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치료제, 증상완화에서 원천치료로 진화 중

베타 아밀로이드 억제제 및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 활발

저출산 고령화에 따라 대한민국도 2026년 초고령 사회로 진입한다는 분석이 나옴에 따라, 피할 수 없는 노인성 질환 치매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분당 서울대병원 조사결과에 따르면, 국내 치매환자수는 2015년 64만8000명에 이르렀다. 이대로라면 2020년에는 84만명의 치매환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환자 한 명 당 진료비가 평균 364만원(보건복지부 통계)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이미 치매에 들어가는 국가적 비용은 1조 6000억원을 넘어섰다.

아쉽게도 치매는 불치병으로 분류되고 있다. 현재 치매에 처방되는 의약품은 기억력 유지 물질인 아세틸콜린 등의 분해효소를 억제하는 콜린에스테라아제 억제제(아리셉트, 라자딘, 엑셀론, 도네페질, 리바스티그민, 갈란타민 등), NMDA 수용체의 활성화를 막아 기억능력을 증진시켜주는 NMDA 수용체 길항제(메만틴)로 나뉜다. 흔히 치매 치료제라고 하면 위 제품들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위 약들은 완치가 아닌 증상 완화를 목적으로 한다. 치매 그 자체를 치료한다기 보다는 원인질환이나 증상완화를 통해 치매의 진행속도를 늦추고, 인지능력 저하를 막는 등의 보존적 치료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이마저도 경도 인지장애 단계에 해당되는 초기 치매 환자에게만 효과가 있으며, 중등도 이상의 치매 환자에겐 효과가 없다. 또한 치매의 형태는 알츠하이머성, 혈관성, 루이체, 전두측치매 등으로 다양한데, 전체의 약 70%를 차지하는 알츠하이머성 치매 치료제는 아직까지 등장하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새로운 치매 치료제의 개발은 지지부진하다. 현재 FDA에 보고된 임상 진입 치매 치료제는 약 100개에 달한다. 그러나 대부분이 1, 2상 단계며, 3상에 진입한 품목은 겨우 3건에 불과하다. 일반적인 의약품들의 FDA의 임상 1, 2상 통과 가능성은 20%에 달하지만, 치매 치료제 분야에서는 그보다 훨씬 적은 수만이 임상 3상에 도달한다.

베타 아밀로이드 억제제

현재 가장 많은 지지를 받고 있는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 중 하나는 베타 아밀로이드 생성 억제 및 제거제다. 베타 아밀로이드는 뇌에 쌓여 뭉치는 독성 단백질로, 뇌내 신경세포 사이의 신호전달을 방해할 뿐 아니라 염증 및 신경세포 퇴행, 사멸 등을 일으킨다. 알츠하이머 환자들의 혈액에서 높은 농도로 존재하기 때문에 알츠하이머성 치매의 주된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베타 아밀로이드 억제제는 크게 베타 아밀로이드의 생성을 차단하는 약물과 뭉침을 억제하는 기전으로 나눌 수 있다.  이 중 베타아밀로이드 뭉침을 억제하는 약물의 기전은 크게 베타아밀로드의 항원결정부위(epitope)에 결합해 응집한 베타아밀로이드를 공격·제거하는 단일클론항체, BACE억제제, 감마절단효소억제제 등으로 나뉜다.

미국 제약사 일라이 릴리가 개발해 오던 신약 '솔라네주맙(Solanezumab)' 역시 베타 아밀로이드 억제제 계열이었다. 솔라네주맙은 혈액 속 수용성 베타 아밀로이드를 제거하는 모노클론 항체 제제로, 초기 치매 환자에게서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 농도를 낮춰 뇌 신경세포 파괴를 막는 기전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2012년 임상 3상 EXPEDITION 1, 2 연구에서 치료효과 입증에 실패한 데 이어, 지난해 11월에는 18개월간 환자 21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시험에서 또 한번 고배를 마셨다. 지난 27년간 100억달러(11조3840억원)이 투입됐던 초대형 프로젝트의 임상 실패 소식이 알려지자, 릴리의 주가는 10분 만에 10.5%나 급락했고, 이에 일각에서는 베타 아밀로이드 가설이 틀린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그러나 이보다는 솔라네주맙 자체의 뇌 신경조직 사이까지 도달이 실패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머크(MSD)에서 개발 중인 '베루베세스타트(Verubecestat)' 역시 베타 아밀로이드 억제제로 많은 기대를 받고 있다. 이 약은 혈류를 타고 혈뇌장벽(blood-brain barrier)을 뚫고 뇌로 들어가 베타 아밀로이드를 만드는 효소인 베타 세크레타제1(BACE1)의 활동을 차단한다.

