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질을 제거하는 스크럽제의 역설

[보건포럼] 윤수진 수원시 약사회 상임이사

화장품 판매점에서 한 때 스크럽(scrub 혹은 abrasive) 제품이 꽤나 인기 있던 적이 있다. 필자 역시 피부 각질을 제거해서 매끈한 피부를 만들어 준다는 광고에 혹해 몇 차례 스크럽 제품을 사 본 적도 있다. 피부 관리를 하는데 있어 각질 관리는 매우 중요한 이슈 중 하나다. 이태리 타올로 대표되는 때미는 문화가 좀 우아해 보이는 스크럽 제품으로 옮겨가면서, 많은 이들이 스크럽 제품에 열광한 것도 사실이다.

스크럽은 죽은 각질 세포 제거를 위해 주로 클렌징(cleansing) 제품에 첨가하는 알갱이를 지칭한다. 문제는 이 알갱이가 어디에서 유래한 것인지가 관건이다. 아몬드 가루, 옥수수 가루, 살구씨 가루, 호호바 알갱이, 살구씨 가루, 호두껍질 가루 등 천연에서 온 재료로 스크럽 제품에 사용된다. 하지만 재료의 가격과 수급 문제, 그리고 피부와 닿을 때의 느낌 등으로 가장 많이 선호되는 재료는 폴리에틸렌으로 만들어진 미세플라스틱이었다.  화장품에 사용되는 미세플라스틱은 그 크기가 5mm 이하로 만들어진다. 이렇게 작은 크기의 미세플라스틱은 다시 부메랑이 되어서 오기에 충분한 크기다.

미세플라스틱이 들어있는 제품을 포함한 대부분의 스크럽 제품이 피부에 물리적인 힘을 가해 사용된다. 스크럽 제품을 피부에 문지를 때 강한 힘을 주면, 피부는 그대로 스크래치가 날 수 있다. 매끈한 피부를 위해 각질을 제거하는 것인데, 오히려 상처가 생길 수 있다. 이미 스크럽 제품은 그 시작부터 역설적이다.

그 뿐인가. 너무 작은 나머지, 미세플라스틱이 하수 처리하는 과정에서 걸러지지 않는다. 그대로 강으로 들어간 미세플라스틱은 강물과 바다에 살고 있는 물고기의 몸 속에 그대로 쌓인다. 그리고 미세플라스틱은 물고기에게 호르몬 교란을 비롯한 각종 부작용을 유발한다. 게다가 이 미세플라스틱은 수백 년간 썩지도 않는다. 바다에 퍼져있는 미세플라스틱을 제거할 수 있을까? 이미 북극에서 남극 해안까지 다 퍼져있는 미세플라스틱은 제거한다는 것 자체가 애당초 불가능하다.

우리의 식탁에 오르는 해산물도 예외일 수 없다. 그린피스에서 2016년 7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중해에서 채취한 황새치, 참다랑어, 날개다랑어처럼 인류가 즐겨먹는 어종에도 미세플라스틱이 들어 있었으며, 북해에서 양식된 홍합, 대서양의 양식 굴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사람의 미용을 위해 쓰고 하수구로 흘려버린 미세플라스틱이 다시 사람의 몸 속으로 들어오는 역설의 상황이다.

거기에 더해 최근에는 미세플라스틱이 각종 독성 화학물질을 옮기는 운반체 역할을 할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먹거리에 들어가버린 미세플라스틱은 사람을 향해 총구를 겨누고 있는 모양새다.

이미 미국에선 2015년 12월 The Microbead-Free Waters Act를 통과시켜, 클렌징 제품에 미세플라스틱의 사용을 금지하고 있으며, 대만, 캐나다, 호주, 영국, 네덜란드 등 여러 국가에서도 이에 대한 규제 법안을 도입하려고 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2017년 7월부터 화장품에 미세플라스틱 사용하는 것이 전면 금지될 예정이다. 제도권 안에서 이러한 규제는 환영할만한 일이다. 그리고 화장품 속 미세플라스틱뿐 아니라 세탁세제를 비롯한 각종 생활용품에 대해서도 규제를 확대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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