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의사들 "정신보건법 개정안' 졸속 추진, 문제 많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조속한 법의 재개정 촉구

정신과 의사들이 오는 5월30일 시행을 앞두고 있는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정신보건법)'의 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인권보호라는 절대 가치를 담은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전문가 의견 수렴없는 졸속 심의에 의해 통과된 법이라는 이유에서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신보건법 대책 TFT(위원장 권준수)는 "전문가 의견 수렴없이 졸속 심의에 의한 통과라는 문제점과 정부의 안일한 인식으로 시행 5개월을 시점에서 실행을 위한 준비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선 이번 개정안인 환자의 인권보호를 위해 새로이 추가된 비자의 입원 관련 조항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채 적시의 치료를 어렵게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대책 TFT "비자의 입원 2주 이내에 국공립병원 소속 전문의 등을 포함한 서로 다른 정신의료기관등에 소속된 2명 이상의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 일치된 소견을 요구하는 조항이 우려의 대상"이라며 "정부의 예산확보는 전무하고 국공립의료기관 전문의 10-20명의 충원만 논의되고 있는 상태"라고 비난했다.

이 같은 대책만으로 매년 17만 건에 이르는 입원 심사를 한다는 것은 실행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이런 현실을 파악하고, 2차 진단 전문의 확보를 위해 지자체가 민간병원 동원 계획을 마련하도록 하는 '지역별 진단의사제도 시행계획' 수립 지침을 내렸다.

TFT는 "이는 환자의 인권보호 강화를 위해 국가가 나서야 한다는 개정 정신보건법의 취지와 완전히 역행하는 것"이라며 "민간병원 의사들이 2주라는 법정 시한 이내에 2차 진단을 해낼 수도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결국 이 문제가 시급히 해결되지 않으면 인권보호라는 개정법안의 취지가 왜곡됨은 물론, 법 시행과 동시에 수많은 정신질환자가 적절한 치료의 기회를 박탈당하고 퇴원해야 하는 일대 혼란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와 함께 개정안에는 정신건강증진에 대한 선언적 내용만 있을 뿐, 실질적인 정신건강증진과 정신질환자에 대한 치료 촉진을 위한 대책이 반영돼 있지 않다는 부분도 지적됐다.

대책 TFT는 "정신의료 체계의 열악함과 이로 인한 편견, 그리고 시민의 접근성 문제는 국가가 구축해 놓은 비효율적인 정신의료 체계에 기인한다"며 "정부와 정치권은 저비용 정신의료서비스에 만족한 나머지 지역정신보건체계에 대한 투자는 등한시한 채 정신보건인력들이 정신건강증진이라는 명목으로 실질적 서비스가 아닌 전시성 사업에만 동원돼 서비스체계가 왜곡되고 있는 현실에 대한 고민도 충분히 담겨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므로 정부는 관리와 규제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바꿔야 한다"며 "올바른 정책적 접근은 소비자 욕구에 맞춘 정신보건서비스의 질적 개선을 유도하여 환자의 치료 경험을 개선하는 것이어야 하며, 이를 통해 정신질환과 정신의료에 대한 편견을 감소시키는 것이 궁극적으로 인권침해를 예방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대책 TFT는 "현대정신보건의 가장 큰 화두는 환자의 인권보장과 더불어, 치료권의 보장을 통한 사회안전의 확보다"며 " 환자의 인권보장과 사회 안전의 두 측면을 조화롭게 달성하기 위해서는 정신질환자의 입원요건 강화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환자의 인권 보호와 적절한 치료가 동시에 실현되는 법과 제도적 환경을 조성하고 인프라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조속한 법의 재개정을 촉구하며 "현재의 개정 정신보건법이 그대로 시행될 경우 벌어질 모든 문제에 대한 책임은 정부에 있다"고 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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