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 세대교체 바람…3세 경영 본격화

CJ·크라운제과·SPC 등 경영 리더십 본격 시험대 올라

▲사진 왼쪽부터 CJ그룹, 동아쏘시오그룹, 크라운제과

지난해 대상 등 식품업계 원로들이 줄줄이 타계하면서 1세대가 막을 내리고 있다. 창업주 자리를 오너 3세가 메우면서 자연스럽게 세대 교체바람이 일고 있다.  

CJ그룹이 월초에 부사장대우 7명, 상무 25명, 상무대우 38명 등 총 70명을 승진시키고 49명의 임원을 이동시키는 정기임원인사를 발표했다.

승진자 가운데는 눈에 띈 것은 이재현 회장의 장녀인 이경후(33)씨가 미국지역본부 통합마케팅팀장 상무대우로 승진했다. CJ그룹 오너 3세 중 이경후 상무대우가 가장 먼저 임원을 달아 3세 경영 체제에 시동을 걸었다.

신임 이경후 상무대우는 미국 콜럼비아대 석사 졸업후 2011년 CJ 기획팀 대리로 입사해 사업관리와 기획 업무를 담당했다. 이후 CJ오쇼핑으로 옮겨 상품개발본부, CJ 미국지역본부 등에서 근무했다.
CJ그룹 이재현 회장의 장녀인 이경후 상무대우는 이번 인사로 국내 대기업 그룹 여성 임원 중 가장 젊다는 기록을 갖게 됐다. 이 상무대우는 미국지역본부 통합마케팅팀장직을 맡아 이 지역 시장 확대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강정석 회장 시험대 올라

동아쏘시오그룹은 해가 바뀌자마자 강신호 회장을 명예회장으로 추대하고 강정석 부회장을 신임 회장으로 승진·발령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강신호 명예회장은 동아제약 창업주 고 강중회 회장의 장남으로 1981년 회장에 취임한 이후 ‘박카스’ 연 매출을 1000억원 규모로 성장시키는 등 제약업계에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강정석 신임회장은 강신호 명예회장의 넷째 아들이다.

강정석 신임회장은 중앙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성균관대에서 약학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1989년 동아제약에 입사한 뒤 경영관리팀장, 메디컬사업본부장 등을 거쳐 2013년 동아쏘시오홀딩스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했다.

강정석 회장의 위기관리 능력이 첫 시험대에 올랐다. 지난 14일 부산지검 동부지청 형사3부가 동아제약 본사와 지주회사인 동아쏘시오홀딩스, 전문의약품 제조사인 동아ST 등 3곳을 압수 수색한 것이다. 검찰은 의약품 납품과정에서 거액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를 잡고 회계장부 등을 확보하기 위해 압수수색을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제약은 2012년에도 리베이트 제공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기도 했다. 

임상민 전무로 무게 추 쏠려

대상은 지난해 말 임창욱 명예회장의 두 딸인 임세령, 임상민 상무를 전무로 전격 승진시키며 3세 경영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장녀 임세령 전무는 식품BU 마케팅을, 차녀 임상민 전무는 식품BU와 소재BU 전략업무를 맡게 된다. 따라서 인사만을 놓고 볼 때 식품 마케팅만 담당하는 임세령 전무보다는 식품과 소재 등 두 조직의 전략업무를 아우르는 임상민 전무로 후계구도 무게 추가 쏠리는 분위기다.

윤석빈 대표 1대주주 부상

크라운제과는 지난해 10월 지주사인 크라운해태홀딩스와 식품제조 및 판매를 담당하는 크라운제과를 신설했다. 당시 크라운제과는 “경영부문별 특성에 적합한 의사결정 체제 확립과 경영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통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여 성장잠재력을 확보하기 위해 분할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주사 전환 이후 윤영달 회장은 장남인 윤석빈 대표에게 주식을 증여하면서 윤 대표가 최대주주인 두라푸드에게 주식을 매각해서 결과적으로 윤석빈 대표가 크라운제과의 1대 주주가 되도록 했다. 오너가의 지분을 늘여 자연스럽게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식품업계의 대표적인 3세 경영인으로 꼽힌 윤석빈 대표는 선대회장인 고 윤태현 창업주의 손자이다. 윤 대표는 장수브랜드인 ‘크라운 산도’와 ‘쿠쿠다스’ 등의 리뉴얼 제품 출시를 주도하면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윤 대표는 여느 다른 재벌 3세들과는 달리 2007년 크라운제과 이사로 입사하기 전까지 미술학도의 길을 걸었다. 이번에 그가 제품 패키지 디자인에 변화를 준 것은 본격적인 3세 경영인 체제 전환을 앞둔 첫 번째 시험대인 셈이다.

허희수 부사장, 쉐이크쉑 안착

지난해 여름 강남역 주변에서 한 바탕 소동이 일었다. 미국에서 인기를 끈 프리미엄 햄버거 쉐이크쉑의 국내 1호점 오픈 때문이었다. 오픈식을 기다리기 위해 1500여명의 인파가 동시에 몰리면서 인근 교통이 마비되는 등 큰 혼잡을 빚었다. 이 버거를 성공리에 국내 론칭한 주인공이 바로 SPC그룹 허희수 부사장이다. SPC그룹은 지난해 11월 허희수 부사장을 승진·발령했다. 쉐이크쉑을 국내에 성공적으로 론칭한 것이 승진으로 이어진 것이다. 업계에서는 2015년 허영인 회장의 장남인 허진수 부사장이 승진한데 이어 이번에 차남까지 부사장에 오르면서 SPC그룹 3세들의 형제 경영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허진수 부사장은 SPC그룹의 제품 개발과 해외사업을, 허희수 부사장은 마케팅전략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허희수 부사장은 2007년 SPC그룹 파리크라상에 입사한 이후 SPC그룹 디자인센터와 마케팅전략본부, SPC삼립 마케팅, SPC클라우드 등을 거치면서 외식사업의 전문가로 변신했다.

SPC그룹은 지난해 12월 청담점(2호)을 오픈한데 이어 올해 4월 동대문 두타 건물 1층에 3호점을 운영할 계획이다. 쉐이크쉡의 강북 첫 매장이 입점하게 될 동대문은 국내를 대표하는 패션과 쇼핑의 중심지로 쉐이크쉑의 주요 고객층인 20~30대 유동인구가 많고 연 700만여명의 외국관광객이 모여드는 곳이다. 

동서그룹 김상헌 회장의 아들 김종희 동서 사장이 지분율을 지속적으로 늘리면서 3세 승계를 가속화하고 있으며 베지밀로 유명한 정식품의 창업주인 정재원 명예회장의 장손인 정연호 부사장이 지난해 말 화장품 업체인 계열사 오쎄에서 정식품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경영일선에 가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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