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년된 등나무와 마크로젠 20년

[보건포럼] 서정선 서울대 의과대학 유전체의학연구소 소장

2017년 과학의 날 행사로 성공벤처 기업인 간담회가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오찬형식으로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 주재로 열렸다. 마크로젠을 비롯한 14개의 성공벤처기업이 초대되었고 이영 교육부차관,홍남기 미래창조과학부 1차관,그리고 주영섭 중소기업청장도 참석하였다. 이날 회의는 창업의 동기,성공 노하우,기업 애로사항등을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자리였다

간담회 시작전에 황대행께서는 총리공관 정원에 있는 9백년된 등나무을 가리키면서 갈등이라는 말이 칡과 등나무가 한번 엉키게 되면 떼어내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데서 유래되었음을 알려주었다. 이리저리로 세월따라 흘러온 옹골찬 가지들이 빽빽이 들어찬 9백년된 거대한 등나무는 이제 막 생존을 위해 안간힘을 쓰는 벤처기업인들에게 나직하게 ‘어느 순간에도 포기하지마라. 끊임없는 도전으로 미래를 열어가라.’는 메시지를 보내주는 듯이 보였다.  

회의는 화기애애하게 진행되었다. 마크로젠이 교수1호 창업벤처로서 제일 먼저 말을 하게 되었다. 나는 먼저 정부가 대선정국으로 어수선한때에도 기술창업에 대해 마지막까지 이렇게 챙겨준데 대해 감사를 표했다. 그리고 20년전 창업 당시를 잠시 회상하였다. IMF 경제위기로 갑자기 환율이 2배로 뛰고 모든 경제지표가 위기상황을 보일 때 김대중정부는 강력한 벤처정책으로 정면돌파를 추진하였다. 국립대학 교수도 창업을 허용하고 심지어 현직교수로서 대표이사 CEO을 겸직하는 것조차도 가능하게 하는 파격적인 행보가 이루어졌다.

당시 과기처의 G7연구비를 5년째 받고 있던 나는 정부로부터 강력한 창업권고를 받고 있었다. G7연구비의 특성상 산업화를 하라는 것이었다. 나는 간곡하게 몇 번이나 거절하였다. 결국 당시 연구비 담당국장인 과기부의 임국장은 다음해 시작되는 3단계 연구비 30억은 학교에 줄 수 없을 것이라는 통고를 하였다. 나는 더 이상 버틸수 없음을 알고 내키지 않는 회사창업을 하기로 하고 당시 친구가 부사장으로 있던 투자회사인 KTIC와 협의를 시작하였다.

마크로젠 창업은 3시간 반만에 끝났다. 나는 무엇을 할 것인지를 투자회사 임원에게 설명하였고 그 임원은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30분만에 창업 허가서류를 완성하고 회사 통장에는4억오천의 자본금을 입금시켰다. 나는 마치 도깨비 방망이로 ‘회사 만들어져라’ 뚝딱 하고 나니 회사가 눈앞에 나타나서 무엇인가에 홀린 듯 하였다. 나중에 안 것이지만 당시 투자회사들은 몇몇 IT벤처들이 대박을 터트린 후라 이제는 바이오벤처에 투자하기만 하면 성공은 따논 당상으로 생각하던 시절이었다.

20년이 지난 마크로젠을 숫자로서 설명하면 8억의 창업 첫해 매출이 올해 1100억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2010년부터 연평균 10% 연속 흑자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이것은 창업한지 10년도 지난 바이오기업들이 뚜렷한 매출없이 매년 적자상태로 높은 주가를 보이는 것과는 매우 다른 탄탄한 모습이다. 해외 153개국 18,000명의 충성스러운 고객을 갖고 있는 것도 독특한 글로벌회사의 면모이다. 본사에만 370명의 직원이 있어 청년취업에도 큰기여를 하고 있다. 전세계에 워싱턴 미주법인(매출300억원),암스테르담 유럽지사(150억원),교토 일본법인(100억원)등 글로벌체계를 갖추고 있다.

마지막으로 나는 마크로젠은 ‘wish’로 태어난 회사며 신데렐라 이야기의 자정이 되기전까지는 3000억매출의 회사가 되어야 마술이 현실이 될 것이라고 믿고 최선을 다 하고 있다고 마무리 하였다.


보건신문의 전체기사 보기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카카오톡
  • 네이버
  • 페이스북
  • 트위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