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당국과 소비자단체 상견례

[기자수첩]

올해도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들과 국내 소비자단체들은 신년 간담회를 갖고 식품안전과 소비자 후생을 논의했다. 12개 소비자단체 대표가 참석한 간담회는 이제 연례 행사로 자리잡은 듯싶다.

간담회에 참여한 소비자단체들만 보더라도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녹색소비자연대, 한국여성소비자연합, 소비자시민모임, 소비자교육중앙회, 한국부인회총본부, 소비자공익네트워크, 한국소비자연맹, 한국YMCA전국연맹, 한국YWCA연합회 등 12개 단체로 역사와 그 간의 활동을 보더라도 명실상부한 단체들임을 부인할 수 없다.

행사 취재를 한 지 3년 째 되는데 취재 후 소감은 갈수록 기묘한 느낌이 든다. 올해 역시 식품정책 담당자의 소개말, 이어 식약처장의 인사말, 소비자단체의 원로 분의 답례성 인사말, 그리고 몇몇 단체장의 당부성 멘트가 이어졌다. 간담회란 것도 사실상 사전 질의된 내용의 진행 상황을 체크하는 수준이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식사를 하고 다음 스케줄 때문에 헤어지는 모습이, 해마다 비슷하게 반복된다.

물론 2019년 달라지는 식품·의약품 안전 정책을 설명하고 소비자 단체와의 소통방안을 논의하는 한편, 소비자단체가 바라는 식약처의 역할에 대해 의견을 청취하는 것이 이 행사의 목적이다. 지난 해 소비자의 안전과 불안을 초래한 식품 안전사고를 이유로, 몇 가지 정책의 개선과 요구사항이 미리 전달됐다.

일견 식품당국과 소비자단체 간의 커뮤니케이션엔 아무런 문제도 없다. 한쪽에서 이런 게 아쉬웠으니 다음부터 반영해달라하면 한쪽에선 이런 면이 부족한 점을 잘 알고 있으며 올해부터 이런 점을 개선하겠다는 답이 이어진다. 간담회라기보다는 덕담회 쪽에 가까운 편이다.

식사 자리가 끝나고 호텔 관계자들이 테이블을 치우는 과정에서 몇몇 장면이 오버랩 됐다. 서로의 덕담과는 달리, 올해도 어김 없이 식품안전 사고가 발생할 것이고 국민들의 먹거리 불안감도 뒤따를 것이다. 무엇보다 식품당국과 소비자단체 사이에 끼어 있는 식품기업들이 올해는 얼마나 편안할 수 있을지 궁금해졌다. 불철주야 히트제품을 개발하는데 밤을 새는 산업체 연구원들, 기업의 흥망을 어깨에 짊어지고 가야 하는 CEO와 직원들의 고뇌(?)도 함께 오버랩 되면서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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