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주사' 시장 급성장…효능·효과는 "글쎄"

[ZOOM IN] 청와대 강타한 'VIP 주사제' 효과는 있을까?

태반·감초·마늘에 줄기세포까지 과잉처방 부작용 위험

과학적 임상논문 부족… 정부도 가이드라인 마련키로

청와대를 둘러싼 각종 의혹 속에 논란이 된 ‘VIP 주사’에 온 국민의 관심이 폭발했다. '대통령'이 맞았다는 사실이 밝혀진 태반주사, 백옥주사, 감초주사 등 미용주사 열풍이 대한민국을 뒤흔들고 있는 것이다. 어수선한 시국을 타고 'VIP 패키지'라는 새로운 상품까지 만들어내며 성행하고 있다.
이러한 미용 주사의 실체는 무엇이며, 효과는 있는지 부작용은 얼마나 위험한지 등을 알아본다.

올해 1월 8개 제품 시판 허가

청와대도 열광한 국내 '미용주사' 시장이 상당한 규모로 성장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보톡스와 '미용주사 시장' 비급여 규모를 집계한 결과, 2014년을 기준으로 1300억원대 규모로 4년새 43%나 급증했다. 구체적으로 보톡스가 690억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소위 의료기관에서 칭하는 '태반주사'(192억8000만원), '연어주사'(92억5000만원), '칵테일 주사'(81억7000만원), 비욘세·아이유주사(72억)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지방제거(안면윤곽) 주사도 4년 새 2배 급증해 60억원대 규모에 달했다.

특히 지난 5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올해 1월 2일부터 4일까지 사흘 동안에만 8개의 영양주사 제품이 국내 시판 허가를 받았다. 이 기간 허가받은 의약품 18개 중 44%를 영양주사가 차지한 셈이다.

별칭으로 분류하면 ‘신데렐라주사’(티옥트산) 3개, ‘칵테일주사’(아스코르빈산) 2개, ‘마늘주사’(푸르설티아민) 2개, ‘백옥주사’(글루타티온) 1개 등 총 8개 품목이다. 이들 주사는 박 대통령이 태반주사 등 각종 영양주사를 처방받았다고 알려지면서 입소문을 타게 됐다.

그렇다면 실제 이들 주사들이 허가받은 효능을 어떨까.

부작용 연구 제대로 안돼
태반주사로는 국내에 '멜스몬주'와 '라이넥주'가 대표적이다. 태반주사는 사람의 태반을 정제한 것이 주성분이다. 태반에는 태아의 발육성장을 위한 단백질, 비타민 등 각종 영양분이 들어있어 피부과 등에선 피부 재생, 노화 방지 등 미용 목적으로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제품이다.

그런데 멜스몬주의 효능은 '갱년기 장애 증상의 개선'이라고 명시돼 있다. 라이넥주는 '만성간질환에 있어서의 간기능의 개선'이다. 이 두가지 제품 모두 과량으로 투여하지 않도록 주의하고 있으며, 라이넥주의 경우 전격성 간염치료에서의 대량투여의 보고는 있으나, 이 약에 관한 과량투여 및 그 유용성이나 안전성에 관해서는 확립돼 있지 않다고 설명하고 있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은 '태반제제의 임상적 효과성 및 안전성 평가결과'에서 '태반주사'가 피부 미용, 피로 개선, 면역 기능 개선 등에 대한 효과와 안전성을 증명할 근거가 부족하다고 밝힌 바 있다.

간 기능 개선 백옥주사 백반증 위험  
백옥주사는 미국의 팝가수 비욘세가 피부 미백을 위해 즐겨 맞는다고 알려져 '비욘세주사'라고 부르기도 한다. 백옥주사에는 ‘루치온주’가 있다.

백옥주사의 주성분은 '글루타티온'이라는 항산화물질이다. 해독 작용 및 면역 강화 기능을 지녔으며, 멜라닌 색소를 만드는 타이로시나제의 활성을 억제해 미백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역시나 과량으로 투여하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복약지도 문구가 써 있다.

실제로 백옥주사는 한번 드라마틱한 효과를 맛본 이들이 과도한 양을 투여받아 부작용을 토로하는 사례도 적지않게 보고되고 있다. 여기에는 울렁거림과 어지럼증, 두통 등이 조사됐다. 이 주사는 피부 미백을 목적으로 주사할 경우, 백반증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안전성 문제가 불거지기도 한 제품이다. 필리핀의 경우엔 이미 지난 2011년 글루타티온을 피부미백에 이 주사를 사용하지 말라고 권고하고 있다.

