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자살률 1위 '오명'…정신건강 대책 시급

[신년 기획특집1-안티에이징 헬스라이프] '벼랑 ' 실버세대

국내 자살율은 OECD 국가 중 1위, 한해 자살하는 사람들의 수만 1만4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자살은 10대부터 30대까지 사망원인 1위이고, 40대와 50대에서는 사망원인 2위를 차지했다. 우리나라의 자살률을 높이는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노인자살률이다.

65세 이상 한국 노인의 자살률은 2014년 기준 인구 10만 명당 55.5명으로 국내 전체 자살률에 2배 이상,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자살률 12명에 비해 5배에 달한다.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다. 보건복지부 중앙심리부검센터가 자살자 유가족 121명과의 면담을 통해 자살자의 심리를 유추한 결과 93.4%는 자살 전 주위에 신호를 보냈지만, 유가족의 81.0%는 알아차리지 못했다.

중앙심리부검센터가 밝힌 자살 전 경고신호는 언어·행동·정서 차원에서 표현된다. 또 자살에는 우울증·음주·경제문제 등이 영향을 미친다.

우울증 뿐만이 아니다. 최근 사회를 강타한 여러 사건들로 인해 국민들의 분노와 실망이 커져가고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현 상황을 벗어날 수 없다는 무기력감이 커지면서 점차 온 사회가 혼란과 아노미로 빠져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분노를 이기지 못해 돌발행동을 하거나, 혹은 무기력감이 자조와 우울로 변질되어 나타나고 있다.

실제 사회적인 분위기가 구성원들의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소견이다. 현재 상황은 이전 ‘헬조선’ 등 각박한 현실로 인해 정신적 피폐함을 쌓아온 상황에서 터진 사건이라 그만큼 타격이 크다.

이 상황을 단순히 일시적 현상으로 바라보는 것에 그치지 말고, 상황을 어떻게 극복해나갈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유엔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이 발표한 ‘2016 세계 행복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행복지수는 10점 만점에 5.835로 전체 58위를 기록했다. 이는 국내총생산(GDP) 순위인 11위에 비해 훨씬 낮은 수치다. 지속적인 사회발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느끼는 행복은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이다.

이렇게 행복도가 낮은 것은 그만큼 사회구성원들이 행복보다는 스트레스에 많이 노출되어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실제 OECD가 발표한 ‘OECD 사회조사(Society at a Glance)’에 의하면 전체 35개 국 중 우리나라는 노인빈곤율(35위), 스스로 느끼는 건강도(35위), 삶의 만족도(28위), 정부 신뢰도(29위), 사회관계(28위), 일자리 안정성(34위) 등에서 최하위권을 면치 못하고 있다.

'노인 우울증' 심각한 사회 문제로

이런 상황에서 국내 우울증 환자는 매년 5% 가량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15년 50대 이상 중·장년층이 우울증 전체 환자의 60%에 달했다.

노년층의 경우 더 심각하다. 노년층은 과거에는 당연하던 신체능력과 사회적 관계를 하나둘씩 잃어가면서 우울증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가까운 사람의 상실, 자식과의 불화, 대인관계 단절, 경제문제 등 사회·경제적 요인도 우울증을 야기하며, 뇌졸중이나 암 등의 후유증으로 우울증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런 노인 우울증은 개인의 문제를 뛰어넘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노인 우울증이 심각한 이유는 본인이 우울증이라고 자각하기 어렵고 증상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으레 나이가 들면서 우울한 것을 당연시 여기고 남의 시선을 의식해 정신과 방문을 것을 꺼린다.

독거노인의 경우 혼자 지내는 상황에서 병원을 찾는 것조차 힘이 들며, 설사 병원을 방문한다고 해도 여러 만성질환으로 이미 먹는 약이 많아 약물 처방도 어렵다. 또 80세 이상 노인들의 자살률이 20대보다 5배 높은 만큼 우울증 증세가 심각할 경우 자살할 확률도 높다.

이 같은 노년기의 불안은 정신건강과 다양한 사회병리 현상과 연결 지어 설명되기 때문에 우리나라 인구의 13.1%를 차지하는 노인의 사회·심리적 불안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정신과 진료비 부담 줄여줘야

자살률을 줄이기 위해 정부도 2016년부터 5년간 종합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자살 유가족에 대한 심지 지원을 강화하는 등 정신적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팔을 걷고 나선 것.

인구 10만명 당 자살률은 매년 증가했다. 2011년 30명(31.7명)을 넘어선 뒤 점차 감소해, 2015년 10만명 당 27.3명까지 줄었는데, 이를 2020년까지 20명으로 낮추겠다는 목표다.

자살방지 5개년 종합대책의 핵심은 동네의 정신건강의학과(정신과) 진료를 받을 때 생기는 부담을 줄여 조기에 자살위험을 없애는 데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정신건강 관련 사업 예산으로 지난해(453억원)보다 8.2% 많은 490억원을 배정했다. 예산 증액을 통해 특히 응급실을 기반으로 한 자살 고위험자 집중 관리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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