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분쟁 의사책임 강화시, 방어진료 만연"

최선 다한 소신진료 포기하고 과잉진료, 진료기피 경향 우려

최근 의료분쟁에 대한 의사 책임이 강화되는 추세에서 이것이 과잉진료나 진료기피와 같은 ‘방어진료’를 유발해 도리어 환자 치료에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과잉진료는 혹시 생길지도 모를 의료소송에 대비하기 위해 모든 검사와 처치를 남발하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진료기피는 환자의 상태가 위중하여 치료결과보다 좋지 않을 것이 예상되는 경우 상급병원으로 전원을 택하거나 적극적 치료보다는 보존적 치료를 선택하는 현상이다.

지난 9월 대한의사협회 의료배상공제조합이 조합원 9,7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약 20%의 회원이 “의료인의 책임강화로 고위험 의료행위를 중단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길연 경희의대 교수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방어진료로 인해 한해에 6,500억 달러 이상이 소요되는 것으로 추산된다(Gallup and Jackson surveys 결과).

이로 인해 고위험환자의 치료가 제한되고, 사망률이 높은 환자에 대한 과도한 또는 미흡한 치료가 이뤄지며, 환자와 의사간 불신이 조장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전체 의료비의 약 30%가 방어진료로 인한 것으로 파악되며, 80%의 의료진은 방어진료를 하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영국 가디언지에 발표된 설문에서도 의사들에 대한 법적처벌이 심해진다면 86%의 의사들은 방어진료를 강화하겠다고 응답했고, 절반의 의사들은 고위험 환자들을 피하겠다고 답변했다.

이 교수는 “법적 제재의 강화, 즉 의사 개인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이 환자의 안전을 개선시키지 못한다. 모든 개인과 시스템의 오류와 실패로부터 배울 수 있는 능력을 함양해야 하고 이는 문화적 법적 개혁 없이는 이룰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의료분쟁 발생시 의료기관과 의사에게 책임을 묻는 경우가 급증해 최근에는 100%까지 인정한 사례가 있으며, 불가항력의 사고조차 치명적인 과실로 치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보상판결 금액도 의료배상책임보험의 도움을 받더라도 의료기관과 의사가 감당하기에 무리일 정도라고 의료계는 호소하고 있다.

또한 의료행위의 위험도는 높아지는데 반해 건강보험 심사 및 보험 적용 기준의 경직성, 고질적인 저수가, 비급여 진료의 축소 등으로 환자 안전을 위한 추가적인 투자에 제한이 있으며,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는 의료  관련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관련 입법으로 의료기관과 의료인의 입지는 점차 축소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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