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위제약사 외형성장 불구 내실 부족"

글로벌 제약사로 발돋움하려면 혁신신약 개발은 필수

▲매출에서 자체의약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적은 유한양행, 광동제약, 제일약품

3월 발표된 국내 상위제약사들의 실적을 분석한 결과, 전반적인 매출 및 영업실적은 상승했으나 일부 업체들의 자체개발 의약품 비중이 여전히 낮고 글로벌 제약사들의 수입상품 유통이나 부가사업에 열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과거부터 끊임없이 제기돼 온 문제로, 제약사 매출 1조 시대에 걸맞지 않는 행보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여재천 사무국장은 지난 22일, 기자들과의 자리에서 "국내 유망 제약기업을 다국적 제약사로 빠르게 성장시켜 현재 전세계 1~2%에 달하는 점유율을 10% 이상으로 확대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신약개발 투자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실제 제작년 한미약품 신화를 전후로, 다수의 국내 제약사들이 공격적인 연구개발(R&D) 투자를 통해 혁신 신약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국산 신약은 99년 SK케미칼의 '선플라주(헵타플라틴)'이후 지난해 한미약품의 '올리타정'까지 17년간 27건이 허가를 받았으며, 일양약품의 '슈펙트'와 '놀텍', 보령제약의 '카나브', 동화약품의 '자보란테' 등 국내외에서 커다란 성과를 내고 있는 제품도 다수다.

그러나 보건신문이 올해 국내 대형 제약사들의 실적구조를 분석한 결과, 아직까지 국내 상위 제약사들은 수입약 판매나 기타 수익창출 사업 의존도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약 판매는 제약업계의 오랜 캐시카우다. 다국적제약사는 자사의 제품을 국내 제약사의 영업력을 바탕으로 손쉽게 판매할 수 있고, 국내 제약사는 해외에서 검증된 양질의 제품을 판매함으로써 매출 증대를 노릴 수 있다. 건강기능식품이나 식음료 역시 다소 경직된 제약시장에서 벗어나 새로운 활로를 찾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그러나 국내 제약계를 대표하는 대형 제약사들이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라 볼 수 있는 신약개발보다 당장 눈 앞의 먹거리에만 관심을 쏟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미 미국과 EU를 비롯한 주요 선진국과 대한민국 정부 및 관련 기관들이 보건의료산업을 국가 성장 동력 전략산업으로 집중 육성하고 글로벌 제약사 및 혁신기업 육성에 힘을 기울이고 있는데, 막상 업계 상위사들이 제대로 따라오고 있지 않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음료 판매상 낙인 못 벗은 광동제약

광동제약은 지난해 매출 1조를 돌파하면서 한미약품을 대신해 새로운 제약계 BIG 3에 입성했다. 광동제약의 지난해 매출은 1조564억원으로 전년 대비 10.6%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12.7% 감소한 444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예전부터 제기된 '음료 판매상' 낙인은 아직 벗지 못했다. 광동제약의 매출 대부분은 '비타500', '옥수수수염차', '제주삼다수' 등의 음료와 MRO(Maintenance Repair Operation, 소모성 자재구매 등 유지보수 분야) 부문에서 발생한다. 실제로 지난해 매출의 81%가 위 두 부문에서 나왔으며, 의약품 부문 매출액은 전체의 19%밖에 되지 않는다. 작년의 가장 큰 이슈가 지난 11월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와 제주삼다수 위탁판매계약을 1년 연장한 소식일 정도다.

의약품 부문 매출에서도 도입약을 포함한 상품매출이 전체의 70%에 가까우며, 전문의약품 비중(병원영업)은 약 2% 수준이다. R&D 투자 비율도 타 제약사에 비해 낮은 편이다. 일반적으로 상위 제약사들의 R&D 예산은 매출의 10% 내외로, 15%를 넘는 곳도 있다. 그러나 광동제약의 R&D 예산은 매출의 1% 미만으로 업계 최하위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글로벌 제약사로부터 도입한 약품 판매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2015년에는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로부터 백신 8종을 도입하는 400억원 규모 게약을 체결했으며, 지난해 6월에는 비만치료제 '콘트라브'를 새롭게 도입했다.

