다"며 "사망이나 중상해로 판명될 가능성이 높은 환자 기피현상은 심화되고, 국민의 피해만 가중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산부인과의사들 역시 “분만에 있어 불가항력적 사고가 있을 수 밖에 없다”며 “결국 분만기피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전공의 특별법 시행

전공의들의 오랜 염원인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향상을 위한 법률'(이하 전공의 특별법)이 지난 12월 23일 시행됐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의료기관의 최전선에 있는 전공의에 대한 수련 환경 개선은 결국 환자 안전을 담보하는 문제"라며 "의료기관들은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본래 취지에 맞는 법 시행을 요구했다.

반면 병원들은 병원마다, 전공마다 수련 환경이 다른 상황에서 이에 상관없이 전공의 특별법이 일괄적으로 적용됨에 따라 주로 야간과 주말에 근무했던 전공의들의 진료 공백을 우려하고 있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대

정부가 '간병인 없는 병원'을 모토로 추진해 온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지난 메르스 이후 전국 병원으로 확대됐다. 하지만 시행 전부터 논란이 됐던 간호사 쏠림 등은 여전히 갈등요인이 되고 있다.

국민의 간병비 부담을 줄이고, 병원 내 감염 관리까지 할 수 있는 선진적 병원 문화라는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일부 지방, 중소병원들은 간호 인력의 수도권, 대형병원 쏠림 현상으로 '의료 양극화'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는 우려다.

상급종합병원을 대상으로 하는 간호조무사 의무 채용이 또 다른 논란으로 대두되고 있는 점에서 제도 연착륙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호스피탈리스트 대안 될까'

호스피타리스트는 전공의특별법 시행되면서 전공의 근무시간이 주당 80시간을 넘기지 못하게 됨에 따라 입원환자들의 관리 공백을 메우기 위해 제안된 제도이다. 일단 시범사업은 입원환자들의 만족도는 높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참여율 저조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국 31곳 병원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이 9월부터 진행됐지만, 지난 11월 말까지 5개 병원에서 11명의 호스피탈리스트만을 확보한 상황이다.

저조 이유로는 계약직이라는 고용불안, 역할이 모호에 미래에 대한 불안감 등으로 지원하지 않고 있는 것.

병원들 역시 정부 재정적 지원이 없는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인력 채용에 나서지 않고 있어 제도가 성공적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의료계에 부는 'AI' 바람

인공지능(AI)이 인간의 두뇌를 이길 수 있다는 사실은 바둑 천재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을 통해 확인한 바 있다. 이런 정보기술을 이용 환자를 진단, 치료하는 시대가 서서히 열리고 있다. 

AI는 의료 빅데이터 분석에도 활용되고 있다. 이를 통해 질병 진단·예측·맞춤의료 현실화 등을 기대하고 있다. 길병원은 선도적으로 슈퍼컴퓨터 왓슨을 도입, 암환자 진료에 활용하고 있다. 이처럼 왓슨을 이용한 치료 결정이 주목을 끌고 있는 가운데 한편으로 정확도에 대해서는 아직은 좀 더 지켜봐야한다는 반응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부분은 지속적인 학습을 통해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장점과 단점, 윤리적 문제와 환자 이해가 혼재하고 있는 상황에서 왓슨이 의학계에 연착륙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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