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기업들의 지주사 전환 속내(?)

[기자수첩]

최근 식품기업들의 잇따른 지주사 체제 전환이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크라운제과에 이어 오리온과 매일유업이 인적분할을 통한 지주회사로 전환했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지주회사 전환을 기업 경영의 효율성이나 주가에 좋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식품기업의 입장에선 지주사 체제를 마련하면 주력사업인 식품사업에 더욱 매진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지주사로 이관된 후 주가를 끌어올릴 가능성이 높아진 것도 사업 경영에 있어 긍정적이다.

현재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거나 전환을 준비 중인 기업들은 이구동성으로 기업의 효율적 경영과 성장 동력 마련을 주된 이유로 꼽았다.

이처럼 긍정적인 의견에도 불구하고 비판의 시선도 상존한다. 식품기업들이 경영 효율화를 명목으로 내세웠지만 오너일가 등 대주주의 지배력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는 지적이 그것이다.

기존 회사 주주들은 자신이 갖고 있는 지분의 비율대로 신설된 법인의 주식을 나눠 갖는 인적분할 방식을 택했다. 인적분할은 큰 자금을 들이지 않고 총수 일가의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법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상당수 기업들이 경영 승계 발판으로 인적분할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크라운해태, 샘표, 사조 등이 지주사로 전환, 주식 매각 등을 통해 2~3세 경영을 진행 중인 가운데 편법 승계에 대한 논란도 여전하다.

지난 9일 치러진 대선에서 경제민주화 공약을 내세운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지주사 전환을 마치고 규제 대상에서 벗어난 기업들 입장에선 안도감을 느꼈을 수도 있다. 경제민주화 공약이 가시화된 시점에서 지주사 전환을 마쳤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공약에는 지주사 전환 기준을 강화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대통령의 공약대로 지주사의 자회사 지분 의무보유비율이 지금 높게 조정되면 지주사 전환 비용이 크게 늘어나 기업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또 자회사의 지분 비율 강화뿐 아니라 자사주 활용을 제한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도 이미 국회에 발의돼 있어 앞으로 자사주의 전환 기준은 더 까다로워질 가능성이 크다.

식품기업들이 내세운 이유대로 경영 효율성·지배구조의 투명성 제고 등 긍정적인 가능성이 커지면 다행이지만, 한편 편법승계로 오히려 오너의 지배구조를 더욱 강화하고 계열사에 대한 일감 몰아주는 등의 부정적인 측면이 커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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