신데렐라주사 의학적 근거 부족
신데렐라 주사는 신델라 주사가 어원이며 아름다움을 강조하기 위해 마케팅 차원에서 신데렐라주사로 불리고 있다. 신데렐라주사 주성분은 알파리포산으로 주기능은 항산화이다. 황산화 작용을 하는 성분을 맞으면 몸의 노화를 억제시킬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만들어진 주사가 신데렐라 주사이다.

피부에 활력을 준다는 신데렐라주사 '티오트산주'는 격심한 육체노동시, Leigh증후군(아급성괴사성뇌척수염), 중독성(스트렙토마이신, 가나마이신에 의한) 및 소음성(직업성)의 내이성 난청에 사용된다.

신데렐라주사의 정확한 의학적 근거는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데렐라주사의 성분인 '알파리포산'은 주로 당뇨로 인한 신경합병증이 발생했을 때 사용되며, 일각에서 알려진 피부노화 방지 효과는 검증되지 않았다는 게 전문의들의 견해다.

감초·마늘주사 미용 아닌 질환치료?
감초주사는 실제 감초의 주 성분인 '글리시리진'이 함유된 약제를 사용한다. '글리시리진'은 간 기능 개선 효능을 지닌 성분이다.

또 다른 성분인 '글리신'은 면역 강화 효능이 있으며, '엘-시스테인 염산염'은 항산화제인 '글루타치온'의 중요한 원료로 콜라겐 형성을 도우며, 피부 탄력을 유지하는 엘라스틴 조직이 파괴되는 것을 막는다.

이에 많은 피부과에서 피부 미용을 위해 시술을 해오고 있다. 하지만 감초주사 약품 '히시파겐씨주'는 피부 미용 목적이 아닌 두드러기, 습진, 알레르기성 피부질환, 약물 중독의 보조요법과 만성 간질환의 간 기능 개선 효능으로 식약처 허가를 받았다.

마늘주사는 감초주사와는 달리 실제 마늘의 성분이 들어있지 않다. '마늘주사'라는 별칭은 주사를 맞은 뒤 마늘 냄새와 같은 향이 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마늘주사는 비타민 B1이 주로 함유된 주사제로, 비타민 B1 결핍증 예방 및 치료를 위한 약품이다.

비타민 B1은 신진대사를 촉진시키고, 피로물질인 젖산을 에너지원으로 바꾸는 역할을 해 피로 회복을 돕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쇼크나, 과민반응 등이 나타날 수 있어 무조건적인 처방은 피해야 하는 전문약이다.

줄기세포주사 암 유발 위험성
줄기세포주사제는 체내에서 추출한 줄기세포 체외에서 배양, 증식시켜 투여하는 주사다. 체내에서 같은 종류의 세포들을 재생산하는 작용을 해 손상된 세포를 정상 세포로 재생시키며 이로 인해 체내에서 노화된 세포를 되돌려 놓는 등의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특정 효능을 인정받아 허가를 받고 시판중인 줄기세포 치료제는 심근경색, 무릎연골 손상, 크론병, 루게릭병 치료제 등 4가지다.

현재 부작용의 우려도 있기 때문에 부작용을 일으키는 명확한 과정이 밝혀져 있지는 않지만 줄기세포 주사제 사용이 암 유발 가능성을 높인다는 연구가 있으며, 줄기세포를 혈관에 주사한 뒤 혈전이 생겨 페혈관이 막히는 폐색전증이 유발됐다는 보도도 있다.

"수십 번 맞아도 효과 미미"
이 같은 모든 주사제는 전문의약품이고 효능이 분명하게 적혀 있음에도 실상 이들은 '미용주사'로 통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주사들의 의학적 효능·효과가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무분별한 시술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한 대학병원 피부과 전문의는 이 주사들의 효과와 관련해 "수십 번 맞는다고 해도 그 효과는 미미하다"며 "현재 각 주사들의 명시된 효능 이외에 효과와 안전성이 완전히 검증되지 않았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에서는 부작용은 극히 드물 뿐이라고는 하지만 이 역시 검증되지 않았다. 필요한 경우가 아님에도 과도한 투약을 이끄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보건당국이 각종 영양주사 처방에 관한 가이드라인 제정에 나섰다. 피부 미용, 건강 증진 등의 목적으로 일반인들이 영양주사를 많이 찾으면서 관련 시장은 급성장했지만 허가와 다른 용도로 주사제가 처방되는 경우가 많고 여러 주사제를 혼합해 사용하면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을 막기 위한 조치다.

보건복지부는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여러 의료단체, 내과 전문의 등 의료계 전문가들과 함께 이들 주사제에 대한 의학적 분석 및 대책을 마련하는 비공개 회의를 연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회의를 토대로 처방 가이드라인 등 주사제 관리 방안을 만들어 상반기에 발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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