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질환 치료제 대세로 자리잡는 장기지속형 주사제

며칠~몇 주에 걸쳐 약물 천천히 방출... 환자 삶의 질 높여

조현병과 당뇨병 등 만성질환 시장에서 장기 지속형 주사제(Long-Acting Injection, LAI)에 대한 처방 및 개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장기 지속형 주사제란 근육(팔의 삼각근이나 엉덩이의 둔부근 등)에 약물을 주사해 몇 주에 걸쳐 혈액으로 천천히 방출되도록 만들어진 의약품이다.

경구용 알약의 경우 투여한 약물이 소화관에서 혈액으로 바로 흡수되어 간을 거쳐 몸의 각 부위로 전달되기 때문에 약물 성분이 체내에 짧은 기간 높은 농도로 유지되다가 사라진다. 따라서 하루 한 번 이상 약을 복용해야 한다.

반면에 장기 지속형 주사제는 혈액 내 약물 농도를 오랜 기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으며, 보다 안정적인 약물 투여가 가능하다. 특히 조현병과 같은 정신과 질환에서는 환자들의 복약 충실도가 낮은 경우가 많은데, 장기 지속형 주사제의 경우 한 번만 주사를 맞더라도 일정 기간 동안의 복약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밖에도 장기 주사제는 약을 매일 복용하지 않아도 돼 환자의 삶의 질을 높여주는 긍정적 측면도 존재한다. 규칙적인 복약이 어려운 환자도 일정한 약물 효과를 볼 수 있으며, 환자 스스로 약물 투여를 중단하거나 건너 뛰는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비록 처방의 유연성이 떨어져 예기치 못 한 부작용 발생 시 조치에 있어 매일 복약하는 경구약에 비해 어려움이 있고, 약물 선택의 폭이 좁다는 지적도 있지만, 매년 다양한 질환에서 사용량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경구용 약제와 확연이 구별되는 차별점이 환자들에게 긍정적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3달 1회 투여까지 발전... 조현병

장기 지속형 주사제가 가장 활발히 사용되는 분야는 앞에서 설명한 조현병(정신분열증)이다.

망상이나 환청, 환각, 충동조절 장애, 공격적 행동 등이 동반되는 조현병은 사회 생활에 직접적인 지장을 주는 대표적 정신질환 중 하나다. 과거에는 치료가 어려운 만성적 질환으로 분류되었으나, 약물요법을 중심으로 한 치료법이 점차 진보되어 가는 등 보다 적극적인 치료가 요구되는 질환이다.

조현병의 약물적 치료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규칙적이고 꾸준한 복용이다. 이는 조현병의 치료 및 재발 방지율을 크게 좌우한다. 그러나 약물을 매일 복용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가지는 환자가 많고, 약을 먹을 때마다 자신이 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 자체적으로 복용을 중단하는 경우도 있다.

장기 지속형 주사제는 조현병 치료에 있어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해 준다. 실제로 장기지속형 주사제를 투여한 환자의 조현병 재발율은 경구제 투여 환자의 2/3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5년 말부터 급여 기준이 확대돼 초발 조현병 환자에게도 보험 적용이 확대되며 그 사용율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1달 1회 주사하는 '아빌리파이메인테나(위)와 3달 1회 주사하는 '인베가트린자(아래)

한국오츠카제약이 작년 발매한 '아빌리파이메인테나(아리피프리졸)'는 1달에 한 번 투여로 조현병을 치료한다. 기존 1일 1회 복용하는 '아빌리파이'를 개량한 약으로, 유효성과 안전성에서 경구제와 비슷한 수준을 보이며 높은 점수를 받았다. 특히 35세 이하의 젊은 환자들에게 있어 부작용(생리불순, 발기부전)이 유의하게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1월 출시된 한국얀센의 '인베가트린자(팔리페리돈 팔미테이트)'는 3달에 한 번 투여한다는 편의성을 내세운다. 뇌의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D2수용체와 세로토닌2형(5HT2A)수용체를 복합적으로 차단하며, 얀센이 보유한 기존 월 1회 투여 주사제인 '인베가서스티나'와 비슷한 안전성 및 내약성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장기 지속형 주사제에 대한 수요는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작년 열린 2016 대한조현병학회 추계 국제심포지엄에서는 경구용 약물 투여 중인 환자의 40%가 장기 지속형 주사제로의 변경 의사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당뇨치료제, 1~4주 1번 주사로 혈당관리

다양한 합병증을 유발하는 당뇨병을 관리하려면 매일 수 차례 경구용 알약을 투여하거나 주사제를 맞아야 한다. 그러나 최근 들어 당뇨병 치료제에서도 장기 지속형 주사제가 선보여지고 있어 환자들의 선택의 폭을 넓히고 있다.

제 2형 당뇨 치료용 장기 지속형 주사제로 사용되는 약물은 GLP-1 유사체가 대표적이다. GLP-1 유사체는 체내 인슐린 분비를 증가시키는 호르몬 GLP-1(glucagon-like peptide 1)과 비슷한 작용을 나타내는 유사체다.

대표적인 GLP-1 유자체 주사제는 아스트라제네카의 '바이듀리언(엑세나타이드)' 릴리의 '트루리시티(둘라글루타이드)', GSK의 '이페르잔(알비글루타이드)' 등이 있다. 위 제품들은 주 1회 투여만으로 혈당 조절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2014년 출시된 트투리시티의 경우 2020년에는 연매출 19억달러(약 2조17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시장성이 밝다.

그러나 만성 질환인 당뇨병 환자에게 아직까지 주 1회 주사는 적지 않은 부담으로 다가온다. 따라서 기존 제품군보다 긴 효과를 유지하는 신약에 대한 수요가 높은 상황이다.

한미약품이 사노피에 기술 수출한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주 1회 투여해야 하는 GLP-1 계열 당뇨치료제의 투약 시기를 최장 월 1회로 높인 신약이다. 월 1~2회 투여만으로 혈당 조절이 가능하기 때문에 기존 약품들과의 확실한 차별성을 보인다.

사노피는 당초 2016년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임상 3상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한미약품 생산 일정 지연 등으로 연내 임상 3상을 실시한다. 해당 프로젝트는 한미약품이 글로벌 제약사들과 진행 중인 신약프로젝트 가운데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며, 시판에 성공할 경우 한미약품은 4조3000억원에 달하는 기술수출 마일스톤을 받게 된다.

바이오기업 제넥신이 개발 중인 'GX-G6' 역시 새로운 지속형 당뇨병 치료제로 주목받고 있다. GX-G6은 자체 원천기술인 hyFc에 GLP-1을 융합시킨 지속형 당뇨병 치료제로, 최장 월 2회 제형으로 개발 중이다. 보건복지부와 산업통상자원부 지원 정부 과제로 선정돼 비임상 완료 및 임상 1상 승인까지 과제를 수행하며 우수성과 사례로 선정되기도 했다.

GX-G6은 지난 1월 유럽 내 독일 임상승인 기관(The Federal Institute for Drugs and Medical Devices, BfArM)에서 임상시험 승인을 받았으며, 올 상반기에 독일에서 48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1상에 돌입한다.

다양한 약효지속형 펩타이드 의약품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는 펩타이드 의약품 전문 기업 펩트론 역시 GLP-1 계열 장기지속형 당뇨병 치료제 개발에 한창이다. 펩트론은 2주 지속형인 'PT-302'와 4주 지속형인 'PT-304'를 개발 중이다. 이 중 4주 약효지속이 가능한 PT-304의 경우 美 FDA 임상 1상 승인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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