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화장품산업 체질 강화 급선무

[데스크칼럼]

중국 관광객들의 자리는 컸다. 지난 3~4월, 유커들이 빠져나간 명동 거리는 그만큼 더 휑뎅그렁했다. 최근 몇 년간 호황을 누렸던 로드숍들은 급기야 도미도 폐업사태가 오지는 않을까, 우려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그렇게 두 달여가 흘렀다.

그 사이 집계된 올해 1분기 국내 화장품업계 실적은 더 극명하게 지금의 사태를 반영했다. 중국인 관광객의 급감은 곧바로 면세점 매출 하락, 로드샵 경영 악화로 이어졌고 이는 곧 화장품 업체들의 매출 하락과 직결됐다. 아모레퍼시픽, 코스맥스의 영업이익은 각각 9.7%, 28% 감소했다. 특히 잇츠스킨의 영업이익은 거의 절반이나 줄어 반토막이 됐다. 그나마 수출 다변화에 노력했던 LG생활건강과 유통채널 다각화에 힘쓴 한국콜마 등이 지난해의 성장세를 이어갔을 뿐이다.

하지만 급랭정국은 그리 오래 가지는 않았다. 5월 장미대선으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중국발 사드 위기도 점차 회복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양국 간 긴장정국으로 인해 위축됐던 유통업계도 어느 정도 기대감에 부풀고 있다. 이제는 변심했던 유커들이 다시 돌아올 지에 촉각을 모은다.

투자심리도 반등했다. 실제 화장품, 면세점, 여행사 등 관련주들이 상승세를 탔다. 일부는 연중 최고가를 기록하기도 해, 향후 관련시장 회복에 기대감을 더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17일 오전 연중 최고가를 기록했고, LG생활건강은 올 들어 처음으로 장중 100만원대를 회복했다. 토니모리, 한국화장품, 잇츠스킨 등의 주가도 줄줄이 상승했다. 또 중국 관광객 유입 감소로 인해 올 3월까지 60% 넘게 하락했던 호텔신라는 올 들어 가장 높은 주가를 기록했다.

명동 거리는 미약하나마 다시 활기를 찾고 있다. 한한령(限韓令)으로 썰물처럼 빠져나갔던 유커들이 하나 둘 돌아오고 있다는 것이다. 한중 관계 악화로 연쇄 폐업위기까지 내몰렸던 로드숍들은 일단 한숨을 돌리고는 있다. 하지만 막연한 기대감은 금물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중국의 대처가 다소 유연해진 것은 사실이나, 양국 관계에 불확실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사드 부지 제공으로 고전을 겪었던 중국내 롯데마트 영업정지도 여전하고 중국 여행객의 한국관광 규제도 아직까진 바뀐 게 없다.

중국의 규제가 어느 정도 풀린다고 해도 예전의 호황을 기대하기는 역부족일수도 있다. 중국발 사드 반격에 맥을 추지 못하고 휘청였던 국내 화장품산업은 허약했던 체질을 그대로 드러냈다. 한류에 편승한 K-뷰티는 기형적인 중화권의 높은 의존도 때문에 일희일비했다. 이처럼 허약한 산업체질을 그대로 둘 수는 없다. 하루라도 빨리 대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수출선 다변화에 본격적으로 나서야만 한다. 이와 더불어 새 정부의 화장품산업 육성책도 보다 더 강화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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