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회와 名馬 레클리스

[데스크칼럼]

“전쟁하고 말(馬)하고 무슨 관계가 있나요·” 최근 가진 한국마사회와의 기자간담회에서 6.25때 혁혁한 공을 세운 명마 레클리스를 활용한 홍보방안을 묻는 본지 기자의 질문에 대한 마사회 고위관계자의 반응이다. 레클리스는 비오듯 쏟아지는 적군의 포탄 속에서 미군의 탄약과 무기를 수송했던 군마이다. 이 같은 공을 인정받아 하사 계급을 수여받고 조지워싱턴, 에이브러햄 링컨 등과 함께 미국 100대 영웅에 선정된 말이기도 하다. 미 해병대 한국전쟁사 중 가장 치열하다는 ‘네바다 전초 전투’에 참가해 탄약보급소에서 산 정상까지 51회를 왕복하면서 포탄을 나르는 등 위험한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미군은 전쟁이 끝난후 이 경주마를 미국으로 데리고 가서 숨질 때 까지 보살피는 등 지극 정성을 다했다. 60여년이 지난 지금도 미국 현지는 물론 6·25때 레클리스가 활약했던 연천에서 추모식을 갖고 있다.

홍보에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활용한 다양한 홍보툴이 있다. 최근 들어서 각광을 받는 또 다른 툴은 스토리텔링이다. 스토리텔링은 무의식적으로 스치고 지나칠 수 있는 사물이나 공간에 스토리를 대입시켜 소기의 성과를 거두는 홍보기법이다. 많은 지자체들이 제3의 유목민이라고 할 수 있는 관광객들의 발길을 붙잡기 위해 관할구역 내의 관광자원이나 홍보의 필요성이 있는 지역의 스토리를 발굴해서 홍보마케팅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일부 지자체는 스토리 발굴을 위해 공모전을 개최하는 등 홍보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연천이 매년 레클리스의 추모식을 개최하는 것도 바로 이 같은 이유에서이다.

마사회 수익이 예년과 같지 않게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수익감소는 불법화상경마장 등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홍보전략부재도 또 다른 원인이 되지 않을까 싶다.

마사회가 위치한 과천은 지역민들의 단합과 이미지 제고를 위해 매년 과천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축제기간 중 다양한 볼거리들이 지역민들과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 잡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레클리스를 주제로 한 ‘과천누리馬축제’가 인기를 모으고 있다. 마사회 관계자 말대로라면 과천이 레클리스를 축제에 활용할 이유가 전혀 없다. 과천시와 말(馬)과의 상관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단지 경마장이 과천시 관내에 있는 것을 제외하고 말이다.

한국지역 진흥재단이 지난해 개최한 ‘제20회 과천누리馬축제’가 지역경제에 미치는 연향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축제기간 4일 동안 축제장 인근 지역 음식점 등 총 1089개소에서 약 577억원의 매출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외부방문객이 축제기간 중 소비한 금액은 1일 평균 3억400만원수준으로 분석지역 전체매출의 약 43.3%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공연 프로그램도 ‘영웅 레클리스’가 7300회로 홀트아트서커스 1260회 보다 월등히 많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결론적으로 과천누리馬축제가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실로 막대하다고 할 수 있다.

“미국 현지와 연천에서 갖는 레클리스 추모행사가 과연 부질없는 것일까” 자문해 본다. 설령 마사회 관계자가 레클레스의 존재를 몰랐다고 해도 면죄부가 되지 않는다. 마사회에서 근무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묻고 싶다. “마사회와 레클리스가 정말 관계가 없는 것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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