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동물대체실험 활성화 기대

[데스크칼럼]

반려동물 인구 1000만명 시대다. 국민 5명 중 1명꼴로 개나 고양이 등을 가족으로 생각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여전히 동물들의 생명은 인간의 그것보다 덜 중요한 것으로 치부된다. 해마다 복(伏)중이면 논란의 중심으로 떠오르는 '개고기 식용' 문제가 그렇고, 화장품이나 신약 개발을 위해 실험실에서 고통 받는 동물들도 마찬가지다.

동물실험은 과거 화장품이나 신약 개발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으로 여겨져 왔다. 전 세계에서 동물실험으로 희생되는 동물은 한 해 1억마리가 넘는다고 한다. 국내에서도 250만마리(2015년)가 희생됐다는 집계도 나와있다. 이처럼 인간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서라면 동물의 희생은 공공연하게 강요돼 왔던 것이다.

하지만 최근 동물실험에 대한 비윤리적인 면이 집중 부각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동물실험을 금지하는 나라가 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2013년 동물실험을 거친 화장품류 판매를 금지했고, 2016년에는 중국 등 제3국에서 동물실험을 거친 화장품도 유통을 전면 금지했다.

우리나라도 올 2월부터 ‘동물실험금지법’이 발효됐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 동물실험 화장품을 판매하면 100만원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일부 지적이 있긴 하지만 동물실험을 법으로 규제한다는 측면에서 중요한 시발점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가장 큰 수출시장인 중국은 아직까지 수입 화장품에 대해 동물실험을 의무화하고 있어 보다 확장적인 대책 마련도 필요한 시점이다.

사실 동물실험이 인간에게 유효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학계 일각에선 ‘동물실험은 인간의 독성 문제를 예측하는데 그다지 완벽한 방법은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다. 동물실험보다 윤리적이면서 보다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착한 브랜드'로 알려진 프랑스 화장품 브랜드 나스(NARS)가 최근 국내외 소비자들로부터 공분을 사고 있다.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것으로 신뢰를 쌓았던 나스가 중국 수출을 위해 '변심'을 했기 때문이다.

나스는 SNS를 통해 "동물실험은 없어져야 한다. 화장품의 안전성은 다른 방법으로도 증명할 수 있다"면서도 "수출을 위해 해당 국가의 법을 준수할 수 밖에 없다"는 이중적인 면을 보여 논란을 키웠다. 이번 나스 사태는 최근의 전 세계적인 동물보호 추세에 편승해 일파만파 번졌고 기업 이미지에도 심각한 타격을 입혔다.

어쨌든 여세를 몰아 화장품 거대시장인 중국을 비롯, 더 많은 국가들이 세계적인 동물실험 금지에 동참하기를 바라고 이와 더불어 하루라도 빨리 보다 효율적인 동물대체실험법이 활성화 되기를 고대한다.

국내외에서는 이미 인공 피부와 인공 장기 개발도 활기를 띄고 있다. 세포를 배양해 실험용 미니장기를 만들고 독성실험에 사용될 인공 생체 칩도 개발됐다. 이르면 2020년에는 국내에서도 쥐와 같은 실험용 설치류를 대체할 수 있다고 하니, 늦었지만 고무적인 일이다.

동물들이 인간의 이기심으로 인한 고통에서 완전하게 자유로울 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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