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사 유럽 성공 딛고 미국시장 문턱 넘는다

삼성바이오에피스‧셀트리온‧대웅제약 등 바이오시밀러로 글로벌사에 ‘도전’

▲국내 제약사들이 유럽에서의 성공을 발판삼아 세계 최대의 의약품 시장인 미국시장에 잇따라 진출하고 있다. 사진은 삼성바이오에피스 연구원이 바이오시밀러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토종의약품을 앞세운 국내 제약사의 도전에 콧대가 높은 구미(歐美) 지역의 의약품 문턱도 장애가 되지 못하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의약선진국인 미국식품의약국(FDA)과 유럽약품청(EMA)에서 허가받은 의약품이 2003년에 하나밖에 없었으나 최근 5년간 가속도가 붙으면서 지난해까지 총 17개로 늘었다.

LG생명과학 ‘팩티브’가 미국에 진출한 2003년 이후 두 번째 의약품인 한미약품의 역류성식도염 치료제 ‘에소메졸’이 미국의 장벽을 넘기까지 10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지만 이후부턴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팩티브는 FDA에서 허가된 국내 최초의 항생제 신약이며 에소메졸은 FDA으로부터 시판허가를 받은 최초 개량신약으로 지난해 7월 국내 제약 최초로 미국 약전에 등재됐다. 이번 미국 약전등재로 한미약품의 에소메졸 제제기술 및 품질관리 우수성이 국제 공인을 받은 것이다.

국산의약품 구미지역 승인건수를 연도별로 보면 2003년 1건에서 2013년 2건, 2014년 1건, 2015년 1건, 2016년 6건, 2017년 7건 등 총 17건에 달했다.

이렇듯 이들 지역으로의 진출이 급물살을 타게 된데는 바이오시밀러가 큰 역할을 했다. 글로벌 의약품 시장에서 합성 의약품의 성장이 정체되자 대안으로 바이오시밀러 시장이 급부상하면서 이 분야에 국내 업체들의 진출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 

세계 최초로 존슨앤드존슨의 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인 ‘램시마’를 개발한 셀트리온은 2013년 유럽의 문턱을 넘은데 이어 2016년에는 미국에 상륙하는데 성공했다. 램시마는 2012년 국내 최초의 관절염 치료용 항체 바이오시밀러이다.

같은해 유럽에서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자가면역질환치료제 바이오시밀러 ‘플릭사비’와 ‘베네팔리’가 각각 허가받았다.

지난해는 새해 벽두인 1월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란투스의 바이오시밀러인 ‘루수드나’의 유럽진출을 알려왔다. 이 제품은 지난해 7월 미국에서도 판매허가를 받았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이 기세를 몰아 지난해 4월 FDA로부터 레미케이드의 바이오시밀러 ‘렌플렉시스’ 판매허가를 받았다.

또 지난해 8월과 11월에는 휴미라의 바이오시밀러 ‘임랄디’와 허셉틴 바이오시밀러 ‘온트루잔트’의 유럽시장 진출에 성공했다. 온트루잔트는 유럽에서 최초로 허가받은 허셉틴 바이오시밀러다.

이들 토종 의약품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구미지역 진출이 탄력을 받으면서 이어질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미국 FDA 허가가 기대되는 국산 의약품으로 녹십자 면역결핍증 치료제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IVIG-SN), SK바이오팜 SKL-NO5, 대웅제약 나보타, 삼성바이오에피스 온트루잔트‧임랄디, 셀트리온 트룩시마‧허쥬마 등이다.

녹십자 IVIG-SN은 지난해 10월 FDA 대상 IVIG 보완자료 제출했으며 2분기 IVIG 1차면역결핍증 적응증에 대한 FDA 허가가 기대되고 있다.

 IVIG-SN은 지난 2016년 FDA의 예비심사를 통과했지만 최종 검토과정에서 추가 자료를 요청받은 바 있다. 녹십자는 미국 판매법인 GC목암을 설립해, 하반기에 미국 도매회사나 미국 GPO(Group Purchasing Organization) 대상으로 IVIG 마케팅 계약을 체결한다는 구상이다.

SK바이오팜은 지난달 수면장애 질환 치료제 SKL-NO5(성분명 솔리암페톨)의 FDA 판매 승인 신청(NDA)를 완료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2019년초 미국 판매가 개시돼 로열티 확보가 예상된다. 공동개발사인 재즈가 SKL-N05를 적극 육성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어 글로벌 대표 수면장애 치료제로 부상할 가능성도 다분하다. 재즈는 수면장애 치료 분야의 글로벌 1위 제약사이다.

대웅제약은 지난달 나보타 2공장에 대한 식약처의 KGMP(한국 우수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 승인을 받은데 이어 미국 FDA 실사를 성공적으로 마치는 등 미국시장 진출 이후를 대비하고 있다. 나보타 2공장은 선진국 규격 원료 및 공정이 적용돼 선진국 수준의 규격에 맞는 제품이 생산되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해 하반기 온트루잔트와 임랄디에 대한 유럽 내 판매 허가를 획득한데 이어 올해는 미국진출을 노리고 있다. FDA는 지난 12월 온트루잔트 품목허가신청(BLA)에 대한 심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온트루잔트의 오리지널인 허셉틴은 초기 및 전이성 유방암, 전이성 위암 치료제로, 지난해 전 세계에서 약 7조8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면서 판매실적으로 8위를 기록했다.

휴미라의 바이오시밀러 임랄디는 미국 애브비사의 항체의약품 휴미라를 복제한 것으로 류머티스 관절염, 궤양성 대장염, 크론병, 강직성 척추염, 건선 치료에 쓰이는 약이다.

셀트리온의 트룩시마와 허쥬마도 FDA의 허가가 기대되는 의약품이다. 트룩시마는 세계적으로 약 8조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블록버스터 의약품인 로슈 '맙테라(미국 판매명 리툭산)'의 바이오시밀러로 혈액암 및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용 항체이다. 맙테라의 미국 매출은 2016년 4조6400억원(40억달러)로 세계 매출의 약 53%를 차지한다.

​‘허쥬마’는 유방암과 위암 등의 치료에 쓰이는 항암 항체 바이오시밀러로, 오리지널의약품은 제넨텍이 개발하고 로슈가 판매하는 ‘허셉틴’이다. 허셉틴은 연간 7조9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세계적인 블록버스터 의약품으로 지난해 미국 매출은 3조4800억원을 기록했다.

미국FDA 승인은 올해 상반기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셀트리온은 2016년 글로벌 제약사인 테바와 트룩시마 관련 북미 판권 계약을 체결했으며, 판매 승인을 받게 되면 항암제 분야에서 강점을 지닌 테바를 통해 미국 시장에 안착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5월 FDA에 허쥬마의 품목허가신청을 제출한 셀트리온은 상반기 중으로 FDA 품목허가를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중에 FDA의 판매 허락을 얻게 될 것으로 기대되는 의약품 7개 중 5개가 바이오시밀러로, 유럽에서의 성공을 기반으로 세계 최대의 의약품 시장인 미국 빗장을 풀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셀트리온 등 국내 제약사들이 유럽시장에서 연착륙을 하면서 바이오시밀러에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면서 “여기에 자극받은 글로벌 제약사들이 연구개발비(R&D)를 크게 늘리고 있어 선진국 시장을 둘러싸고 국내 제약사와 글로벌 제약사간에 치열한 시장경합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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