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 보장성 강화 정책'에 엇갈린 보건의료계 반응

의료계, 진료왜곡-의료발전 저해 우려…간호-한의계는 '환영'

정부가 9일 내놓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에 대해 각계의 반응이 잇따르고 있다.

의료계는 의료전달체계에 대한 고려없이 건강보험 보장률에만 중점을 둘 경우 누적된 저수가로 인한 진료왜곡 현상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의료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 없이는 건강보험 체계를 더욱 붕괴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9일 문재인 대통령은 서울성모병원에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문 대통령이 발표한 보장성 강화 대책의 핵심은 예비급여제도 도입을 통한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 및 신포괄수가제 확대 등을 통한 신규 비급여 발생 차단으로, 이를 위해 정부는 2022년까지 30조6000억원의 재원을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정부의 이번 보장성 강화 방안은 국민과 의료계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의료제도의 개선과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없애려는 노력에 공감한다"며 "하지만 급격한 변화에는 부작용과 혼란이 야기될 수 있어 단계적이고 신중한 검토를 거쳐야한다"고 주장했다.

의협에 따르면 오랜 기간 지속된 3低(저부담-저급여-저수가)의 패러다임은 환자와 의료인 간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보건의료 인력의 과노동을 유발해 궁극적으로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 즉 환자와 의사간 서로 만족할 수 없는 짧은 진료시간 등 어려운 현실에게 의료인은 3低의 문제를 탈피하고자 비급여 영역으로 탈출하는 구조가 고착화됐다는 것.

더욱이 지난 정부에서 의료전달체계 확립을 위해 노력했지만 상급의료기관 쏠림현상은 더 가중됐으며, 동네의원의 경영은 더욱 악화됐다는 게 의협 측 설명이다.

의협은 "이런 현실 속에서 무리한 급여확대나 신포괄수가제의 성급한 도입은 또 다른 진료왜곡과 의료발전의 기전 자체를 붕괴시킬 수 있다"며 "건보와 민간보험에 가입한 국민의 이중적 부담으로 민간보험사에 막대한 반사이익을 안길 수 있는 점을 감안해 국민, 의료계와의 지속적인 협의를 거쳐 구체적인 시행 방안이 마련돼야한다"고 피력했다.

의협은 우선적으로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필수의료와 재난적 의료비를 중심으로 단계적인 보장성을 강화해 나갈 것을 요청했다.

이와 함께 신의료기술 도입 위축으로 인한 우리나라 의료 발전 저해 요소를 차단하는 것은 물론 현 건강보험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충분한 재정 확보 방안을 마련, 의료계 전문가로 구성된 장관 직속기구 신설도 요구했다.

특히 "그간 정부에서 추진한 대부분의 건강보험정책들이 의료기관의 희생을 기반으로 시행됐기 때문에 정부 정책에 대한 의료계의 우려와 불신이 있음을 깊이 인식하고, 대통령이 약속한 적정한 수가보장과 의료계와 환자가 함께 만족할 수 있는 좋은 의료제도가 실현되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일선 의료기관 경영에 직격탄을 받은 개원가 역시 강하게 반발하며, 투쟁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먼저 개원가를 대표하는 단체인 대한개원의협의회는 "정부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이유로 추진하는 건강보험 비급여 항목의 강제적 급여화 정책을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현재 우리나라 의료비는 OECD국가의 50% 수준으로 매우 저렴한 수준에서 의료기관 경영보존분으로 활용하던 비급여를 무조건 전면 급여화한다는 것은 현실을 도외시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 외과, 흉부외과, 산부인과, 일반과의사회에서도 즉각 성명서를 발표하며 이 같은 대개협의 주장에 힘을 보탰으며 임의단체인 전국의사총연합은 강경 투쟁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전의총은 "현재 국민건강보험의 급여 대상만이라도 제대로 관리할 것을 권고한다"며 "만약 이 정책을 강행한다면 더 이상 이런 국민건강보험을 전면 거부할 수밖에 없다"고 강도높은 대응을 예고했다.

반면, 간호계와 한의계는 이번 정책에 대해 적극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대한간호협회는 정부의 대책 발표이후 밝힌 성명서를 통해 "발표된 정부의 대책은 고액의료비로 인한 가계파탄을 방지할 수 있는 방안으로서 선진국과 달리 개인이 많은 부담을 져야 했던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을 낮추고 사회 안전망을 강화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안으로 판단된다"고 평가했다.

특히 "정부가 국민 부담이 큰 3대 비급여의 실질적 해소를 위한 '간호·간병 통합서비스의 대폭 확대' 대책을 발표한 것에 대해 적극 환영하고 찬성한다"고 밝혔다. 

대한한의사협회도 "문재인 정부가 공개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의 기본적인 취지와 목적에 환영의 뜻을 표한다"며 "국민에게 보다 양질의 한의의료서비스가 경제적 부담 없이 제공될 수 있도록 한의 건강보험 적용 확대가 조속한 시일 내에 이뤄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대책에 ‘국민적 요구가 높은 생애주기별 한방의료서비스의 예비급여 등을 통한 건강보험 적용 확대’를 적극 추진한다는 내용이 포함됨으로써 국민 건강증진과 삶의 질 향상에 한의약이 더 큰 기여를 할 수 있는 중요한 발판이 마련됐다"면서 "협회는 정부 정책에 적극 협력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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