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호식품 사과문 게재에도 불매운동 확산

촛불집회 폄하발언에다 짝퉁 홍삼농축액까지

정유년(丁酉年) 벽두부터 정치권과 경제계를 중심으로 사자성어가 넘쳐난다. 올해는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더한 경제위기가 닥쳐올 것이라는 불안감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서민들의 삶이 말이 아니다. 첩첩산중(疊疊山中).  답답하기만 한 요즘의 사태를 한마디로 표현하는 사자성어가 아닐까 한다. 어려움이 겹치는 것을 비유적으로 나타낼 때 사용하는 말이다.

아마 김영식 천호식품 회장의 심정도 이와 다름없을 것이다. 요즘 김영식 회장은 악재가 겹치면서 근심의 골이 깊어만 간다. 촛불집회 폄하발언으로 야기된 불매운동이 잠잠해진가 싶더니 최근 가짜 홍삼 농축액을 판매하다가 적발되면서 고민이 더해가고 있다.

천호식품에 따르면 검찰조사 결과 '6년근 홍삼진액' '스코어업' '쥬아베 홍삼' '6년근 홍삼만을' 등 자사의 홍삼 관련 4개 제품에서 물엿, 캐러멜 색소 등이 나왔다는 것. 천호식품은 그동안 홍삼 농축액과 정제수 외에는 아무 것도 넣지 않는다고 이들 제품을 홍보해왔다. 천호식품이 지금까지 강조해 왔던 제품 성분이 말짱 거짓으로 드러난 것이다.

이에 따라 식약처는 이들 제품에 대해 회수 및 판매중지 처분을 내렸다. 문제가 된 제품은 유통기한이 2017년 3월27일부터 2018년 8월21일까지인 것들이다.

천호식품이 가짜 홍삼액을 판매하다 적발됐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인터넷은 온통 천호식품과 김영식 회장을 비방하는 원색적인 글로 도배됐다.

사태가 일파만파로 확대되자 2일 천호식품은 홈페이지에 ‘천호식품을 사랑해주시는 고객님께 사과와 안내의 말씀을 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사과문을 게재했다. 사과문을 통해 “해당 제품을 구입한 고객은 남은 제품여부와 상관없이 모두 교환 및 환불 처리해 드리겠다”며 “문제가 되는 원료는 즉각 폐기 처리했으며 현재는 전혀 사용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달 29일 한국인삼제품협회장 김 모씨 등 홈삼 제조업체 대표 7명은 중국산 인삼 농축액에 물엿, 캐러멜 색소 등을 섞어 국내산 홍삼 100%로 속여 팔다 검찰에 적발됐는데 천호식품이 이들로부터 원료를 공급받아 홍삼 관련 제품을 만들어 판매해 왔다. 

천호식품은 사과문을 통해 “홍삼농축액이 입고될때마다 홍삼의 유효성분인 진세노사이드의 함량을 철저하게 검사하여 기준치에 적합한 원료만 제품에 사용했다”면서 “(납품)업체에서 당성분을 의도적으로 높이는 물질을 미세량 혼입하는 경우에는 육안검사와 성분검사로 확인이 불가능하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특히 “일부 언론에서 기사화되고 있는 ‘일부러 혹은 고의적으로 속여 팔았다’는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결백을 주장했다.

사과문은 “이유여하를 불문하고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앞으로 원료공급업체에 대해 더욱 철저한 검사와 품질에 대해서는 절대 양보하지 않는 정신으로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제품만을 드릴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하면서 끝을 맺었다.

천호식품이 머리를 바짝 조아리며 홈페이지를 통해 호소문을 내놓았지만 시민들의 분노를 가라앉히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인터넷 상에서 천호식품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벌어지면서 가짜 홍삼 농축액으로 야기된 사태가 확산일로를 걷고 있다.

김영식 회장은 지난해 11월 인터넷 카페에 촛불집회를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한바탕 홍역을 치룬바 있다. “시민들은 촛불시위 데모를 하고 언론사에서는 예날 이야기를 파헤치고 있다. 박 정권이 흔들리면 나라가 위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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