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환자 구하지 못해 희귀질환 신약개발 ‘중단’ 속출

녹십자 이어 한독, 임상2‧3상 시험서 포기…희귀질환자만 애 태워

희귀질환 신약 개발에 나선 국내 제약사들이 임상 환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개발 중단사태가 잇따르고 있다.

이에 따라 신약이 개발되기만을 손꼽아 기다려 왔던 희귀질환자와 그 가족들의 애만 태우고 있다.

한독은 지난 21일 공시를 통해 자가 염증 질환 치료제 'HL2351'(자가염증질환 치료제의 임상 개발) 프로젝트의 개발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공시에 따르면 한독은 HL2351의 개발과 관련 크리오피린 관련 주기적 증후군(CAPS)을 적응증으로 하는 임상 2상을 진행하려 했으나 희귀질환 대상 환자 모집에 어려움이 있어 연구를 중단했고 추가 개발에 대한 논의를 거쳐 HL2351 최종 개발 중단을 결정했다. CAPS는 세계적으로 인구 100만명당 1명꼴로 환자가 나타나는 희귀질환으로, 국내에는 환자 10여명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HL2351은 한독이 바이오 벤처 제넥신의 지속형 기술을 적용해 개발하고 있는 바이오베터로, 2015년 식약처로 부터 임상 승인을 받았으나 임상 환자를 모집하지 못해 잠정 중단 상태였다.

한독은 “현재 진행하고 있는 혁신적인 항암제 및 당노치료제 등의 다른 R&D 프로젝트에 집중하며 R&D 투자를 지속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해 10월 녹십자는 미국에서 혈우병 치료제 ‘그린진에프’의 임상3상시험을 중단하고 중국 시장 공략에 집중한다고 밝혔다. 임상 중단 배경은 임상 환자 모집에 따른 어려움에다 새로운 경쟁 약물 개발이 그 원인이 됐다. 

‘그린진에프’는 혈액응고 인자가 선천적으로 부족해 지혈이 어려운 혈우병 환자들에게 사용되는 희귀질환 약물이다.

국내에서는 환자수가 약 2000여명에 달할 정도로 희귀질환인 탓에 임상에 응할 환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었으며 미국 시장 내에서 그린진에프보다 우수한 4세대 약물의 출시가 예견됐다. 이에 따라 녹십자의 그린진에프 중단은 불가피한 선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린진에프는 혈우병 약물 가운데 유전자재조합으로 만들어진 3세대에 해당되지만 최근 글로벌 제약기업 박스터가 애드베이트 후속의 4세대 약물을 새롭게 출시하면서 당초 계획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희귀진환 치료제는 아니지만 한미약품이 2015년 다국적 제약사에 1조원대 기술수출한 신약 임상이 유예된 것도 임상 환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은데 기인됐다

한미약품은 2015년 11월 자체 개발 중인 옥신토모듈린 기반의 당뇨 및 비만치료 바이오시약 ‘HM12525A'을 제약회사 얀센과 개발 및 상업화에 대한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2015년 11월 얀센에 총 9억1500만달러를 주고 기술 수출했다. 

‘HM12525A'은 인슐린 분비 및 식욕억제를 돕는 GLP-1과 에너지대사량을 증가시키는 Glucagon을 동시에 활성화시키는 이중작용 치료제로 한미약품이 보유한 약효지속 기반기술인 랩스커버리를 적용, 주 1회 투약 가능한 best-in-class의 지속형 당뇨 및 비만 치료 신약이다.

SCU-C, 79개 질환 환자수 공개

희귀질환 임상시험에 어려움을 겪자 몇몇 대학병원들이 컨소시엄을 구성, 환자수를 공개했다. 세브란스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 카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인하대병원 등으로 구성된 임상시험 글로벌선도센터 컨소시엄(SCU-C)은 지난해 9월 임상시험의 효율적인 수행을 위해 30개 희귀난치성질환을 포함한 총 79개 질환에 대한 각 대학병원별 2015년 환자수를 공개했다.

이에 따라 제약사와 CRO(임상시험수탁기관)가 임상연구 수행전, 해당 연구에 적합한 환자수를 사전에 파악해 보다 효율적인 임상시험이 가능해 질 것으로 기대된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의 경우에 있어서 희귀질환이라고 하면 환자수가 2만명 이하이면서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은 질병을 뜻하기 때문에 치료제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 환자를 모집하는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전 세계 희귀의약품 시장 규모는 2015년 1020억달러에서 2022년 2170억달러로 불과 7년만에 2배 이상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때문에 과거에는 제약사들이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이 시장이 2000년대 들어서면서 새로운 먹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진단된 희귀질환은 대략 7000여 가지에 이르지만 치료제가 개발된 질병은 5%에 불과해 향후 시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할 수 있다.

희귀위약품 시장 불루오션 부상

이처럼 희귀의약품 시장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면서 대다수 국가들이 신약 개발에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임상 2상을 마친 뒤 3상을 동시에 진행하는 조건으로 판매허가를 내주는가 하면 경쟁상품이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도록 독점권도 부여하고 있다. 더구나 다른 신약에 비해 개발비가 적고 개발 기간도 짧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성공률도 일반 신약에 비해 높아 국내 제약사들의 진출이 부쩍 늘고 있다.

미국 FDA로부터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받은 국산 희귀의약품은 신라젠(간암 치료제), 제넥신(성장호르몬 결핍증 치료제), 메지온(폰찬 수술치료제) 등 6개이다. 또 녹십자, JW중외제약, 메디포스트, 강스펨바이오텍, 안트로젠 등도 글로벌 임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는 영진약품의 미토콘드리아 이상질환 치료제, 이수앱지스의 B형 혈우병 치료제 등이 임상시험 중이다.

최근 들어 많이 제약사들이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풀어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특히 적절한 약가 보상을 못 받아 환자의 접근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약 50만명에 달하는 국내 희귀질환자의 치료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2016년 12월 30일부터 희귀질환관리법을 시행중에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희귀질한관리법이 시행됐지만 아직도 사각지대가 많다”면서 “희귀질환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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