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협-바이오협, '바이오' 명칭 갈등 확산

제약협"조속한 해결 기대" vs 바이오협"시대착오적"

▲제약협회 이행명 이사장(좌)과 바이오협회 서정선 회장(우)

한국제약협회의 명칭 변경을 놓고 제약협회와 한국바이오협회간의 갈등이 거세지고 있다.

사태의 시작은 지난 8월, 제약협회가 시대적 변화를 받아들여 협회 명칭을 한국제약바이오협회로 바꾸겠다고 밝히면서부터였다. 제약협회는 8월 23일, 이사회를 열고 명칭변경안을 의결했다.

제약협회는 지난 1945년 조선약품공업협회로 출범했다. 1953년 대한약품공업협회로 이름을 변경했고, 1988년 현재 명칭인 한국제약협회로 변경한 지 올해로 30년차가 됐다.

제약협회의 명칭 변경 결정은 제약협회 회원사 중 바이오의약품 개발을 추진하는 업체가 갈수록 늘어나는 현실을 반영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실제로 200여 회원사 중 약 1/4 가량이 바이오의약품을 개발하거나 생산·판매하고 있으며, 2015년 기준 바이오의약품 생산실적 상위 10개사 중 5곳(녹십자, LG생명과학, 동아에스티, SK케미칼, CJ헬스케어)은 전통적 제약업체로 분류되고 있다.

이에 한국제약협회는  새롭게 변해가는 산업 흐름에 발맞추고, 의약품을 합성의약품과 바이오의약품으로 분류하는 것과 그 제조사들을 서로 다른 카테고리에 넣는 것이 올바르지 않다는 판단 하에 협회 명칭을 한국제약바이오협회로 변경하는 안을 추진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정부의 바이오분야 지원정책 역시 제약협회의 명칭 변경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산업자원부가 선정하는 '한국을 먹여살릴 신산업' 목록에는 바이오/헬스 분야가 속해 있지만, 전통적인 제약산업은 이에 속하지 못했다. 이에 국내 제약산업을 대표하는 협회 입장에서는 제약산업의 이미지 쇄신을 위해서라도 명칭 변경을 추진해야 할 상황이었다고 분석된다.

그러나, 제약협회의 이러한 결정은 한국바이오협회 및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 등 기존 '바이오' 명칭을 사용하는 협회들의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특히 한국바이오협회의 반발이 거세다.

한국바이오협회는 1982년 현대그룹 회장이었던 故 정주영 이사장이 취임하며 출범한 한국유전공학연구조합에서 시작된 단체다. 이후 한국생물산업협회와 한국바이오벤처협회를 통합하여 한국바이오협회로 명칭을 바꾼 후, 바이오 산업계의 기술개발 및 산업화 촉진을 위한 구심체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의약품을 다루는 레드바이오 분야 뿐 아니라 농업과 관련된 그린바이오, 에너지와 관련된 화이트바이오 등을 다루는 바이오 관계사들이 상당수 가입돼 있다.

바이오협회는 제약협회의 명칭 변경 건이 보고된 이후부터 강력한 반대의 의견을 전달해 왔으며, 최근 물밑에서 해당 건이 논의 중이라는 소문에 대한 강경 입장을 밝혔다.

바이오협회가 주장하는 제약바이오협회 명칭 사용의 반대 근거는 해외 사례로, 대부분의 제약 선진국들이 유관 협회 명칭에서 제약산업과 바이오산업은 따로 분리돼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미국제약협회(PHRMA)와 미국바이오협회(Biotechnology Industry Organization·BIO)가 분리돼 있으며, 일본 역시 일본제약공업협회(JPMA)와 일본바이오협회(JBA)가 구분돼 있다. 유럽 역시 유럽제약산업연협회(EFPIA)와 유럽바이오산업연합회(EuropaBio)가 명칠적으로 구분되어 사용 중이다.

한국바이오협회 서정선 회장은 지난 2월 말 성명을 통해 "명칭을 통해 특정 산업영역을 점유하려는 시도는 시대적 흐름에 맞는 않는 방식"이라며, "양 협회가 명칭이 아닌 기능적인 차별화를 통해 상호보완적인 협력모델을 제시해야 할 때다"라고 밝혔다.

현재 제약협회 명칭 변경안은 표류 상태다. 제약협회는 8월 이사회를 통해 정관을 개정하고 명칭 변경을 추진해 온 결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정관 변경 승인을 얻어냈지만 보건복지부 심의에서는 보류됐다. 보건복지부는 한국바이오협회와의 사전조율 등 논의가 부족하다는 이유를 들어 제약협회의 정관 변경안을 보류해놓은 상태다.

이에 대해 한국제약협회 이행명 이사장은 지난 22일, 제 72회 정기총회를 통해 "총회에서 협회사의 의견을 모아 협회명칭을 변경하기로 한 것이 아직 처리가 되지 못 한 것이 아쉽다"며 "복지부와 식약처 모두 명칭변경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금년 내 보건복지부의 최종 승인이 나기를 기다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두 단체가 바이오라는 명칭으로 다투는 것은 협회사를 하나라도 더 끌어들이기 위한 이권 다툼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두 협회에 중복 가입되어 있는 제약사도 많은 상황에서, 차라리 두 단체를 통합하는 것이 어떤가 하는 생각도 든다"라고 밝혔다.

2017년 2월 현재 제약협회 가입사는 196업체, 바이오협회 가입사는 233업체다. 이 중 SK케미칼, JW중외제약, 녹십자, 대웅제약, 대화제약, 삼성바이오에피스, 안국약품, 유한양행, 한독 등 34개 업체가 한국제약협회와 한국바이오협회 양쪽에 중복 가입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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