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젓가락 ·종이컵 ·물수건도 '화학물질 덩어리'

표백제 ·형광증백제에 환경호르몬까지 국민불안 증폭

▲사진제공 : 환경운동연합

지난 9월 모 방송국의 고발프로그램은 본 시청자는 한결같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흔히 ‘위생저’라 불리는 1회용 나무젓가락이 알고 봤더니 화공약품 덩어리였던 것이다. 독극물이란 표현이 더 적당할지 모른다. 중국산 나무젓가락에서 표백제와 곰팡이 방지제인 공업용 과산화수소, 아황산수소나트륨 등 화학물질이 발견된 것이다. 일부 대나무젓가락에서는 이산화황이 기준치의 43배나 검출되기도 했다. 제작진이 나무젓가락을 어항에 넣자 물고기들이 12시간을 견디지 못하고 죽은채 물위에 둥둥 떠 있는 장면을 본 시청자는 할 말을 잊었다.

이 방송국은 이에 앞서 지난 2010년에도 중국 관영중앙방송인 CCTV의 화면을 송출하면서 국민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TV화면을 통해 독극물로 범벅이 된 불량 나무젓가락을 만드는 중국 근로자의 파렴치한 행위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곰팡이가 피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공업용 유황을 이용해 이틀간의 훈증 과정을 거치고 그래도 곰팡이가 필 경우 공업용 과산화수소로 표백작업을 하는가 하면 공업용 파라핀으로 광택작업을 하는 화면을 내보냈다.

우리나라가 수입하는 나무젓가락은 연간 1만7000여톤에 달하는데 이는 우리나라 국민 한사람당 연간 35개 정도 소모하는 양이다. 문제는 이들 수입산 대부분이 중국산이라는 것이다. 최근 3년간 수입된 1회용 젓가락은 약 5만6806톤, 이중 신고·검사 받은 물품은 약 5만2573톤임을 감안할때 약 7.5%는 미신고·무검사 통관으로 추정된다.

인천본부 세관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들어 3월말 까지 수입된 1회용 젓가락 52건 중 13건(25%)이 식약처에 신고나 검사없이 불법으로 들여온 것으로 나타났다. 신고된 39건 중 13건만이 공중위생법상 위생용품으로 신고했으며 26건은 식품위생법상 기구류로 신고 후 통관된 것으로 알려졌다. 1회용 젓가락을 비롯해서 물컵, 숟가락, 이쑤시개, 위생종이는 식품위생법상 ‘기구’와 HSK가 동일하기 때문에 관세사 등이 식품위생법으로 신고하는 사례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 식품위생법상 기구의 의미는 음식을 먹거나 식품이나 식품첨가물을 운반 또는 진열할 때 사용하는 것으로 식품, 식품첨가물 등에 직접 닿는 기계나 기구를 뜻한다.

이 같은 실태는 1회용 물컵과 숟가락에서도 별 차이없다. 최근 3년간 수입된 1회용 물컵과 숟가락은 약 5020톤과 89톤인데 공중위생법상 위생용품으로 신고·검사받은 제품은 약 3톤(0.06%)과 12톤(13.5%)에 불과한 실정이다. 나머지는 식품위생법상 기구류로 신고·검사받았거나 미신고·무검사 통관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관련 법규 미비로 단속 어려움

그동안 환경 관련 시민단체들이 문제를 제기해 오던 식기 세척제와 물수건, 종이컵 등 위생용품도 관련 법규가 정비되지 않아 관계 당국이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식기세척제는 발암 의심물질이 확인됐으며 물수건은 형광증백제가, 종이컵에서는 환경호르몬이 검출되어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현재 위생용품은 지난 99년 폐지된 공중위생법에 근거하여 관리되면서 17년 동안이나 법적으로 관리 사각지대에 머물러왔다. 공중위생법이 폐지되고 ‘공중위생관리법’이 제정되면서 위생용품 등의 관리와 관련된 규정은 삭제됐으며 같은 법 부칙에 해당 규정이 제정되거나 개정될 때까지 폐지된 ‘공중위생법’의 적용을 받도록 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위생용품 등의 관리와 관련된 별도의 법률이 제정되거나 개정되지 않으면서 폐지된 ‘공중위생법’의 적용을 받고 있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불합리한 규제가 여전히 적용되는 등의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10월 ‘위생용품 관리법’을 발의했으며 이에 앞서 성일종 새누리당 의원도 위생용품의 안전성을 강화하는 내용의 관련법안을 발의했다. 최근 국민권익위원회도 현 위생용품 안전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제도 개선을 관계부처에 권고한바 있다.

