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고야의정서 보건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조헌제 신약조합 상무 "선제적 대응 못하면 악재로 작용할 소지 다분"

[나고야의정서에 대한 바이오산업계 대응전략]

오는 8월17일부터 나고야의정서 시행을 앞두고 보건산업계 전반에 걸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나고야의정서는 생물다양성협약(CBD)의 부속합의서다. 나고야의정서의 주요 내용은 유전자원 이용국은 유전자원 제공국의 승인 후 자원에 접근할 수 있으며, 유전자원 이용으로 발생한 이익을 제공국과 공유해야 한다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2017년 1월17일 유전자원의 접근·이용 및 이익 공유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으며, 같은 해 8월17일 정식으로 발효됐다. 다만 기업의무 관련 조항은 1년 유예돼 올해부터 시행된다. 하지만 보건산업 업계에서는 나고야의정서 시행과 관련해 아직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며 세부사항에서 많은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조헌제 상무가 최근 ‘2018 국제거래법학회 춘계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나고야의정서에 대한 바이오산업계 대응전략’ 발표 자료를 토대로 주요 이슈에 대해 살펴봤다.


MAT 체결시 유전자원 가치 전혀 고려 안돼

▲조헌제 신약개발연구조합 상무

조헌제 상무는 나고야의정서 관련 문제점으로 유전자원과 전통지식의 이용에서 발생하는 이익의 적용시기에 대한 논란을 먼저 꼽았다.

자원부국은 CBD 발효 이전에 취득하거나 이동된 유전자원에 대한 소급적용 및 이익공유를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최종 합의된 나고야의정서에는 소급적용에 대한 언급이 없다.

의정서 전반에 걸쳐 토착지역 공동체가 위치하는 상대 당사국의 국내법 또는 규제요건의 요구사항을 따르게 되어 있어 당사국의 입장에 따라 변동 소지도 존재한다는 설명이다.

당사국별로 상이한 사전통보승인(PIC) 및 상호합의조건(MAT)에 따른 유전자원과 전통지식 및 이익공유에 따른 시간적·금전적 손실 발생이 예상된다.

당사국별·토착공동체별 상이한 이익공유 방식에 따른 혼란이 예상되며, 이로인해 개발을 중도에 포기할 우려도 제기됐다.

나고야의정서 제5조의 4에는 ‘이익은 금전적, 비금전적 이익을 포함할 수 있으며 부속서에 열거된 사항을 포함하되 이에 국한되지 않는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는 과도하거나 특정 이익 주체가 감당할 수 없는 금전적 또는 비금전적 이익 공유에 대한 규제 장치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유전자원에 대한 가치평가의 불확실성도 문제점으로 제기됐다. 유전자원 개발로 인해 얻는 경제적 이익이 어느 정도가 될지 예측이 불가능함에도 불구하고 너무 높은 금액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조헌제 상무는 “MAT 체결시 유전자원의 가치에 대해 전혀 고려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한국 기업이 위기에 놓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나고야의정서와 관련해 당사국별 입법적, 행정적, 정책적 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있어 혼란이 발생할 우려가 높다는 우려다.

유전자원 또는 전통지식에 대한 접근 및 이익공유 관련 각종 절차들에 대해 각 당사국에 위임하고 있다.

유전자원 및 전통지식의 지역적 정체성과 범위 확대 해석 가능성 등으로 인한 혼란도 우려했다.

정진 국제특허법인 김순응 변리사는 “우리나라는 유전자원 이용국과 보유국의 입장 중에서 어떤 국가에 더 가까운 것인가? 아마도 보유국보다는 이용국의 입장에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며 “관련 당국은 지금의 상황에 대한 파악과 국내 산업과 산업 주체의 보호와 수월성을 보장할 수 있도록 법을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제약 및 화장품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나고야의정서 시행으로 국내 제약 및 화장품 산업에는 악재로 작용할 소지가 다분하다는 것이 조헌제 상무의 예측이다.

국내에서 허가된 천연물의약품은 조인스정, 스티렌정, 시네츄라, 모티리톤정, 레일라정, 신바로정 등 6개 제품이다.

이중에서 스티렌정, 조인스정, 시네츄라시럽, 레일라정, 모티리티정 등은 연매출이 100억원을 상회하는 블록버스터 의약품이다.

