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단위 쿼터제 도입이 궁극적인 해결책”

신임 이창범 낙농진흥회장, 중앙낙농기구 만들어 쿼터 관리 방안 제시

“생산농가에서 안심하고 우유를 생산하고 유가공회사에서도 안심하고 우유를 공급받을 수 있는 즉, 수급이 안정적인 시스템을 만드는데 주력하겠다”

지난 6일 낙농진흥회 7대 회장으로 선임된 이창범 회장은 24일 농축산전문지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이 밝히고 농식품부  축산국장 시절 그려온 낙농산업 미래를 현실화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낙농진흥회는 그동안 집유주체별 수급관리에 다른 반복적인 수급불균형 해소와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낙농제도 개선을 추진해 왔다. 특히 2015년부터 낙농산업발전협의회와 제도개선 소위원회를 구성하여 논의 중에 있으나 이해당사가간의 대립으로 합의가 지연되는 등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생산자측은 연간총량제 복원, 쿼터 유상소각, 생산자 중심의 집유일원화 등을 낙농제도 개선 논의때 마다 협상카드로 제시해 왔다. 반면 수요자측은 생산자 중심의 집유일원화 반대, 시장수급상황을 고려한 원유가격 제도 개편, 수요에 걸맞은 원유구입 보장 등을 요구하면서 갈등을 빚었다.

이창범 회장은 “집유주체별로, 유가공회사별로 쿼터를 인위적으로 관리하고 쿼터에 대한 조건들도 각각 다르기 때문에 ‘쿼터를 어떻게 관리하느냐’ 하는 문제가 핵심이다”면서 “낙농산업이 추구해야 할 방향은 전국단위의 쿼터제를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집유주체별로 쿼터조건이 제각각이기 때문에 현 상황에서 전국단위쿼터제 도입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관계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 회장은 이 같은 점을 감안, 낙농진흥회가 주관이 되는 즉, 사무국 역할을 하는 중앙낙농기구를 만들어서 쿼터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중앙낙농기구가 이해 당사자 간의 의견을 중재해서 ‘거래 3원칙 표준화’에 대한 합의를 이끈 다음에 어느 정도 제도가 성숙해 지면 전국단위쿼터제에 대해 심도있게 논의 후 도입하자는 것이다. ‘거래 3원칙 표준화’는 집유주체 개별적인 쿼터 임의 증‧감량 금지, 집유주체의 개별적인 초과원유가격 결정 금지, 낙농가간 쿼터 거래시 귀속율 통일 등이다.

이 회장은 축산국장 재직시절, 일주일에 한번 정도는 현장에 나가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해결책을 찾곤 했다. 때문에 전국의 도축장과 가공공장은 안 가본 곳이 없단다. “축산국장 재직시절 거의 분쟁이 없었다”며 “그 이유로는 대화를 통해 99%가 다 풀렸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때문에 가급적이면 현장에 많이 다녀 볼 계획이다.

이 회장은 서울우유조합을 가장 먼저 찾을 계획이다. “조합장을 만나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보면 양 기관이 협조할 수 있는 뭔가가 있을 것이다”며 “낙농우유조합별로도 현장에 가서 대화도 하면 뭔가 돌파구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한다.

이 회장은 농식품부에서의 행정경험과 정당에서의 정책조정 경험을 십분 발휘해 국내 낙농산업 경쟁력 제고와 산업발전을 견인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한다. 행정고시 27회로 공직에 입문한 이 회장은 농식품부 재정기획관, 식량정책단장, 축산정책관, 농산물 품질관리원장, 등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친 후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 수석전문위원을 맡는 등 탁월한 정책조정능력을 인정받았다.

이처럼 30여년 동안의 농축산분야 행정경험 노하우와 낙농분야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낙농산업의 미래를 선도할 수 있는 뛰어난 역량을 갖췄다는 평가와 함께 축산정책관 재임시설 여러 축산관련 단체와의 원만한 유대관계를 형성해 낙농회장 역할 수행에 최적의 적임자로 알려졌다. 

“낙농산업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낙농업 관계자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상생발전의 길을 모색해 나가겠다”면서 “특히 각종 낙농정책 및 제도를 수립하고 집행하는 모든 과정에서 낙농인과 낙농산업 관계자 양측의 걸림돌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대안을 모색하며 문제를 해결하는데 집중하겠다”고 향후 포부를 밝혔다.

지난해 초 도입된 학교우유급식 최저가입찰제도의 문제점과 관련, 이 회장은 “원가 및 거래실례가격 조사 공표를 통해 합리적 계약단가 형성을 유도해 나가겠다”고 말한다. 급식업체간 출혈경쟁으로 공급을 포기하는 업체가 속출하면서 일부 학교에서 우유공급 중단사태가 발생, 학생들이 제때 우유를 공급받지 못하는 사태에 벌어지기도 했다. 우유급식은 수의계약사항이지만 최저가낙찰제 선호추세가 확산되면서 업체간 과당경쟁으로 덤핑사례가 속출, 많은 문제점을 야기해 왔다.

따라서 관련업체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조차 최저가입찰제는 기형적인 조달방식이기 때문에 합리적인 방법으로 개선돼야 한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볼멘소리가 속출하자 정부는 7월 이후 지방계약법시행령 개정을 통해 2억1000만원 미만의 물품구매계약의 경우 낙찰하한제를 도입키로 했다.

이 회장은 내년 10월 대전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되는 ‘2018 IDF(국제낙농연맹) 총회’를 통해 한단계 성숙하게 될 우리나라 낙농산업의 청사진을 소개했다. 매년 개최되며 낙농올림픽이라고도 불리우는 IDF 총회는 내년 10월 9일부터 19일까지 대전에서 열리면서 IDF회의, World Dairy Summit, 기술투어 등 다양한 국제행사가 준비되어 있다.

국내외 관계자 2000여명이 참석하는 만큼, 이번 총회를 통해 한국 낙농업의 위상 강화는 물론 국내 유가공‧식품 브랜드가치가 크게 상승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세계에 한국낙농과 유가공제품의 품질 및 위생안전 우수성 홍보를 통해 유제품 수출시장 개척 및 확대 기회가 마련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대회는 환경피해를 최소화하면서 낙농산업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세계 각국의 노력을 직접 벤치마킹 할 수 있어 낙농 경쟁력 강화는 물론 관광‧호텔‧컨벤션‧외식업 등 연관 산업의 활성화가 기대된다.

“일 잘하는 기관, 신뢰받는 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 행정과 정무 경험을 살려 낙농산업 발전에 일조하겠다고 말하는 이 회장의 모습에서 한국 낙농산업의 미래를 점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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