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락시장 시설현대화 작업 새로운 국면 맞아

공사-상인협의회, ‘청과직판장 일부 우선 철거’안 놓고 최종 협상

▲“최선이 아니지만 차선책을 수용해달라”는 청과직판상인협의회 요구에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향후 전망을 낙관적으로 바라보는 박현출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사장.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와 청과직판 상인 간에 2년 넘게 갈등을 빚어오면서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았던 가락시장 시설현대화 2단계 사업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공사와 청과직판에 따르면 청과직판장의 가락몰 이전과 관련해 그동안 팽팽한 대립을 보였던 양자간에 재협상이 시작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양측은 지난해 2차례에 걸쳐 다자간 협의체를 운영하면서 총 다섯 차례 협상을 벌였으나 쟁점사항인 ‘청과직판 원점 재배치’, ‘지상상권 대비 150% 확보’ 등 몇몇 청과직판 요구사항에 대해 합의를 보지 못한채 지루한 시간싸움만 이어졌다.

공사는 청과직판 원점 재배치와 관련, 이미 가락몰로 이전한 상인들이 현 점포에 대한 법적 권리를 갖고 있어 이들의 동의 없이는 원점 재배치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또 가락몰로 이전한 상인들로 구성된 ‘가락몰 이전자 조합’도 원점 재배치는 절대로 있을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단, 가락몰 이전 후 전문가를 통한 상권 분석과 점포 재배치 연구를 수행해서 재배치 필요성이 있고 청과직판상인이 동의한다면 가능하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청과직판의 ‘지상상권 대비 150% 확보’ 요구안에 대해서도 저온·냉동창고와 구 다농마트 부지 등 공사에서 청과직판상인에게 제공하는 면적을 합하면 조합이 요구하는 면적 이상이다고 맞서고 있다.

더구나 지난달 24일 오전에는 공사 측의 명도집행 계고장 전달과정에서 상인과 충돌이 일어나면서 부상자가 발생하는 등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가 싶었다. 공사측이 단호한 입장을 보이자 상인간에 불협화음이 발생한 것이다. “더 이상의 파국은 서로에게 상처만을 남길 뿐”이라는 공감대가 싹트기 시작했다.

▲청과직판상인협의회 회원들이 북2문에서 공사측의 출입문 폐쇄에 대비해 교대로 24시간 현장을 지키고 있다

지난달 25일 ‘청과직판장 일부 우선 철거’ 안을 묻는 조합원 투표에서 찬성 281표, 반대 30표, 기권 23표, 무효 2표로 통과되면서 협상이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청과직판장 일부 우선 철거’는 청과직판이 사용 중인 가~라 4개동 중, 가와 나 2개동을 남겨 놓고 다와 라동을 우선 철거하자는 계획이다.

전권을 위임받고 협상테이블에 앉은 청과직판상인협의회는 과거와는 달리 사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사도 이번 협상안에 대해 많은 기대를 가지고 탄력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이번 협상이 타결되면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가락시장 시설현대화 2단계 사업이 급물살을 탈 수 있기 때문이다.  

가락시장 현대화사업은 서울시가 건립된지 30년이 지나 낡을대로 낡은 가락시장을 오는 2025년까지 7483억원을 투입해서 현대식 종합식품시장으로 탈바꿈시킨다는 중장기 프로젝트이다.

사업주체인 서울농수산식품공사는 지난 2009년부터 추진해온 1단계 현대화사업을 지난해 상반기 완료하고 작년 7월 1일 가락몰을 개장했다. 가락몰은 소매 직판상이 들어서는 판매동, 각종 먹을거리를 체험하는 테마동, 각종 지원시설이 있는 업무동 등 7개 시설로 구성됐다.

2단계 사업은 소규모 청과·수산·축산·식자재 직판 점포를 종합시장 ‘가락몰’로 옮기고 그 자리에 도매상인들이 장사할 현대식 채소1·2동과 수산동, 과일동, 공동배송장 등을 지을 계획이다.

따라서 2단계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이들 소규모 직판 점포들이 ‘가락몰’로 이전을 해야 하는데 청과직판 상인 중 일부가 이를 반대하면서 난황을 겪어 왔다. 지난 3월 15일 현재 수산직판(286명), 축산직판(105명), 식품상가(41명), 편의시설(45명) 등은 이전이 완료됐다. 그러나 청과직판만 661명의 상인 중 331명이 이전하고 나머지 330명은 이전을 거부하고 있다.

‘청과직판 4개 동 중 2개동 우선 철거’라는 최종 협상안은 가락몰로 이전한 기존 상인들로 인해 점포의 절반이 비어있기 때문에 협상 테이블에 올릴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협상안이 통과된다고 해도 단지 시간을 연장하는 것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점에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조만간에 나머지 2개동도 철거해야 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청과직판 상인들은 최종 정착지가 될 가락몰 지하 1층이 자신들의 영업형태가 맞지 않기 때문에 이전할 수 없다고 버텨왔다. 지하로 내려가면 공기질이 좋지 않아 채소가 상할 우려가 있고 소매로 전환되기 때문에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각종 청과물을 실어 나르는 지하 진입로 역시 너무 경사가 가파러서 사고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데다 출입구가 단 3개밖에 되지 않는다고 항변한다.

▲가락몰 지하에 입주한 상인들이 상권 이원화로 영업에 타격을 입자 임대료 내기가 부담스럽다며 임대료 납부를 전면 거부하고 있다.

시설 현대화를 둘러싸고 공사와 청과직판 상인간의 갈등이 증폭되면서 애꿎게 이미 지하로 이전한 상인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지하 입주상인들은 점포 절반이 비어있어 상권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아 손님들이 찾지 않는다고 항변한다. 가락몰 지하 1층에 내걸린 ‘가락목 지하1층 입주상인들은 임대료 납부를 전면 거부한다’는 현수막이 이를 잘 반영해 주고 있다.

현대화사업 지연으로 사업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데다 가락몰 입주를 둘러싸고 두 패로 나눠진 상인들 역시 상권 이원화에 따라 영업에 타격을 받고 있어 공사와 상인들은 이번 협상에 많은 기대를 가지고 있다.

박현출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사장은 “기존 협상과는 달리 양측이 적극적인 자세로 협상에 임하고 있다”면서 “이로 인해 청과직판 옆에 있는 가공처리장 둘레에 펜스를 설치하고 석면제거 작업 중에 있다”며 현대화작업의 향후 전망을 낙관적으로 봤다.

박 사장은 또 “기존 청과직판을 철거하는데 1달이 소요되고 철거 후 문화제 조사에도 3~5개월이 소요된다”며 “이 기간동안 상인들과 협상을 통해 좋은 결과를 도출해 내겠다”고 말했다.


강성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카카오톡
  • 네이버
  • 페이스북
  • 트위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