국내 제약사의 천연물의약품의 글로벌 개발 현황을 보면, 동아ST에서 DA-9801을 당뇨병성신경병증에 대한 적응증으로 2상을 완료하고 뉴로보팜과 1900억원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동아ST는 또 ‘DA-9805’(적응증 파킨슨병)와 ‘DA-9803’(적응증 할츠하이머성 치매), 모티리톤(적응증 기능성 소화불량)에 대한 글로벌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중 ‘DA-9803’는 뉴로보팜에 50억원을 받고 전임상 기술을 이전했다.

GC녹십자웰빙은 ‘BST204’(적응증 암악액질)의 유럽 임상 2상을, 엔지켐생명과학은 ‘EC-18’(적응증 화학요법으로 인한 호중구 감소증)의 미국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영진약품은 'YPL-001'(적응증 만성폐쇄성폐질환)의 미국 임상 2상을 완료했다.

조헌제 상무는 “천연물 의약품의 원료가 대부분 중국에서 수입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중국산 원료에 로열티를 지급하게 될 경우 가격 경쟁력이 하락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화장품산업도 원료의 7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중 51.4%를 중국에서 수입한다. 중국은 2016년 자국 생물자원 이용시 최대 10%의 로열티를 부과하는 조례안을 입법예고한 바 있다.

지난 2015년부터 나고야 의정서 대응팀을 구성한 아모레퍼시픽이나 LG생활건강 등 대기업들은 그나마 각국의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는 있다. 하지만 중소업체들은 그야말로 상황 파악에 급급한 것이 현실이다.

대한화장품협회를 중심으로 나고야 의정서 대응 T/F가 발족됐다. 화장품기업, OEM/ODM사, 원료회사 담당자로 구성되며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조 상무는 나고야의정서 시행으로 인해 △해외 유전자원 및 전통지식 확보에 따른 혁신 생산성 저하 △기업경영의 비용효과성 저하 △산업경쟁력 저하 등을 우려했다.
나고야의정서 시행으로 인해 연구용 자원 교류가 제한되고 R&D 비용이 증가되며 PIC와 MAT 등 절차 이행에 따른 R&D 기간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유전자원 접근 및 전통지식 활용에 따른 금전적, 비금전적 대가지불에 다른 원가상승 및 가격 경쟁력 저하와 유전자원 및 전통지식 활용에 따른 특허소송 증가에 따른 비용 증가, PIC, MAT 이행에 따른 인적, 물적, 시간적 비용 증가 등이 예상된다는 설명이다.

김순응 변리사는 “생물유전자원의 활용시에 이익공유를 위한 절차와 실제적인 이익공유가 현실적인 문제로 다가왔다”며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이를 수용하되 어떻게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운영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나고야의정서 시행이 다가오면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으나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고 밝혔다.

국내 보유 유전자원 등에 관한 DB 구축 시급

조헌제 상무는 나고야의정서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 보유 유전자원 및 전통지식에 관한 DB 구축을 첫 번째 과제로 꼽았다.

국내의 경우 전체 생물자원 중 10%인 1만종의 DB를 구축하고 상용화 유전자 분석은 2137건 등으로 전체의 2%에 불과하다.

조헌제 상무는 “국내 생물자원이 갖는 유용활성 성분 사전 탐색과 차별화된 효능소재 발굴을 통한 해외 의존도 축소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유용 야생자원에 대한 통합정보 미구축시 나고야의정서 발효 및 생물자원 국제 거래시장이 정착되면 생물자원에 대한 주권행사에 애로사항이 발생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해외 유전자원 및 전통지식 선점을 위해 △해외 우수기관들과 공동 연구개발을 통한 해외 유전자원 등에 대한 지적재산권 선점 △생물주권 자원화에 필요한 법-제도, 글로벌 기술표준 확립 프로토콜 공유 △생물자원 부국과의 자원협력통한 해외자원 확보 등을 제시했다.

조 상무는 “나고야의정서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제도적 지원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부 차원에서 △해외 현지 토착공동체, 국가기관과의 PIC, MAT 등에 필요한 법적 절차, 국가별 상이한 입법적, 행정적, 정책적 조치사항에 관한 정보 제공 △유전자원, 전통지식 활용을 통한 특허 출원시 동반이 예상되는 사전리스크 대응방안 강구 △금전적, 비금적 이익공유 방법에 대한 대책강구 및 지원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조 상무는 “국내 보건산업계가 제대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내법이 발효가 됐다”며 “외국의 법률 제정 추이를 좀더 지켜보면서 했어도 충분했을 텐데 왜 서둘러서 했는지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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