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 CP등급과 기업윤리의 연관성

[기자수첩]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일명 김영란법이 시행된 지 어느덧 5달이 다 돼 간다. 시행 초기에만 해도 많은 혼란이 예상됐으나, 제약업계는 연말과 설 명절 등을 무사히 넘기면서 윤리경영이 자리잡아가는 추세다.

제약업계의 윤리경영이 날이 갈수록 강화되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것이 바로 CP(공정거래위원회 자율준수프로그램, Compliance Program)이다. CP는 공정거래 관련법규 준수를 위해 운영하는 자발적인 준법 시스템이다. 공정행위 법규 위반을 사전에 방지하는 효과가 있어, 40여 곳의 제약사가 CP를 도입하고 있다.

CP도입은 대외 홍보에도 널리 쓰이고 있다. 보도자료와 공시 등을 통해 공정거래위원회의 CP등급 평가 결과(대웅제약, 종근당 AA등급, 동화약품, 대원제약 A등급 획득)를 알리고, CP강화 선포식과 특강, 워크샵을 개최하는가 하면(JW중외제약, CJ헬스케어, 신풍제약), 자율준수관리자로 대표이사를 선임(종근당, CJ헬스케어, 코오롱제약 등)하는 등 CP 우수기업임을 알리는 것이 즉 기업 신뢰도로 이어지는 듯한 분위기다.

CP등급은 CP를 1년 이상 운영한 업체를 대상으로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매 연말~연초에 통보한다. 이외에 기업윤리를 평가하는 지표가 딱히 존재치 않는 현재, CP등급 평가는 최근 몇 년새 리베이트 이슈 등으로 윤리적으로 타격을 받아온 국내 제약사들의 기업평가에 유력 지표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한켠에서는 CP등급 평가가 기업의 윤리성을 담보해주지 못한다는 의견이다. 실제로 CP등급 평가 과정에서는 CP 담당 인력과 예산 배정 항목이 전체 기준의 32.6%를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준법운영에 직접적인 효과를 보이는 교육훈련 프로그램 이행이나 위반자에 대한 인사제재, 내부고발자 보호와 사전업무 협의제도 등이 포함된 사전모니터링 시스템 등이 평가에서 각각 12~14%를 차지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CP에 인력과 예산을 많이 투자할 수 있는 기업만이 상위 등급을 획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CP등급과 CP도입의 의도는 매우 좋다. 제약업계의 윤리경영 활동이 상향 평준화되는 등 CP 도입의 긍정적인 측면이 피부로 와닿고 있음은 틀림없다. 위에서 지적한 고등급을 받은 제약사들이 단순히 인력과 자본만으로 CP 우수기업으로 선정되었다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기업 이미지 및 해외 업체와의 계약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CP등급이 업계 공신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공정위의 평가제도 개선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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