‘위생용품 관리법’ 제정 추진

식약처·복지부·산업부 등은 ‘위생용품 관리법’ 제정 추진 과정에서 범부처 협업 T/F를 구성하고 입법 전·후 전반적인 관리체계를 정비하는 등 안전 및 규제 사각지대를 조속히 해소하기로 했다. 특히 부처간 업무 범위와 역할을 명확히 하는 등 추진내용 점검에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섰다. 

식약처는 그동안 보건복지부가 맡았던 위생용품 안전관리를 담당하기 위해 위생용품 관리체계 재정비와 더불어 업계 현실에 맞는 기준 마련을 위한 ‘위생용품 관리법’ 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제정이 되면 현실에 맞지 않았던 낡은 규제가 개선되어 기업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입법 전이라도 전산수입신고 제도를 도입하여 수입 신고시 행정기관을 방문해야 했던 민원인의 불편을 해소해줄 방침이다.

보건복지부는 새로운 법 시행 전까지 제조업체 지도점검 및 실태조사를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등 국내 유통되는 위생용품 안전관리를 철저히 할 예정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현재 공산품으로 분류되고 있으나 안전관리 강화가 필요한 화장지, 면봉 등의 개인 위생제품이 앞으로 위생용품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업계 실태를 조사하는 등 협력키로 했다.

정부는 이번 부처 협업과 소통으로 위생용품 안전관리가 강화되어 그 동안 관리 미흡으로 지적되어 온 위생용품 위생수준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생활화학제품 안전관리 대책 마련]

전 국민을 분노케 한 가습기살균제 사고를 비롯해서 에어컨·공기청정기의 항균필터에서 살생물질OIT(옥틸이소티아졸론) 방출, CMIT/MIT 치약 등으로 생활화학제품의 안전성에 대한 국민 불안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국민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생활화학제품의 안전관리체계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와 개선이 필요함을 인식하고, 국회 가습기살균제 특별조사 위원회 활동과정에서 제시된 사고 재발방지 방안 등을 검토하여 ‘생활화학제품 안전관리 대책’을 마련했다. 

그동안 생활화학제품은 각 부처별로 소관 법령에 따라 관리대상을 정하고 허가, 신고, 안전기준 등의 방식으로 관리해 왔다. 위해우려제품은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을 적용받았으며 공산품은 ‘공산품안전법’, 전기용품은 ‘전기용품안전관리법’, 화장품은 ‘화장품법’, 의약외품은 ‘약사법’, 위생용품은 ‘공중위생법’에 의해 단속되거나 관리되어 왔던 것이다. 

그러나 시장의 다변화, 법적 관리대상이 아닌 새로운 유형의 제품 출시 등으로 관리의 사각지대가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 있고, 유통 중인 제품에 대한 시장 감시가 미흡하여 국민의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정부가 지난달 국무회의를 거쳐 확정·발효한 ‘생활화학제품 안전관리 대책’은 국민들이 안심하고 생활화학제품을 사용할 수 있는 사회를 조성하기 위해 △시장 유통 생활화학제품 조사 및 퇴출 강화 △생활화학제품 관리체계 전면 개편 △제품 관리제도 이행기반 구축 △기업의 역할 확대의 4가지 전략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정부는 우선, 내년 6월까지 시장에 유통 중인 생활화학제품을 일제히 조사하여 위해성 평가를 추진키로 했다. 조사 대상은 화평법 상의 위해우려제품 15종 전체와 품질경영 및 공산품안전관리법상의 공산품 중 함유 화학물질이 유출될 가능성이 큰 습기제거제, 부동액, 워셔액, 양초와 법적 관리대상이 아닌 품목 중 위해가 우려되는 제품이다.

또 제품의 용도와 함유물질의 특성, 부처별 전문성 등을 고려하여 소관부처를 정비하고 분쟁발생시 조정체계를 만들어 제품관리 사각지대 발생가능성을 차단해 나가기로 했다. 의약외품, 화장품, 위생용품 등 인체·식품에 직접 적용되는 제품은 식약처, 살생물제와 물질의 유출 가능성이 높은 제품은 환경부, 유출 가능성이 낮은 제품은 산업부가 관리하도록 했다. 향후 나타나는 새로운 형태의 제품은 제품안전협의회에서 소관부처를 신속히 결정하게 된다. 가습기살균제와 같이 소량으로도 인체에 위해할 수 있는 살생물제는 2019년 시행을 목표로 별도의 법령을 제정하여 관리키로 했다.

생활화학제품 정보 소통을 강화하고 기업의 책임성이 대폭 강화된다. 위해우려제품의 전성분 제출을 의무화하고, 제품 포장에 유해성 표시를 위험·경고·주의 등으로 세분화하고 구체화하도록 제도화를 추진한다. 생활화학제품 제조·수입업체와 자발적 안전관리 협약을 체결하여 전성분 공개, 제품성분과 소비자 피해사례 모니터링 강화, 엄격한 안전관리시스템 구축 등을 추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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