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부작용에 결국 신장이식까지..법원도 "배상해라"

유사 법원판결 잇따를 듯...과학중심의학연구원 "한약 효능 임상 근거 부족"

간독성, 가짜당뇨약, 탈모 등 한약의 안전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최근 한약의 부작용에 경종을 울리는 법원판결을 비롯한 논란이 잇따르고 있어 주목된다.

지난 2015년 11월에는 한약 부작용으로 신장이식수술을 받은 환자에게 2억 700만원을 배상을 하라는 법원 결정이 있었으며, 지난해 2월에는 한약을 먹고 만성신부전증에 걸린 환자에게 1억 96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난 바 있다. 

앞서 지난 8월에는 유명 소아전문 한의원이 처방한 한약을 복용한 후 전두가 탈모된 소아의 사례가 연이어 드러나면서 해당 한의원은 물론 복지부와 식약처까지 뭇매를 맞기도 했다.

해당 한의원은 여전히 탈모의 원인이 단순히 한약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한약에 대한 부작용 의혹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서울고등법원은 한약제를 복용한 후 발열 구토 등 이상증세를 보이다 만성신부전 진단을 받고 결국 신장이식 수술까지 받은 환자에게 한약제조사는 2억 10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한약의 부작용을 재판부가 사실상 인지한 것으로 향후 유사한 판결이 잇따를 전망이다.

판결문에 따르면 최근 한의사 B씨는 딸을 출산한 아내 A씨의 산후 조리를 위해 2011년 9월 14일 C한약국 한약사에게 통초 120g을 함유한 '궁귀조혈음'이라는 한약 처방전을, 9월 20일 통초 400g이 포함된 '통유탕' 처방전을, 10월 10일 통초 80g이 포함된 '궁귀조혈음대영전가미' 처방전을 각각 보내 한약제제 제조를 의뢰했다.

C한약사는 2011년 6월 4일 D제약 주식회사에서 구매해 놓은 '통초'라는 한약재 규격품을 사용, 9월 14일과 9월 20일 한약제제를 제조해 택배로 발송했으며, C한약사는 통초를 모두 사용하자 9월 23일과 9월 30일 E제약 주식회사에서 통초 규격 한약재 규격품을 추가로 구입, 한약처방전에 따른 한약제제를 제조해 10월 10일 B한의사에게 발송했다.

A씨는 C한약사가 제조한 한약제제를 복용한 후 2012년 2월 말경부터 3월 초순까지 발열·구역·구토 등의 이상을 느끼자 4월 17일 두 곳 동네의원에서 진료를 받았으며, 5월 10일 F대학병원에서 만성 신부전·말기 신장질환 신부전 진단을 받고 입원했다.

6월 20일 G대학병원 의료진은 사구체여과율 6으로 신세뇨관 괴사를 동반한 급성 신부전·말기 신장질환이라고 진단한 뒤 신기능 회복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A씨는 2013년 8월 1일 기존 신장을 제거하지 않은 채 뇌사자의 신장 이식 수술을 받았다.

해당 의료진은 "신조직 검사 결과 매우 심각한 신기능 저하와 세뇨관 간질 섬유화가 진행됐음에도 사구체 부위는 비교적 보존되는 특이한 경우로서 이는 한약관련 신병증(Chinese Herb Nephropathy) 특히 '아리스톨로킨산 신병증(AAN)'에서 전형적으로 보이는 소견과 일치한다"며 "보호자가 보관 중이던 약재의 성분을 검사한 결과, 아리스톨로킨산의 존재를 확인해 ANN으로 확진했다"고 밝혔다. 

'임박한 말기 신장질환, 한약관련 신병증(Chinese Herb Nephropathy)'을 일으킨 한약제제로는 아리스톨로킨산 물질을 함유한 '등칡'이 지목됐다.

의학계에서 아리스톨로킨산은 쥐방울덩굴과에 속하는 광방기·관목통·청목향 등에 함유돼 있는 성분으로 신조직에 유전자변이를 일으키고, 투여용량에 따라 간질 섬유화를 동반한 만성신부전과 신장암·비뇨기암 등을 유발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이에 식약처는 지난 2005년 6월 1일부터 아리스톨로킨산 함유 한약재인 청목향, 마두령 및 이를 함유한 제제를 구 약사법 시행규칙 제21조 제1항 제8호, 의약품의 품목허가·신고·심사규정 제54조에 따른 별표18의 ‘안전성·유효성 문제성분 함유제제’로 지정함으로써 제조·수입품목 허가(신고)를 제한했다.

이번 판결에 따라 한약의 부작용을 재판부가 사실상 인지한 것으로 향후 유사한 판결이 잇따를 전망이다.

한편 한약의 효능에 대한 임상적 근거를 찾아볼 수 없다는 주장도 꾸준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최근 근거중심의학 평가의 가장 권위있는 기관인 코크란 연합(Cochrane Collaboration)에서 발행한 한약에 대한 논문 67편을 검토한 결과, 효능이 입증됐다는 결론이 단 한개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코크란 연합은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치료법에 대해 학계에 발표된 임상시험 논문들을 종합해 효능을 뒷받침할 근거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체계적 문헌고찰이라는 방법으로 엄격하게 분석해 논문을 발행한다.

과학중심의학연구원이 코크란 데이터베이스에서 한약 관련 키워드로 검색된 총 67가지의 논문의 결론을 분석한 결과, 한약의 효과가 입증됐거나 추천할만한 수준의 근거가 있다는 결론은 단 하나도 없었다는 것.

효과가 있다는 보고가 일부 있지만 연구방법에 결함이 많아서 신뢰할 수 없으며, 제대로 설계된 연구들을 통해 입증이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효과를 믿을 수 없다는 결론이거나 효과를 뒷받침할 근거가 전혀 없다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예를 들어 코크란 리뷰의 저자들은 한약을 통한 감기치료에 대해 “근거가 부족해 어떤 종류의 한약도 권장할 수 없다”고 명시했으며, 한약을 통한 아토피성 습진치료와 관련해서는 “결정적인 근거를 찾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또 말기 위암에 대해서는 “단기적으로 암 치료효과는 없었으며, 부작용 등에 도움이 된다는 약한 근거가 몇몇 있으나 결론을 얻기 위해서는 잘 설계된 대규모 연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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