광동제약은 이러한 체질 개선을 위해 제네릭의약품 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CJ헬스케어가 국내 독점 판매 중인 항구토제 '알록시주(팔로노세트론)' 특허에 대해 권리범위확인(소극)심판을 제기해 승소했으며, 노바티스의 표적항암제 '아피니토(에베로리무스)' 조성물 및 용도특허에도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종근당-대웅제약, 수입약 계약에 울고 웃어

종근당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대비 40.4% 성장한 8319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종근당 창사 최대 매출로, 제일약품을 제치고 2016년도 국내 제약사 매출 6위에 올라섰다. 영업이익 역시 전년 대비 43.4% 상승한 612억원을 기록했으며, 당기순이익 역시 67억원 적자에서 409억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그러나 이러한 실적 개선이 자체신약 개발이나 기술수출로 이룬 것이 아니라 대형 수입약 판권 경쟁에 따른 결과라는 점은 다소 아쉽다. 종근당은 지난해 대웅제약으로부터 '글리아티린'과 '자누비아' 등 블록버스터 의약품 판권을 넘겨받았다. 특히 '자누비아'의 경우 작년 한 해 매출이 1000억원을 돌파하는 등 종근당 실적 개선에 단단히 한 몫을 했다.

한편, 대형 수입약 판권을 뺏긴 대웅제약은 지난해 선언한 1조 클럽 진입 공약에 실패했다. 판권 회수가 이뤄진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 감소했다. 다행히 발빠른 영업력을 바탕으로 '제미글로' 등을 새로 끌어와 연매출은 성장세를 유지했지만,

대웅제약은 1조 클럽 진입의 원동력으로 자체 개발한 보톨리눔 톡신 제제 '나보타' 등을 꼽고 있다. '나보타'는 올 상반기 중 미 FDA 승인을 앞두고 있으며, 항생제 '메로페넴' 역시 올해 안에 미국 진출을 예상하고 있다. 이를 통해 대웅제약은 현재 12%를 차지하는 해외 매출 비중을 점차 늘려 기업 매출의 절반 이상을 해외매출로 채우겠다는 계획이다.

상품매출비중 70% 이상... 유한양행·제일약품

유한양행은 지난해 연매출 1조3208억원을 기록하며 제약업계 역대 최대 매출 기록을 경신했다. 전년 대비 17% 상승한 수치다.

유한양행은 예전부터 도입상품 매출 비중이 크기로 유명하다. 유한양행의 2016년도 상품매출 비율은 전체의 74.5%로, 매출의 약 3/4가 상품에서 나온 것이다. 이는 유한락스 등 생활용품 매출 및 계열사인 유한화학의 원료의약품 수출을 모두 포함한 수치로, 본업인 의약품 분야에서만 보면 절반이 약간 넘는다.

특히 지난해 유한양행 도입신약 매출액은 전년 동기대비 16.9% 증가한 3509원을 기록하며 이번 최대실적 기록 경신을 이끌었다는 평가다. 주요 상품으로는 길리어드의 B형 간염치료제 '비리어드'가 1360억원대 매출을 올렸으며, 베링거인겔하임의 고혈압복합제 '트윈스타'와 당뇨병치료제 '트라젠타'가 각각 800억원, 980억원대의 매출을 기록했다.

그러나 자가제품 매출 성장폭 역시 그에 뒤지지 않는 17%를 기록했으며, 일반의약품(OTC) 사업이 처음으로 1000억원대에 진입하는 등 고른 성장을 보였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R&D 투자 역시 전년 대비 19% 늘리는 등 고른 성장을 통해 상품 매출 비중을 60%대까지 점차 줄여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제일약품 역시 상품 매출이 높은 제약사로 손꼽힌다. 제일약품의 2016년 상품매출 비중은 70.2%로, 10년 전 45.1%에 비해 크게 상승했다. 매출 성장폭의 대부분을 상품 매출이 이끈 것이다. 실제로 제일약품의 판매품목 중 상위권을 차지하는 제품들을 보면 화이자의 고지혈증치료제 '리피토', 통증치료제 '리리카', 소염진통제 '쎄레브렉스' 등 상품만으로 가득하다.

이러한 사업구조 때문에, 제일약품의 영업이익률은 낮은 편이다. 2016년 제일약품의 영업이익은 94억원으로, 매출 대비 영업이익률은 1.5%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전년 대비 73.2% 하락한 수치다. R&D 투자금액 역시 매출의 3.2%에 불과해, 타 상위사에 비해 적은 편이다.

이에 제일약품은 지난해 말 조직구조 변화를 단행. 일반의약품, 자체개발 전문의약품, 상품 등의 분야를 나눠 보다 전문적으로 취급하며 체질 개선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실행에 옮겼다. 제일앤파트너스에서는 제일약품의 자체개발 전문의약품을, 제일헬스사이언스에서는 일반의약품 사업을, 제일약품은 상품 관련 사업을 주로 담당하게 된다. 여기에 오는 4월 지주사 체제 변환이 완료되면 제일파마홀딩스(가칭)을 지주사로 한 4사 체제로 중장기 성장 동력 확보에 나선다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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