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빼준다는 '마황' 오남용땐 부작용 심각"

'먹거리 X파일' 실태 고발에 의료계-한의계 진실공방

▲'먹거리 X파일' 아이어트 한약 캡쳐.

최근 다이어트 한약재로 쓰이는 '마황'의 부작용을 방송하면서 의료계와 한의계가 근거 논란을 벌이고 있다. 최근 채널A의 <먹거리X파일>에서는 다이어트 한약의 실태를 고발했다. 한의원, 한약방 외 건강원 등 비전문가에 의해 마황이 판매된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먹거리X파일>에 따르면 최근 살을 빼는 방법으로 바쁜 직장인들과 책상에 오랜 시간 앉아있는 학생들 사이에서 다이어트 한약이 큰 인기를 끌고 있었다. 하지만 ‘먹거리X파일’ 제작진이 만난 한 여성은 다이어트 한약 복용 후 심각한 탈모 증세를 겪었다며 부작용을 호소했다.

심지어 한의원이 아닌 건강원에서도 다이어트 한약을 판매 중이었다. 서울, 경기 지역 20곳 중 총 9곳의 건강원에서 다이어트 한약을 불법제조 하고 있었는데 가격도 저렴했다.

현재 한국에서 마황을 식품으로 건강원 등에서 판매하는 것은 불법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한약에는 의약품용 한약과 식약공용 한약이 있다. 마황과 같은 의약품용 한약(한약재)은 식품으로 취급되는 식약공용 한약과는 달리 한의사의 처방에 의해서만 구매가 가능하다.

이 같은 방송이 나오자 대한한의사협회는 즉각 “마황은 전문가인 한의사의 진단에 따라 복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전국 한의원와 한방병원은 미국 FDA와 대한한방비만학회의 기준을 지키고 있다는 것이 한의협의 설명이다.

미국 FDA가 의약품의 경우 마황의 주 성분인 에피드린의 1일 복용량을 150㎎까지 허용하고 있으며 대한한방비만학회도 전탕액 처방시 1일 4.5g~7.5g을 6개월간 사용하는 것을 권고하고 있다는 것.

"한의사 처방 안전" VS "근거없어"

한의협은 "우리나라 한의원과 한방병원은 이러한 기준에 맞춰 마황을 사용하고 있어 안전하다"며 "한의사에 의해 처방된 전문한약까지도 위험한 것처럼 오해의 소지가 있도록 방송한 것에 대해 유감이다"고 평을 냈다.

그러나 의료계는 “한의계의 주장에 대한 근거를 찾을 수 없다”며 지적하고 나섰다. 이미 미국에서도 다이어트에 마왕을 금지했다는 이유다.

대한의사협회 한방특별대책위원회는 "한의협이 주장하는 에페드린 1일 복용 허용량 150mg은 다이어트 목적의 기준이 아니라 기관지확장제 등으로 단기간 사용 시의 기준"이라며 "또한 2004년 미국 FDA에서 공표한 마황 사용 금지령에 따르면 중의사나 침술사들은 천식이나 만성기침, 두통 등에만 마황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고 지적했다.

미국 FDA도 체중감량이나 근육강화, 운동능력 증진을 위한 목적으로는 마황 사용을 금지했는데도 기관지확장 등의 처방 목적 기준을 근거로 잘못 사용했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한특위는 한의협에 공개 질의서를 보내 다이어트 목적의 한약에 사용 시에도 일일 150mg까지 가능하다는 주장의 근거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또 6개월까지도 마황을 지속적으로 복용해도 환자의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는데 대한 근거도 함께 답변해 줄 것을 주문했다.

이미 2004년 이후 미국FDA에서는 에페드린 함유 건강보조식품에 대해 판매중지를 내린 바 있는데도 6개월간 에페드린을 처방하는 근거가 있느냐는 반문이다.

한특위는 "미국 FDA도 중의사나 침술사는 FDA의 승인을 받아 마황을 다이어트 목적이 아닌 천식이나 만성기침, 두통 등에만 사용하도록 허용하고 있다"며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국내에서는 다이어트에 사용하는 근거가 있는지를 얘기해 보자는 취지"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마황이라는 약재의 부작용은 얼마나 심각한 것일까.

주성분 에페드린 부작용 사례 많아

마황의 주성분은 교감신경 흥분물질인 에페드린이다. 기관지천식이나 감기의 증상을 완화시키는 진해거담제로 자주 쓰인다. 식욕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비만치료에 사용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흥분, 두통, 불면증, 고혈압, 구역, 빈맥 등 부작용이 보고되면서 미국에서는 지난 2004년 마황을 식품으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했다.

비만치료제로서의 마황 사용에 대한 대한한방비만학회의 임상 진료지침에 따르면 마황을 알코올, 중추신경흥분제, 카페인, 교감신경흥분제, 갑상선호르몬제제, 기관지확장제 등과 함께 먹으면 부작용의 가능성이 더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카페인과의 병용은 그 효과와 부작용을 모두 증가시키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뇌경색, 뇌출혈, 경련발작, 심근경색을 일으킬 수 있고 심하면 혼수상태 및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이 밖에도 에페드린은 염기성 조건에서 더 잘 흡수되는 성질이 있어 유제품, 야채, 대부분의 과일, 넛트류 등도 마황의 작용을 강화시킨다. 반면 육류, 밀가루 음식, 땅콩 등 산성 음식은 마황의 체내 제거를 빠르게 한다.

한편, 세계적인 의학 학술지 <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2000년)과 <Neurology>(2003년) 등은 마황 관련 부작용으로는 부정맥·심근경색·뇌출혈·급사 등을 보고했다. 2003년 훈련 도중 급사한 미국 프로야구 선수 스티브 베클러의 사인은 마황의 주성분인 에페드린의 과다 복용으로 밝혀졌다.

이 사건을 계기로 미국식품의약국(FDA)은 2004년부터 마황이 함유된 건강보조식품 판매를 전면 중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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