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사 개발비용 부담·임상실패 위험에 난항

[창간 53주년 기획2 / 미래 여는 보건산업] 갈 길 먼 혁신신약 개발

시판허가 제품 중 혁신신약은 없어

경험·노하우 축적된 글로벌사와 개발 성공위해 협력 모색해야

제약산업을 차세대 먹거리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정책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정부는 글로벌 시장에서 블록버스터 신약 개발이 목표다.

글로벌시장에서 블록버스터 신약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많은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특히 타 제약사에서 개발한 약물이 아닌 독자적인 후보물질을 발굴하고 이를 상업화해야 한다.

결국 혁신 신약(first-in-class)을 개발해야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혁신신약은 기존에 치료제와 다른 약리기전을 가지며 치료효과가 뛰어난 신약을 의미한다.

상업화를 위해서는 질병을 일으키는 단백질을 밝혀내고 이를 치유하는 물질을 찾는 후보물질 탐색을 거쳐 동물실험을 하는 전임상, 안전성과 약효를 검증하는 임상 1·2·3상 단계를 밟는다.

만성백혈병 치료에 쓰이는 ‘글리벡’,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 등이 대표적이다. 앞서 개발된 신약을 통해 비슷한 효능을 만들어내는 ‘개량형 신약(best-in-class)’과는 구별된다.

국내에서 개발돼 시판허가를 받은 보령제약 ‘카나브’, 일양약품 ‘놀텍’과 ‘슈펙트’ 등은 ‘개량형 신약(best-in-class)’ 범주에 속한다.

국내 제약사들이 개발해 시판허가를 받은 신약 중에서 혁신 신약(first-in-class)은 아직까지 없다.

혁신 신약(first-in-class) 개발의 가장 큰 어려움은 남이 가지 않은 길을 가야 한다는 점이다.

타 제약사에서 개발한 경험이 있는 것이 아닌 처음으로 시도하는 것이기에 개발 모델을 스스로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을 확률이 높다.

시행착오로 인해 막대한 연구개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가장 치명적인 것은 상업화에 실패할 경우에는 투자한 연구개발 비용 모두를 손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제약사들의 경우 후보물질을 개발하고 전임상 단계를 성공한 이후에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이전을 한 경우가 대다수다.

이로인해 국내 제약사들은 혁신 신약의 상용화 경험이 없다. 혁신 신약을 개발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수한 경험과 노하우가 필요로 한다.

일반 신약개발 경험이 없는 곳이 대다수인 국내 제약산업에서 혁신 신약개발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유 중 하나다.

특히 혁신 신약개발에 소요되는 비용을 모두 감당할 수 있는 제약사를 찾기 힘들다는 점이다.

후보물질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 이전

국내 시장 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미국과 유럽에서의 임상시험이 필수적이다. 수조원을 투자해야 하는 글로벌 임상시험의 위험부담을 국내 제약사에서 감당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다.

막대한 임상시험 비용을 감당하기 힘들기 때문에 국내 제약사들이 선택하는 것이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이전이다.

후보물질을 발굴한 후 기술이전하는 경우도 있고 국내에서 임상 1상 혹은 2상을 성공한 후 에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도 있다.

후보물질을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이전을 했다고 해도 기술이전한 후보물질이 상업화에 성공한 경우를 찾는 것도 드물다.

동아ST '시벡스트로‘ 상업화 성공

해외 기술이전을 통해 상업화에 성공한 사례 중 대표적인 것이 동아ST의 슈퍼항생제 ‘시벡스트로’가 대표적이다.

동아ST는 슈퍼항생제 시벡스트로를 2007년 1월 트리어스 테라퓨틱스(MSD에 인수합병)에 기술이전했으며, 현재 적응증 추가를 위한 글로벌 임상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의 경우 기술이전을 받은 후보물질을 상업화하는 과정에서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판단되면 포기한다.

한미약품의 비소세포폐암치료제 ‘올리타’가 대표적인 사례다.

한미약품은 2004년 개발에 착수해 2008년 후보물질을 도출했으며 2016년 5월에 국내에서 임상2상 후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경쟁 약물인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는 후발주자였으나 글로벌 시장에서는 먼저 시판을 했다.

베링거인겔하임이 2015년 올리타의 기술을 사들인 시기에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시판에 들어간 것이다. 베링거인겔하임은 후발주자로서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해 2016년에 기술을 한미약품에 반납했다.

국내에서 혁신 신약의 개발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소요되는 경비를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규모가 되어야 하며, 글로벌 제약사와 협력을 통해 경험과 노하우가 축적되어야 할 것이다.


임중선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카카오톡
  • 네이버
  • 페이스북
  • 트위치