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업계, 어떡하나! 고민 깊어진다

출산률 저하로 우유소비 줄고 사드배치로 對中 수출길 막혀

유유 소비량이 급감하면서 유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2012년 1인당 28.1kg에 달하던 흰 우유 소비량은 2013년 27.7kg, 2014년 26.9kg, 2015년 26.6kg로 계속 줄고 있다. 우유 소비가 줄고 있는 것은 출산율 감소가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은 2001년 이후 지금까지 16년 동안 출산율이 1.3명 미만인 초저출산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는 13세 이하의 유·아동의 수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는 뜻이다. 유·아동의 수의 감소는 바로 관련 시장의 위축으로 나타난다. 대표적인 사례가 우유시장이다. 우유를 대체할 수 있는 다양한 기능성 음료와 건강음료의 상승세도 우유 소비를 저하시키고 있다.

사드문제로 야기된 중국과의 갈등도 한몫을 하고 있다. 호조세를 보이던 대 중국 우유 수출이 하반기 들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반도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사드) 배치 결정에 따른 중국의 보복성 조치 영향으로 분석된다.

사드배치장소 확정 수출 급감

사드 배치로 중국내 반한 감정이 확산되면서 국산 우유의 대 중국 수출이 급격하게 줄기 시작했다. 수출 물량은 사드 배치 장소가 롯데 성주골프장으로 확정된 9월 이후부터 현격하게 차이를 보이기 시작했다. 아직까지 확실한 통계가 잡히고 있지 않지만 업계에서는 올 하반기 대중 수출 물량을 지난해 동기 대비 20~30% 정도 감소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반품 물량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뾰족한 해결방법이 없어 손 놓고 앉아서 당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면서 “이러다간 자칫 對中 수출 라인이 붕괴될 우려가 있다”고 걱정했다.

올해 원유기본가격 하락에 따른 소비자단체의 우유가 인하 압력도 유업계로선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낙농진흥회는 올해 원유기본가격을 전년보다 18원 내린 ℓ당 922원으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많은 소비자들이 우유가격 인하를 기대하고 있지만 유업계와 유통업계는 인하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13년 원유가격연동제가 처음 도입되면서 당시 원유기본가격이 1ℓ당 106원 올랐다. 그러나 제조마진과 유통마진까지 함께 인상되면서 생산비 106원을 크게 웃도는 200~220원 수준에서 가격 인상 폭이 결정됐다. 결국 소비자들은 기초식품인 우유를 제조 및 유통마진까지 모두 인상된 가격으로 구입할 수 밖에 없었다.

원유 남아돌아도 가격 못 내려

원유가격 연동제란 통계청의 우유 생산비 지표로서 물가 상승률 등을 고려해 낙농가로부터 유가공업체가 사들이는 원유가격을 결정하는 제도를 말한다. 원유가격 결정을 두고 낙농가와 유가공업체 간의 갈등이 심화되자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2013년 도입했다. 당초 낙농가의 지속적인 생산을 보장한다는 취지로 도입됐으나 매년 상승하는 물가 상승률에 연동돼 있어 원유가 남아돌아도 기준 가격이 하락하지 않는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유업계 관계자는 “낙농가들의 경우 우유가 팔리지 않아도 수익이 고정된 반면 유업계는 팔리지 않는 우유를 비싼 값에 의무적으로 구입해야 하기 때문에 실적악화를 초래할 수 밖에 없다”고 항변한다.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우유재고량은 2013년 평균 10만726톤에서 2016년 1월~5월 평균 23만6212톤으로 무려 134.5% 증가했고, 분유재고량은 8034톤에서 1만8682톤으로 132.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유와 분유재고가 계속해서 쌓여 왔으나 시장상황이 반영되지 못하고 소비자만 비싼 우유값을 지불하고 있는 것이다. 원유가격연동제 때문이다.

원유가격연동제 시행 첫 해인 2013년 원유가격이 한 차례 인상된 이후 2014, 2015년에는 가격이 동결됐다. 그러나 우유 소비 감소에 따라 올해 18원 내린 922원으로 결정되어 원유가격연동제가 시행된 이후 처음으로 원유기본가격이 인하된 것이다.

유업계가 가격인하 움직임을 보이지 않자 소비자단체가 발끈하고 나섰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와 물가감시센터는 지난 7월 유업계와 유통업계에 원유가격 인하에 따라 우유가격을 탄력적으로 인하해 줄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 소비자단체는 최근 3년간 우유가격이 9% 넘게 크게 올랐다고 주장하면서 우유가격 인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우유급식 최저가 입찰제로 애꿎은 피해

지난해 초 도입된 학교우유급식 최저가입찰제도 유업계의 주름을 더욱 깊게 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급식업체간 출혈경쟁으로 공급을 포기하는 업체가 속출하면서 일부에서 학교 우유급식 중단사태로 이어져 애꿎게 유업계가 피해를 보고 있다.

학교우유급식을 공급하고 있는 우유급식대리점주와 학부모들도 최저가 입찰제의 불합리함을 지적하며 개선을 요구했다. 모 대리점 사장은 “최저가입찰제는 기형적인 조달방식이기 때문에 합리적인 방법으로 개선돼야 한다”며 성토했다.

자녀가 학교에서 우유급식을 먹고 있다는 한 학부모는 “비합리적인 제도로 아이들이 우유를 먹지 못하고 있다”며 제도개선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처럼 유업계가 대내외적인 요인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지난 3분기 실적은 기대 이상으로 좋게 나와 악조건 속에서도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매일유업은 3분기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6.2% 증가한 4169억원을, 영업이익은 37.6% 증가한 191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남양유업은 매출이 0.7% 증가한 3113억원, 영업이익은 무려 139.2% 증가한 120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들 회사의 실적 호조가 우유가 아닌 다른 품목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유업계의 고민은 지속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순실 사태로 정부의 모든 컨트롤타워 기능이 마비된 상태에서 해결방안을 찾기가 그리 쉽지 않을 것이다”면서 “지금 상태로는 어디에다 호소할 곳도 없어 답답하기만 하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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