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의 바이오허브설립과 한국의 정밀의학계획

[보건포럼] 서정선 서울대 의과대학 유전체의학연구소 소장

페이스북 창업자이며 CEO인 마크 저커버그와 소아과의사인 부인 챈 저커버그는 작년 9월 말에 샌프란시스코만에 있는 세 대학(UCSF,UC버클리,스탠포드)과 함께 새로운 의생명 연구소 ‘바이오허브’을 설립한다고 발표하였다. 약 6억불의 자금으로 설립되며 UCSF 캠퍼스근처에 본원이 설립되고 스탠포드대에 분원이 설립될 예정이다.

이것은 이미 저커버그가 자신의 주식 99%을 새로 태어난 딸에게 기증하여 자선목적으로 사용하도록 한 ‘저커버그 공개서한’의 첫 번째 실현인 셈이다. 또한 부인 이름으로 된 자선 목적의 의과학 연구 기금인 ‘Chan Zuckerberg Initiative(챈 저커버그 계획)’의 일환이기도 하다.

페이스북의 바이오허브는 향후 5년간 세포지도(Cell Atlas)와 감염병 게놈연구를 집중적으로 해나갈 예정이다. 세포지도 작성계획은 뇌,심장,폐를 중심으로 이조직을 구성하는 여러 종류 세포들의 기능을 세부기전까지 규명하여 질병 발생시 어떻게 세포기능이 교란되는지를 알아내겠다는 것이다. 감염병 게놈분석은 이 허브의 공동소장인 UCSF대학의 J.드리시박사가 중심이 되어 지카, 에볼라, HIV등 각종 바이러스의 게놈수준의 연구로 진단,치료 및 백신개발등의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갖고 있다.

이 연구소의 소장급 리더로는 두 명이 더 있다. 첫째 리더는 스탠포드대의 S.퀘이크박사(공동소장)로서 여러개의 중요 바이오회사를 창업한 비침습 산전진단의 개발자이다. 둘째는 금세기 최고 기술로 평가되는 유전자 편집 크리스퍼기술(CRISPR-Cas9)을 개발한 버클리대의 J.두드나 박사이다. 죠 드리시을 포함한 세명의 리더들은 대표적인 세계적 연구자로서 사람들은 벌써부터 바이오허브의 미래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

결국 페이스북 바이오허브는 C.벤터의 인간장수연구소(HLI,샌디에고 소재)와 함께 미래 바이오의료산업의 자유로운 민간분야의 성장축으로 발전할 것이다. 결국 동부의 MIT의 브로드연구소에 대항하는 서부의 정밀의학의 산실이 될 것이다. 세계 최상위 세개 대학이 서로 협력하고 각각의 기술을 융합하여 의학의 혁명적 발전을 시도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바이오허브는 새로운 모험적인 연구과제를 과감히 지원하여 창업을 유도하는 역할도 할 것이다. ‘챈 저커버그 계획’의 비전은 최고 대학간 경쟁을 바로 협력으로 바꾸게 하고  인류의 무병장수라는 더 큰 목표로의 도전을 유도하고 있다.

미국의 지성들의 계획 ‘바이오허브’를 보면서 한국의 바이오전략을 생각해본다.  앞으로 5년 이내, 바이오 의료분야는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변할 것이다. 이런 시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platform기술을 확보하여야 한다. 바이오허브에서도 시도되는 단세포 게놈분석,혈액바이옵시, 유전체서열분석 기술, 그리고 유전자편집기술등이 모두 platform 기술이다. 둘째로는 대담한 계획과 큰 규모의 지원체계가 필요하다. 정부나 민간분야의 지원이 대단위로 지원되어야 미래 바이오산업의 리더가 될 수 있다.

저커버그같은 미래 안목을 가진 사람들이 발빠르게 바이오를 지원할 때 우리도 정부차원에서라도 큰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올해부터 정밀의학을 국가 전략 과제로 추진한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과제의 크기이다. 전체 액수가 한 명의 민간인이 추진하는 저커버그 계획의 20분의 1도 안되는 2-300억원이고, 1년에 40억씩 지원한다면 형식적인 과제로 전락하여 돈만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이런 규모로는 연습게임도 할 수가 없다. 게놈 2류국가로서 미국, 일본 그리고 중국에 종속된 바이오 의료체계는 메이저에 끼지 못한 마이너의 설움을 되풀이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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