베루베세스타트는 초기 임상에서 투여 결과 베타 아밀로이드를 50%~90%까지 감소시키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부작용도 발생하지 않았다. 실제로 베타 아밀로이드 형성을 차단하는 효소 중 하나인 감마 세크레타아제를 억제하는 신약의 경우 간이나 신경에 손상을 줘 임상을 중도 포기한 사례들이 있기 때문에, 이 같은 성과는 더욱 고무적이다.

초기 임상 결과를 바탕으로 MSD는 중·경증 치매 환자 3500명을 대상으로 2건의 대규모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베루베세스타트의 치매증상 억제 및 예방에 대한 임상 결과 중 하나는 빠르면 올해 말에서 내년 중순쯤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GSK, 암젠, 노바티스, 제넨텍, 바이오젠 등 다국적 제약사 다수가 베타 아밀로이드를 제거하는 항체의약품의 임상을 진행 중이며, 국내에서도 일동제약, 동아에스티, 메디포스트를 비롯해 서울대, 카이스트 등 대학 연구팀에서 신약 및 후보물질 개발에 힘쓰고 있다.

줄기세포 활용한 치매치료제

국내 바이오텍 등에서는 줄기세포 치료제를 통한 치매 치료제 개발에 한창이다. 줄기세포를 통해 치매를 치료하는 방식은 크게 뇌혈관 강화 및 신규 혈관 생성, 신경세포 활성화 및 재생 등을 골자로 하는 혈관성 치매 치료제에서부터 치매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베타 아밀로이드나 타우단백질 생성을 막고 뇌세포 재생을 유도하는 알츠하이머성 치매 치료제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히 연구 중이다.

메디포스트는 제대혈 유래 줄기세포치료제 '뉴로스템(Neurostem)'을 개발하고 있다. 뉴로스템은 줄기세포 투여 시 생성되는 'ICAM-1' 등을 통해 베타 아밀로이드를 제거하고,  뇌내 신경전구세포를 일반 신경세포로 분화시켜 신경세포를 재생시키는 등 알츠하이머성 치매의 근본적 치료를 유도한다.

뉴로스템은 현재 국내에서 임상 1·2a상을 진행 중으로 국내에서 개발 중인 줄기세포 알츠하이머성 치매 치료제 중 개발 진척도가 가장 빠른 축에 속한다. 메디포스트는 이밖에도 손상된 뇌 신경세포의 재생을 유도하는 줄기세포 조성물 등에 대한 핵심 기술의 글로벌 특허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네이처셀은 자가지방유래 성체줄기세포치료제 '아스트로스템'을 개발 중이다. 아스트로스템은 환자의 복부피하조직에서 채취한 지방에서 성체줄기세포를 분리 배양해 만든다. 뇌세포 재생작용을 통한 알츠하이머 치매를 치료하며, 완제품 내 줄기세포의 생존 기간이 7일 후에도 90% 이상 관찰되는 등 일반 줄기세포 생존기간(3일)에 비해 2배 가량 길다는 점이 특징이다.

네이처셀은 지난해 말 미국 FDA와 국내 식약처에서 임상 1·2상을 승인받았으며, 임상수행기관은 가천대 길병원이다.

차바이오텍은 태반 조직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를 통해 뇌내 베타 아밀로이드 축적을 감소시키는 알츠하이머성 치매를 치료하는 'CB-AC-02'의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CB-AC-02'는 수술이 필요 없는 정맥주사(IV) 방식으로 주입되며, 세포 대량배양 기술과 동결 기술을 통해 주문 생산이 아닌 기성품(off-the-shelf) 형태로 생산돼 저비용·고효능이 특징이다.

차바이오텍은 오는 3월 이후 CB-AC-02의 임상 2b상을 진행하고, 선 시판허가 후 임상3상을 진행하는 조건부 허가를 신청해 빠르면 내년 중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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